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의 눈] '아빠 어디가' 집 고르기가 아이들에게 왜 중요한가요?
  • 박소영 기자
  • 입력: 2013.04.15 10:39 / 수정: 2013.04.15 10:39
지난 1월 첫방송에서 김성주의 아들 민국이 안 좋은 집에 걸렸다며 울고 있다. /MBC일밤-아빠 어디가 방송 캡처
지난 1월 첫방송에서 김성주의 아들 민국이 '안 좋은 집'에 걸렸다며 울고 있다. /MBC
'일밤-아빠 어디가' 방송 캡처


[박소영 기자] "또 나쁜 집이야~ 엉엉"

MBC '일밤-아빠 어디가'가 1월 6일 첫방송 이후 15회까지 매주 의외의 홈런을 치고 있다. 짜고 치는 예능 프로그램에 지친 시청자들이 대본이 있다 해도 이해하지 못할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매력에 힐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반적인 포맷은 아빠와 아이의 출발 전 모습, 목적지로 가는 길, 마을에 도착해 집 고르기, 둘만의 휴식 시간, 마을회관에 모이기, 저녁 장보기, 식사, 취침 등 단순하지만 매회 신선한 상황 속에서 유쾌하고 감동적인 웃음을 자아내고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딱 하나가 마음에 걸린다. 아이와 아빠가 하룻밤 묵을 집을 고르는 과정에서 소위 '좋은 집'과 '나쁜 집'을 나누는 것, 이 때문에 '나쁜 집'을 피한 가족은 쾌재를 부르고 '나쁜 집'이 걸린 아이는 울음을 터뜨리는 그림이 씁쓸하게 대조되곤 했다.

'나쁜 집'에 자주 걸렸던 아이는 김성주의 아들 민국이다. 김성주-민국 부자는 지난 1월 6일 처음 떠난 강원도 오지 마을 춘천 품걸리에서 재래식 화장실에 상대적으로 오래된 집을 선택해 울상을 지었다. 민국은 길바닥에 주저앉아 대성통곡을 하며 "거기서 잘 바엔 밖에서 자겠다"고 할 정도였다.

비록 김성주가 제작진과 인터뷰에서 "차라리 잘됐다. 아들은 결핍을 모르고 자랐다. 집에서도 가끔 이런 뽑기를 하는데 저렇게 울면서 고집을 부리면 한 번의 기회를 더 줬다. 그래서 오늘도 기회가 있을 줄 알고 저렇게 고집을 부리는 거 같다. 나도 이렇게 모질게 한 적은 처음"이라고 설명했지만 방송 직후 집 때문에 투덜댄 민국에게 모진 소리가 쏟아진 건 사실이다.

다섯 아빠와 아이가 집을 고르며 평가하고 있다. /MBC 일밤-아빠 어디가 캡처
다섯 아빠와 아이가 집을 고르며 평가하고 있다. /MBC '일밤-아빠 어디가' 캡처

당시 시청자들이 뿔이 난 건 오래되고 허름한 집을 '안 좋고 나쁜' 집으로 치부하는 어른들의 태도였다. 낯선 환경에서 벌레가 있고 가축의 오물 냄새가 나는 집을 아이가 꺼리는 건 이해하지만 이를 "나쁜 집이 걸렸다"며 놀려대는 어른들이 오히려 순수한 아이들을 때 묻은 기준으로 이끌려는 듯했다. 이후 김성주-민국이 잤던 품걸리의 2번집은 방송에서 '안 좋은 집'의 대명사격이 됐다는 건 씁쓸한 일이다.

물론 김성주-민국 부자가 텐트 취침, 원터치 텐트 수난 등 여행 때마다 유난히 힘든 잠자리를 연달아 택하는 상황은 웃음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지난 2월 24일 방송된 네 번째 여행지에선 파란지붕집을 골랐지만 민국이 "예전에 잤던 2번 집이랑 다를 게 없는데"라면서도 전과 다르게 때 쓰지 않고 의젓하게 적응하는 태도도 여러 메시지를 담긴 했다.

다만 집을 고르는 과정에서 어른들의 '넓고 현대식 집=좋은 집', '낡고 오래된 옛날 집=나쁜 집'이라는 공식을 아이들에게 적용하려는 건 잘못된 행동이다. 화장실이 재래식이라면 아이에게 색다른 경험을 하게끔 도와주고 방이 좁고 거미줄이 벽에 쳐 있다면 둘이 부대끼고 잘 수 있어 좋다는 식으로 이끈다면 '낯선 시골 마을에서 아빠와 아이 단둘만이 서로 의지하며 마음을 나눈다'는 프로그램 기획의도를 온전히 따른 셈이다.

아빠와 아이, 둘이 함께 있다면 48평짜리 주상복합 아파트건 아담한 초가집이건 무슨 상관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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