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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같은 코너킥 골을 넣은 레퀴야 SC의 남태희. / 스포츠서울 DB |
이번 주 축구 팬들은 눈이 즐거웠다. 남태희의 그림 같은 코너킥 골을 봤기 때문이다.
레퀴야 SC의 남태희는 지난 22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수하임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2~13시즌 카타르 스타스 리그 13라운드 알 제이시와 원정 경기에 선발 출전해 후반 에만 2골을 넣어 팀에 2-1 승리를 안겼다.
0-1로 뒤진 후반 13분 코너킥 기회에서 남태희는 오른발로 강하게 감아 찼고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린 공은 골키퍼 키를 넘겨 반대편 골 포스트를 맞고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축구 팬들은 오랜만에 본 ‘바나나킥’에 환호했다.
곧이어 이번에는 <더팩트>이 소개한 어이없는 코너킥에 축구 팬들이 박장대소했다. 리우 데 자네이루주 리그의 두케데카시아스에서 뛰고 있는 마르퀴뇨스는 21일 열린 브라질 카리오카 챔피언십 1라운드 보타포구와 원정 경기에서 코너킥 키커로 나섰으나 엉뜽 한 곳으로 차 망신살이 뻗쳤다. 두케데카시아스 선수들은 코너킥 기회를 얻자 상대 골문 앞으로 모여들었다. 그러나 마르퀴뇨스의 킥은 골대 훨씬 앞에서 골라인을 넘더니 골대 뒤에 있는 광고판으로 굴러갔다. 조기 축구에서도 나오지 않을 황당한 킥이었다.
그렇지만 이건 어디까지니 선수 눈높이에서 본 상황이고 일반인이면 코너 플래그가 꽂힌 곳에서 골대까지 차 올리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 게다가 감아 차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따지고 보면 197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에서는 선수들도 제대로 된 감아 차기를 하지 못하긴 했다.
축구 팬들이 무시무시한 감아 차기를 직접 눈으로 본 두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때 북한과 치른 준준결승에서 4골을 넣어 국내 팬들에게 이름을 널리 알린 에우제비오 다 실바 페레이라가 1970년 9월 포르투갈 리그의 벤피카 클럽 소속으로 한국에 왔다. 에우제비오는 당시 대표팀은 청룡과 백호로 운용되고 있었는데 서울운동장에서 열린 대표 2진 백호와 경기에서 30m가 넘는 장거리 프리킥을 엄청난 감아 차기로 성공해 국내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에우제비오가 미드필드 정중앙에서 오른발 안쪽으로 감아 찬 공은 강한 회전이 걸리며 큰 곡선을 그렸고 그대로 골대 오른쪽 끝 위에 꽂혔다. 이때 벤피카에는 움베르투 쿠엘류 전 대표팀 감독도 있었다. 벤피카는 백호를 5-0으로 크게 이겼고 청룡과는 에우제비오와 이회택이 한 골씩을 주고받아 1-1로 비겼다.
바로 전해인 1969년 서독의 귄터 네처는 ‘바나나킥’이란 말이 나오게 된 멋진 킥을 국내 팬들에게 선사했다. 그해 6월 이제 막 야간 조명 시설을 갖춘 서울운동장에서 벌어진 서독 분데스리가 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와 국가 대표 2진의 경기에서 귄터 네처는 코너킥을 그대로 골로 연결하는 ‘묘기’로 국내 팬들을 놀라게 했다. 당시만 해도 이런 골은 묘기로 표현됐다. 귄터 네처가 감아 찬 공은 골키퍼 뒤로 돌아 반대편 포스트 안쪽으로 들어갔다.
당시 국가 대표 1진은 1970년 멕시코 월드컵 예선에 대비해 유럽으로 장기 전지훈련, 이른바 ‘105일 유럽 원정’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요즘으로 치면 이운재격인 국가 대표 주전 골키퍼 이세연이 빠져 그 같은 골을 내줬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귄터 네처의 킥이 워낙 날카로웠다. 이때 신문 방송 등에서 붙인 이름이 ‘바나나킥’이고 뒷날 어느 과자 회사에서 만든 스낵 이름으로도 등장했다.
귄터 네처는 21살 때인 1965년 오스트리아와 친선 경기 때 A매치에 데뷔한 뒤 1975년 까지 서독 대표로 37차례 경기를 치렀고 6골을 기록했다. 1972년 벨기에서 열린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우승 주역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 왔을 때 25살의 한창 나이였다.
서독 축구계에서 롱패스에 일가견을 이룬 뛰어난 미드필더로 평가 받은 귄터 네처는 1974년 서독 월드컵 때 동독과 치른 조별 리그 경기에 후반 24분 투입돼 21분 동안 뛰기도 했다. 프란츠 베켄바워와 파울 브라이트너, 게르트 뮐러, 유르겐 그라보스키, 볼프강 오베라스 등 화려한 월드컵 우승 멤버들에 가렸지만 축구 팬들은 1960년대 말에 세계적인 선수의 코너킥 실력을 국내 경기장에서 직접 보는 흔치 않은 기회를 가졌다.
더팩트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