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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화문 한진베르시움, 여의도 파크원, 용산개발 단지 (시계방향)는 건설이 중단돼 도심 속 흉물로 자리 잡았다. |
[박지혜 인턴기자] 서울시 도심 곳곳에 기약 없이 흉물스럽게 방치된 건축물과 공사현장이 새로운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시공사, 시행사 간의 갈등 혹은 자금조달의 문제 등의 이유로 건설이 중단된 건축물들은 도시의 미관을 해치는 것뿐만 아니라, 각종 범죄의 사각지대로 방치되 있기 때문이다.
◆10년 이상 방치…흉물로 전락한 ‘한진베르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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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진중공업은 10년째 한진베르시움 건설 공사를 중단하고 있다. |
지난 12일 국회에서 발표한 '방치건축물 정비를 위한 법제 개선방안'에 따르면 2010년 9월 말 기준으로 공사 중단 현장은 모두 795곳이다. 이 가운데 563곳은 방치된 상태며, 평균 8년가량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이상 방치된 건축물도 380개에 달했다.
비즈니스의 중심지로 꼽히는 서울 광화문에도 10년 넘게 방치된 대형 건축물이 있다. 지난 2002년 이후 완공 20%를 남겨놓은 채 방치돼 있는 ‘한진베르시움’이다.
10년 가까이 분양에 실패해 흉물스럽게 방치된 이 건물 주변은 수년 째 갈 곳 없는 노숙자들의 거주지가 되고 있다. 공사현장 곳곳에 놓여있는 컨테이너 등에서 노숙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들어 취사를 한 지도 이미 오래됐다는 게 지역 주민들의 설명이다.
문제는 공사재개 가능성이다. 지하 7층 ~지상 18층 크기의 오피스텔인 한진베르시움은 크고 작은 분쟁들로 얼룩져 이 건물의 건설, 분양에 참가한 기업들은 이미 수백억원의 손해를 본 상태다.
한진중공업은 시행사의 횡령으로 공사를 진행하지 못했고 이에 시공사 삼성물산은 한진중공업에 책임이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 때문에 한진중공업은 시공사 삼성물산에 732억원을 지급했고 시행사에 받지 못한 돈을 포함하면 피해액만 1000억원이 넘는다.
한진베르시움 측은 "여전히 공사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 시행사를 구하지도 못했고, 구체적인 날짜도 없다"고 설명하며 여전히 공사를 재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 소송, 자금 부족 등 공사 중단된 건물 ‘수두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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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의도 파크원(왼쪽), 용산개발단지가 건설이 중단됐다. |
여러 회사들의 사옥과 오피스텔이 밀집한 여의도에도 3년가까이 공사가 중단된 대형 건물이 있다. 총 공사비만 2조 3000억 원 규모로 4만 6465㎡ 부지에 지상 69층, 53층 오피스건물 2개 동과 지상 6층 쇼핑몰, 30층 높이 비즈니스호텔 등을 짓는 대형 프로젝트인 여의도 파크원은 ‘서울시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는 대대적인 홍보 속에서 2007년 공사를 시작했다.
여의도 파크원은 서울 시내 단일 면적 공사로는 최대 규모는 물론 세계적인 디자이너와 건설사들이 건축에 참가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공사가 절반도 채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토지주 통일교재단이 시행사 Y22디벨롭먼트에 계약 무효를 주장하며 '지상권설정등기 말소 소송'을 냈고 이후 2년 5개월간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시행사 Y22디벨롭번트는 파크원 공사재개에 대해 "공사가 지연되면서 시공사인 삼성물산이 1000억원이 넘는 피해를 보고 있고 이 공사와 관련된 업체들이 계속 피해를 보고 있다"라며 "소송이 언제 마무리 될지 몰라 공사재개는 여전히 미정"이라고 대답했다.
사업비 31조원 규모로 단군 이래 최대 프로젝트로 꼽히던 용산역세권개발 공사 현장역시 사업의 좌초로 인해 사업재개가 불투명해진 상태다. 2006년 시작된 용산개발 사업은 용산 철도정비창과 서부이촌동 일대 땅 56만여㎡를 재개발하는 초대형 프로젝트였지만, 지난 8일 파국을 맞아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이미 용산역 부근은 수십만㎡의 부지가 터를 닦아 놓은 상태다. 하지만 사업의 향방을 가늠할 수 없게 되면서 이 부지들이 언제까지 방치돼 있을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출자금을 고스란히 날릴 위기에 처한 민간출자사들과 2007년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돼 6년간 보상을 기다렸던 서부 이촌동 주민, 용산개발 사업 시행사와 최대 주주인 코레일, 서울시 등 이해관계자들 간 막대한 규모의 소송이 예고되고 있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용산개발사업 청산 후 소송전이 최소 2~3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