'직신' 김혜수 "미스김을 고른 내 선택 칭찬하고 싶다" (인터뷰)
  • 김한나 기자
  • 입력: 2013.05.29 10:52 / 수정: 2013.05.29 10:53

배우 김혜수가 미스김 역을 선택한 자신을 칭찬하고 싶다며 미스김 역에 대한 무한 애정을 보였다. / 배정한 기자
배우 김혜수가 "'미스김' 역을 선택한 자신을 칭찬하고 싶다"며 미스김 역에 대한 '무한 애정'을 보였다. / 배정한 기자


[김한나 기자] 데뷔한 지 벌써 28년 차. 어느덧 카리스마와 팜므파탈이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붙는 연기자 김혜수(43)에게 '대박' 촌스러운 역이 떨어졌다. 극 내내 머리망에 줄무늬 정장이 메인 의상이다. 정성스럽게 머리를 매만지지도 굴곡 있는 몸매를 예쁘게 드러내지도 못하는, 어쩌면 여배우로서는 꺼려질 역이다. 이뿐인가. 빨간 내복을 전신으로 입고 원맨쇼를 펼치거나 남의 노래에 맞춰 노래방에서 탬버린을 사정없이 흔들어야 했다. 여배우에겐 너무 가혹한 '망가지는' 캐릭터임에 분명했다.

최근 종영한 KBS 2TV 월화드라마 '직장의 신'속 미스김 캐릭터가 그랬다. 김혜수가 이 역을 맡은 것도 뜻밖인데 반응은 더 의외였다. 여배우라면 피해 갈 수 없는 외모 논란은 단 한 번도 없을뿐더러 심하게 망가지는 역이 방송된 다음 날은 "역시 김혜수"라는 찬사로 도배됐다. 왜일까. 김혜수는 왜 볼품없는 미스김 역을 맡았으며 왜 그렇게 망가졌을까. 그리고 왜 여전히 예뻤을까.

최근 종영한 KBS 2TV 월화드라마 직장의 신에서 미스김 역으로 망가지는 연기를 펼친 김혜수가 활짝 웃고 있다.
최근 종영한 KBS 2TV 월화드라마 '직장의 신'에서 미스김 역으로 망가지는 연기를 펼친 김혜수가 활짝 웃고 있다.

김혜수는 27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레스토랑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직장의 신' 종영 소감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미스김 역을 맡은 이유에 대해 오히려 "이런 캐릭터를 어떻게 다시 만나요. 오히려 (미스김을 맡은) 내 선택을 칭찬하고 싶은데"라고 반문했다. "드라마의 성격이 사회성을 내포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것은 코믹하게 풀어내요. 재미로 공감을 일으키면서 나름의 메시지를 주는 식이죠. 이 드라마 속에서 미스김은 일반적인 캐릭터가 아닌 독특한 캐릭터예요. 가공된 캐릭터이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느낌은 안 나는."

미스김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그럼에도 김혜수의 미스김 찬양은 끝이 없었다. "미스김은 만능이에요. 대중들 대부분은 사회적 약자잖아요. 각자 마음에 품었던 꿈을 미스김이 실현해주는 것에서 카타르시스가 느껴졌을 거예요. 실존하는 인물이 아닌 것은 알지만 나 역시도 마음에 품었던 그런 존재를 만나는 느낌이었죠."

과격한 코믹장면은 어땠을까. 그는 극 중 메주탈을 쓰거나 러시아어로 악을 쓰는 등 제대로 망가졌다. 그러나 반응은 의외였다. 대답은 "미스김이라면~"으로 시작했다.

"기본적으로 틀을 깨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어요. 미스김은 자기 업무라고 판단하면 자기방식대로 전력을 기울이는 캐릭터예요. '빨간내복신'이나 '메주쇼' 장면은 사실 웃기려고 넣은 장면이 아니라 캐릭터를 알리는 장면이었죠. 탬버린 하나를 흔들어도 수당으로 몇십만 원을 받는 인물인데 현란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한 것뿐이었죠. 어차피 대중들이 김혜수 얼굴 모르는 것도 아니고 이제 와서 예쁘게 보이는 게 중요할까요?"

배우 김혜수가 자신이 연기한 미스김을 실제로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배우 김혜수가 자신이 연기한 미스김을 "실제로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열심히 했고 그게 '망가진다' 혹은 '여배우의 이미지가 무너진다'고 생각한 적 없다"고 딱 잘라 말하는 모습에서 김혜수만의 당당함이 돋보였다.

캐릭터에 대한 사전에 철저한 분석을 자신만의 연기력으로 완성하는 배우의 노련함이랄까. 열심히 임했기 때문에 서운함도 없을 것 같지만 여전히 미스김을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었다.

"미스김은 히어로물 속 영웅 같은 캐릭터예요. 약자를 보호하고 나름의 확고한 정의도 있어요. 경쟁사회나 생존사회에서 비인간적인 시스템 속에서 자발적으로 생존하고 있는 인물이죠. 그러나 실제 미스김은 어딘가에 있을 거예요. 그런 미스김이 많아졌으면 좋겠고 내가 미스김이고 싶고. 사실 미스김을 연기하는 것보단 실제 만나는 게 더 하고 싶어요."

미스김 이야기를 내뱉으며 김혜수는 유난히 맑은 눈망울 더욱 반짝였다. 마치 사랑에 빠진 여성의 황홀한 표정이었다. 김혜수는 미스김이었다. 배우로서도 미스김처럼 일에 대한 프로페셔널한 마인드를 지니고 있었다. 현실적인 소재로 무장했지만 과장됐던 미스김이나 매우 휴머니즘적인 사고를 하고 있지만 외모가 비현실적(?)인 김혜수는 어딘가 닮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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