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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최강희(왼쪽)와 주원이 7급 공무원 포스터에서 총을 겨눈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MBC제공. |
[ 박대웅 기자] MBC 새 수목드라마 '7급 공무원'이 원작 영화와 뚜렷한 차별성을 앞세워 쾌조의 출발을 보였다. 특히 영화와 다른 남녀 주인공의 캐릭터, 웃음과 스토리를 풍성하게 하는 주변 인물들의 호연, 단숨에 극의 긴장감을 높이며 무게중심을 잡은 엄태웅의 활약이 눈부셨다.
# 주원-최강희, 원작 캐릭터 뒤엎다
23일 첫 방송된 드라마 '7급 공무원'은 국정원 소속 요원들의 로맨스라는 영화의 기본적인 콘셉트를 제외하고 전혀 새로운 내용으로 시청자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특히 주연을 맡은 주원과 최강희의 캐릭터가 빛났다. 주원은 어린 시절 감명 깊게 본 영화 '007'시리즈에 매료돼 국가정보원 요원의 길로 들어선 한길로를 연기했다.
졸부 아버지 덕분에 남부럽지 않게 풍요를 누리고 사는 한길로는 사격, 격투술, 자동차 레이싱 등을 두루 섭렵했지만 공부는 하지 않아 매번 요원 채용 시험에서 떨어진다. 하지만 삼수 끝에 국정원 요원이 되고, 어머니 성화에 못 이겨 본 맞선 데이트에서 인연인지 악연인지 모를 김서원(최강희 분)과 다시 만나 본격적인 이야기를 풀어 간다. 자유분방한 신세대의 모습으로 영화 속 강지환이 연기한 '찌질남' 이재준과 대비된다.
최강희 또한 영화 속 '완성형 요원' 안수지(김하늘 분)와 다른 평범한 모습으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최강희는 한도까지 꽉 채운 학자금 대출로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며 검도 사범, 백화점 주차 요원, 편의점 알바까지 다양한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 가는 김경자와 거짓말로 시작된 외교관 집 딸 김서원을 연기하며 88만원 세대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 줬다. 김하늘이 영화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의 안젤리나 졸리와 닮았다면 최강희는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캔디형 요원에 가깝다.
# 주변 인물, 스토리에 풍미 더하다
통상 2시간 이내에 마무리되는 영화와 달리 드라마는 긴 호흡이 필요하다. 때문에 주요인물을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활약이 중요하다. '7급 공무원'에 출연한 독고영재와 임예진, 이한위와 김미경은 각각 주원과 최강희의 부모로 극의 재미와 스토리를 풍성하게 했다.
이날 방송에서 독고영재와 임예진은 주원을 압박해 맞선 데이트에 나서게 하는 중요한 일을 했다. 이한위와 김미경 또한 억척스러운 생계형 신입 요원 최강희 캐릭터의 설득력을 높였다. 첫 방송이긴 하지만 이들은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의 단순한 구성에서 주위를 환기하는 배역으로 톡톡히 제 몫을 했다. 영화에 없는 주변 인물들의 활약, 드라마 '7급 공무원'이 영화의 그림자를 지운 이유 가운데 하나다.
# 강렬한 첫 등장, 엄태웅 '살아 있네'
원작에 없는 새로운 인물의 등장은 단연 극의 차별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엄포스' 엄태웅은 첫 등장부터 강렬한 포스를 뽐내며 극의 긴장감을 높였다. 첫 방송에서 엄태웅은 천재 산업스파이 최우혁 역으로 새로운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귀국했다.
5년 전 국정원 요원을 살해한 전력이 있는 최우혁은 성형수술도 하지 않은 채 당당하게 공항을 통과했다. 또 "한국 음식 먹고 싶지 않았냐"는 질문에 "한국, 그 나라 이름만 들어도 구역질 나"라며 적개심을 드러냈다. 이어 주원과 그의 아버지 독고영재의 사진과 프로필을 살피며 주원과 대결 국면을 예고했다. 타이틀 롤로 어느 작품이건 거뜬하게 해 낼 배우, 엄태웅이 드라마 '7급 공무원'에서 '신 스틸러'로 대박 드라마의 조짐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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