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현장] 박진영 "내가 봐도 유사한데…고의 표절은 자살행위!"
  • 심재걸 기자
  • 입력: 2012.11.07 19:11 / 수정: 2012.11.07 19:11
재판을 마친 박진영이 자신감있는 표정으로 법원 복도를 걸어가고 있다./배정한 기자
재판을 마친 박진영이 자신감있는 표정으로 법원 복도를 걸어가고 있다.
/배정한 기자


[심재걸 기자] 박진영이 목청을 크게 높였다. 이번엔 화려한 무대, 오디션 심사위원석도 아니었고 법정에서였다. 작곡가 김신일과 표절을 둘러싸고 1심에서 패소한 박진영은 7일 오후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첫 공판에 직접 참석했다. 평소 '달변가'로 명성을 쌓은 만큼 박진영은 변호사가 따로 없어도 될 정도로 자신의 입장을 논리정연하게 풀어갔다. 이에 질새라 김선일 측도 만만치 않게 팽팽히 맞섰고, 현장은 한 편의 법정 드라마를 연상시켰다.

착잡, 두근두근
'착잡, 두근두근'

◆ "어디 겁나서 곡 만들겠나"

차분한 분위기에서 열린 재판은 박진영의 호소로 시작됐다. 박진영은 착찹한 어조로 "겉으로 태연한척 하지만 연예인은 오늘 같은 날 참 고통스럽다"며 "며칠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고 이러한 일을 당하지 않으려고 애를 많이 썼는데 내겐 악몽같은 일이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JYP엔터테인먼트, 노래를 부른 아이유의 소속사, 곡이 삽입된 드라마를 내보낸 KBS 등이 김신일의 곡과 유사한 점을 미리 발견하지 못해서 이런 일이 생겼다. 3사 중 하나라도 알았다면 꼭 말했을 것이고 그러면 당장 고쳤다. 음 하나, 화성 하나 바꾸면 이 고통을 안 당하는데 그 일이 작곡가에겐 쉬운 일이다"라고 했다.

박진영은 흔들리지 않는 어조로 "1심 재판 이후 너무 답답해서 18년간 만들어온 500여곡을 다 들어봤다. 다행히 같은 화성을 진행한 다섯 곡을 찾아냈다. 세 곡은 김신일이 발표하기 전에 만든 노래다. 김신일의 주장대로면 내 화성 진행을 그가 베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실 두 곡이 유사한 건 사실이다. 대중이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음은 한정적이다. 그 안에서 1000만곡이 발표됐고 매년 국내에서만 3만곡이 나온다. 두마디 비슷한 게 안 나올 수 있겠나. 내가 표절 판결 받는다면 앞으로 작곡가들이 겁이나서 창의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피고의 변이 끝나자 박진영의 변호인은 "후렴구, 도입부가 반복되고 이게 50% 넘는 비중을 차지한다고 주장하는데. 피고가 작곡한 곡이 대부분 동일한 구성이다. 2000년부터 그리고 '노바디' 역시 마찬가지다. 쉽게 찾아서 들을 수 없었던 김신일의 곡을 듣고 이곡이 나왔겠나, 자신이 과거 작곡한 방식의 변형·응용해서 나왔겠나. 후자가 합리적 추론"이라고 거들었다.

그러면서 "1심에서 재판부가 인사이동이 있었고, 음악저작권협회의 자료도 없이 진행되고 판결된 면이 있다"라고 법원을 직접적으로 꼬집기도 했다.

어색한 미소.
어색한 미소.

◆ "박진영 논리는 괴변이다!"

박진영의 주장을 한참 듣고 있던 김신일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김신일은 "박진영도 힘들었지만 나도 마찬가지"라며 "소송을 피하기 위해서 접촉했을 때 사실 JYP쪽에서 굉장히 인격적 모독을 줬다"고 강한 어조를 유지했다.

이어 "그 일만 없었다면, 유사하다는 것을 지금처럼 인정하고 들어왔다면 충분히 용인할 수 있었다. 이 자리까지 오진 않았다. 일단 작곡가와 작곡가의 싸움이라고 하지만 내겐 작곡가와 회사의 싸움이었고 한 개인으로서 상당히 힘들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표절 부분에 대해선 "박진영 쪽은 가락, 화성, 리듬, 템포 등을 따로 떼어내서 비슷한 곡들을 끄집어 내고 있다. 하지만 '섬데이'는 모든 조건이 비슷했다"고 박진영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내가 찾아낸 것도 아니고 네티즌들이 방송을 보자마자 증거자료를 모으면서 알게됐다. 사람들이 쉽게 찾는 걸 왜 3사는 알지 못했는지 의심스럽다. 어쨌건 표절 사건은 예술인에게 힘든 일이다. 하지만 나와 관계없는 감정인들에게 의뢰를 거쳤고 그 토대로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또박또박 말했다.

김신일의 변호사 역시 "동일한 게 4마디, 유사한 게 8마디. 이건 곡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음악의 다섯가지 요소가 이렇게 동일하기는 확률공식만 따져도 힘들다"며 "복제했다는 건 피고의 자백이 없는 이상 입증하기 힘들겠지만 정황 증거와 접근 가능성으로 유추할 수 있다. 두 작곡가 사이에 공동으로 작업했던 동일한 인물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또 "작곡하는 사람이라면 노래를 잠시만 스쳐 들어도 재연 가능성이 높다. 이게 표절이 아니면 대중음악의 표절은 앞으로 인정되기 어려울 것이다. 피고의 주장은 대중음악에 표절은 없다고 하는데 괴변이다. 한국음악계 리더인 피고가 이번 일을 솔직히 인정하고 앞으로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선도적 역할을 해달라"고 박진영을 압박했다.

박진영이 취재진에 둘러싸여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박진영이 취재진에 둘러싸여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 "고의 표절? 자살행위를 내가?"

김신일 쪽에서 반박 주장을 마치자, 박진영이 다시 일어섰다. 그는 "고의적 표절, 무의식 표절, 둘 중 하나여야 하는 문제를 뒤엉켜서 주장하고 있다"며 핏줄을 세웠다.

박진영은 "KBS, JYP, 아이유 회사 등이 못찾았다는 부분은 고의적 표절을 말하는 거다. 김신일의 노래와 유사하다는 것을 알았다면 손해날게 뻔한데 절대 안했을 것"이라며 "내가봐도 이렇게 유사한데 이건 자살행위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면 무의식 표절이 남았다. 나는 '귀향'이란 노래를 수백번 넘게 들었다. 무의식이라면 그 곡을 듣고 했겠지 김신일 노래가 아니었을 것이다. 현재 음원차트에서 3위 중인 긱스의 노래도 내 노래와 같은 화성이다. 김신일은 대중가요에는 없는 재즈 화성이라고 하는데 말이다"고 반박했다.

또 박진영의 변호사는 "대중가요에 표절이 없다고 말하지 않았다. 어문이나 미술보다 음악에 있어서 표절은 좀 더 엄격하게 단정지어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김신일 쪽에서 괴변이라고 말하는 부분을 바로 잡았다.

1시간 가까이 진행된 공판 내내 착찹한 표정을 지은 박진영은 재판이 끝난 뒤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법원을 빠져나갔다. 다음 기일은 12월 12일로 정해졌다.

박진영은 지난해 7월 김신일로부터 1억 1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했다. 박진영이 작곡하고 KBS2 드라마 '드림하이'에 수록된 '섬데이'를 두고 김신일은 자신의 곡 '내 남자에게'를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2월 1심은 박진영의 표절 혐의를 일부 인정하고 원고에게 위자료로 2167만원을 지급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박진영은 곧바로 항소하고 2심을 준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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