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올해의 이슈녀] ① 간루루, 노출여왕의 뜨겁고도 차가웠던 1년
  • 박설이 기자
  • 입력: 2012.12.29 08:00 / 수정: 2012.12.29 08:00

[더팩트|박설이 기자] 그야말로 노출의 새 패러다임이었다. 올 봄 대중 앞에서 치골과 가슴골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옷차림으로 엄마의 손을 잡고 그토록 당당한 자태로 세계의 눈이 모인 모터쇼에 등장한 간루루의 모습은 가히 충격 그 자체였다.

하지만 최근 그를 향한 대중의 평가와 시선은 차갑기 그지없는 것이 사실이다. 노출에서 시작해 친모, 그리고 친동생과 저지른 일련의 기행들이 구설수에 오르며 독특한 캐릭터라는 이미지마저 퇴색되어가고 있다. '노출여왕'으로 새로이 태어났다 논란과 함께 한 해를 마감하게 된 간루루의 2012년을 되짚어보자.

◆ 베이징모터쇼, 세계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다

지난 4월 베이징모터쇼에 나타난 간루루(오른쪽)와 그의 모친./웨이보 캡처
지난 4월 베이징모터쇼에 나타난 간루루(오른쪽)와 그의 모친./웨이보 캡처

파격적인 노출은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대중은 그의 등장에 대한 소식에 '이번에는 또 어떤 노출 의상을 입었을까?'부터 궁금해하곤 한다. 그 시발점이 된 것이 바로 지난 4월 베이징 국제전람센터에서 열린 '2012 베이징 모터쇼'다.

당시 간루루는 기존의 모터쇼 모델들과는 차원이 다른, 관람객들의 눈을 휘둥그레하게 만들 노출 의상을 착용해 등장과 동시에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앞선 2010년 인터넷에 모친이 촬영한 샤워 동영상을 게재해 '중국 제일의 누드모델'로 불리게 된 간루루는 2012년 모터쇼에 화려하게 등장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게 됐다.

이 모터쇼에서 간루루는 과감한 디자인의 블랙 점프수트 차림으로 등장해 시선을 집중 시켰다. 가슴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홀터넥에 허리와 치골이 노출된 디자인의 의상에 관람객과 기자들은 차는 뒷전이고 간루루를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기 바빴다. 간루루는 "옷인지 속옷인지" "노출 중독 환자다" 등 네티즌의 부정적인 반응을 야기하긴 했지만 유명해지기 위한 방법으로는 최고였다. 간루루의 모터쇼 노출은 중국을 넘어 아시아와 유럽 등지에서도 보도되며 화제를 낳았다.

◆ 갈수록 태산, 강도 높인 강력 노출 '반 하의실종'

중국에서 화제가 된 간루루의 반 하의실종 의상./현장 영상 캡처
중국에서 화제가 된 간루루의 '반 하의실종' 의상./현장 영상 캡처

베이징 모터쇼에서 관심을 독차지한 지 한 달 후 간루루는 또 다시 박람회장에서 난감한 노출을 선보였다. 5월 상하이에서 열린 국제 주방 욕실설비 박람회에 초대 받은 간루루는 은빛의 '반 하의실종' 의상을 입고 한쪽 엉덩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 관람객들을 놀라게 했다.

뿐만 아니다. 욕조 시연 행사에서는 중요 부위만 아슬아슬하게 가린 전신 시스루 란제리 차림으로 욕조 물 속에 들어가는 퍼포먼스를 펼쳐 중국인들을 경악케 했다. 간루루 시연 행사가 열리자 박람회장 내 관람객이 갑자기 몰려들어 일대 혼란이 일기도 했다.

간루루의 등장은 박람회 홍보는커녕 참가 업체에 민폐만 끼쳤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간루루가 또 다시 박람회장을 자신만의 무대로 변질시킨 소식이 전해지자 네티즌들은 "저속함의 끝이다" "점점 도를 더해간다" "정부에서 좀 막았으면 좋겠다"며 간루루를 질타했다.

2012 중국 피혁 패션위크 무대 위에 오른 간루루./주주하오, 하닝촹타이 웨이보 캡처
'2012 중국 피혁 패션위크' 무대 위에 오른 간루루./주주하오, 하닝촹타이 웨이보 캡처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대중의 뜨거운 관심에 탄력을 받은 간루루는 또 다시 노출에 도전했다. 6월 저장성 하이닝에서 열린 '2012 중국 피혁 패현위크' 런웨이 무대에 오른 간루루는 피혁 패션쇼에 맞게 가죽 노출 의상을 선보였다. 그 어느 곳보다도 모델인 간루루가 등장하기에 가장 알맞은 행사였다.

온라인 상에서 간루루를 향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현장에서 그의 인기는 대단했다. 간루루가 출연한다는 소식에 패션쇼 객석은 남성팬들로 가득 찼고, 마지막 순서에 간루루가 등장하자 뜨거운 박수와 함성이 쏟아졌다.

간루루는 이날 행사에서 화제가 된 바 있는 '반 하의실종' 디자인의 가죽 점프수트 등의 가죽 소재 노출의상을 입고 당당한 워킹을 선보이며 '노출 여왕'의 면모를 뽐냈다.

◆ 유명세가 부른 민낯 논란 "얼굴은 벗지 마세요"

간루루의 민낯 사진이 공개되자 네티즌의 조롱이 이어졌다./웨이보 캡처
간루루의 민낯 사진이 공개되자 네티즌의 조롱이 이어졌다./웨이보 캡처

몸매에만 집중되던 대중의 눈길은 이제 화장을 벗은 일상 속 간루루로 향했다. 간루루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던 네티즌들은 그의 일상 사진 속 민낯을 찾아내 조롱했다.

사진에서 간루루는 욕실을 배경으로 화장을 거의 하지 않은 상태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공식석상에서의 화려하고 섹시한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데다 화장을 지운 후 드러난 울긋불긋한 피부는 생기가 없어 나이가 들어보이는 모습이었다.

짧은 시간 안에 중국인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인지도를 쌓은 간루루의 민낯은 중국 SNS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화제가 됐다. 간루루의 본모습을 본 네티즌들은 "제발 얼굴은 벗지 마" "30대 후반 같다" "어차피 간루루 얼굴은 안 보니까" 등 조롱과 비난의 댓글로 간루루를 공격했다.

◆ 벗을 수록 치솟는 몸값, TV 진출 그리고 2천만원

간루루(오른쪽)가 재벌 제작자 덩젠궈(왼쪽)와 손을 잡아 화제를 모았다./바이두닷컴
간루루(오른쪽)가 재벌 제작자 덩젠궈(왼쪽)와 손을 잡아 화제를 모았다./바이두닷컴

간루루의 끊임없는 노출 마케팅이 종국에는 빛을 봤다. 유명 드라마 제작자의 제안으로 중국 유명 TV 드라마 시리즈인 '공주출산3'에 출연하게 된 것. 지난 7월 간루루는 장나라의 '댜오만공주'를 제작한 거성영화사의 덩젠궈(53)와 시끌벅적한 계약 발표회를 열었다. 조작과 노이즈 마케팅으로도 악명이 높은 덩젠궈 답게 간루루와 공식석상에서 포옹과 볼 키스를 나누고 "간루루는 홍콩 샴류 배우들보다 훨씬 수준이 높다. 부지런히 일을 해 돈을 버는 것 뿐이다"며 간루루의 행보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계약 발표 행사에서 간루루는 "텔레비전 드라마 사상 가장 과감한 노출에 도전한다"고 선언해 관심이 집중됐다. 간루루는 '공주출산' 3부에서 섹시한 팜므파탈 친퍄오퍄오 역으로 출연하기로 했다. 덩젠궈는 "노출은 중요 부위를 드러내 법을 어기지 않는 한 괜찮다"고 말해 시청자의 기대를 높이기도 했다.

간루루는 이날 전통의상 안에 비키니를 입고 무대에 올라 옷고름을 풀고 옷을 벗는 깜짝쇼를 벌이며 '노출여왕'의 면모도 잊지 않았다.

한편 TV까지 진출하며 올라가게 된 간루루의 인지도는 그의 행사 몸값도 함께 상승 시켰다. 이미지 하락도 불사한 부단한 노력에 이슈메이커가 된 간루루의 행사 몸값은 무려 우리돈 2천만원.

그의 몸값은 '공주출산' 출연을 계기로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제작자 덩젠궈는 "간루루가 유명해진 후 몸값이 6자리 숫자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는 매 행사 출연마다 최소 10만위안, 우리돈 1800만원을 받는다는 의미다. 특히 간루루가 출연한 드라마 '공주출산'에서는 출연진 통틀어 간루루가 가장 많은 출연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 노출 전성시대, 쏟아지는 '제2의 간루루'

중국 청두 모터쇼가 모델들의 노출 의상으로 선정성 논란을 야기했다./현장 영상 캡처
중국 청두 모터쇼가 모델들의 노출 의상으로 선정성 논란을 야기했다./현장 영상 캡처

간루루가 노출로 인기의 맛을 보자 그를 따라 과감한 노출을 감행하는 '제2의 간루루'들이 우후죽순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간루루 덕분에 중국은 바야흐로 노출 전성시대를 맞았다. 간루루가 등장한 베이징 모터쇼가 화제가 된 후 중국 곳곳에서 열린 모터쇼 등 박람회와 게임쇼에는 과감한 차림의 모델들이 쏟아져 나왔다.

노출 열풍으로 모델을 보러 쇼 현장을 찾는 관람객이 많아져 흥행에는 분명 유효했지만 정작 쇼의 주인공인 자동차는 뒷전이 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관람객들이 이제 박람회에 기대하는 것은 자동차 등 상품이 아닌 섹시한 모델이 돼 버렸다.간루루를 향한 비난이 점차 거세진 것도 그가 박람회 현장을 주객전도로 만든 첫 주자였던 탓이다.

◆ 친동생 벗기고 내리막길…방영 금지 처분까지

간루루가 여동생 간마오마오와 함께 선정적인 장면 일색인 뮤직비디오를 찍어 논란이 됐다./해당 영상 캡처
간루루가 여동생 간마오마오와 함께 선정적인 장면 일색인 뮤직비디오를 찍어 논란이 됐다./해당 영상 캡처

지난 2010년 친모가 찍은 샤워 동영상을 공개한 간루루의 등장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친모가 딸의 노출 영상을 직접 촬영해 유포를 시킨 사건은 그야말로 상식 밖의 기행이었다.

2012년에도 간루루 모녀의 쇼킹 사건은 계속됐다. 올해는 간루루의 친동생인 간마오마오까지 합세해 막장 행보를 걷고 있다. 지난 9월 싸이의 '강남스타일' 패러디 영상에 언니, 모친과 함께 등장해 얼굴을 알린 간마오마오는 지난 11월에는 란제리 차림의 파격 노출 영상에서 출연했다.

간마오마오는 간루루의 노래 '아이니'(愛你)의 뮤직비디오에서 전신 망사 타이즈를 입고 출연해 '자매 노출증'으로 논란을 낳았다. 간루루와 간마오마오의 뮤직비디오를 본 네티즌들은 "자매가 뭐하는 짓인가" "모녀 전부 제정신이 아니다" "최악의 패러디"라는 혹평을 쏟아냈다.

간루루 모녀가 방청객과 설전을 벌여 해당 프로그램에 방영 금지 처분을 받았다./유튜브 영상 캡처
간루루 모녀가 방청객과 설전을 벌여 해당 프로그램에 방영 금지 처분을 받았다./유튜브 영상 캡처

하지만 대중의 시선을 맛본 가족은 지나친 '관심 중독'으로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지난 11월 장쑤성 교육채널의 퀴즈 프로그램 녹화 현장에서 방청객과 욕설을 해가며 설전을 벌인 것.

간루루 모녀가 방청객과 말싸움을 하는 모습은 영상에 담겨 인터넷에 확산됐고, 이들 모녀를 못마땅히 여기던 네티즌들의 공격이 이어졌다.

하지만 문제는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며 완벽하게 등을 돌린 대중뿐이 아니었다. 광전총국은 "매체의 사회적 책임을 망각하고 무대에서 추악한 언행으로 사회에 악영향을 끼친 데 응당 엄격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면서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방영 금지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간루루 측은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 간루루의 모친은 "돈을 받고 프로그램에 나갔으니 효과가 있기를 바라는 게 당연하고, 어쩔 수 없이 장단 맞춰 줬다"며 관객과의 설전이 조작된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간루루 측의 주장은 그러나 오히려 네티즌의 더 큰 반발만 샀다. 네티즌들은 "이제 제작진 탓을 하나" "도저히 납득이 안 가는 변명이다" 등 반응으로 간루루 모녀를 비난했다. 이미지 실추와 방송 금지가 될지 모른다는 리스크를 안고 이들 가족을 무대로 부를 방송사는 당분간 나타나지 않을 듯 하다.

인지도를 놓고 본다면 간루루는 연예인으로서 성공적인 한 해를 살았다고 할 수 있다. 노출 의상 한벌로 중국인의 대부분이 그를 알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루루 가족의 미래에 있어 2012년이 과연 성공적인 시간이었는지는 의문이다. 여전히 벗기 전략을 고수하고 있는 '노출여왕'이 대중의 힐난과 질타 대신 칭찬과 공감을 얻는 스타가 되기에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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