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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 삼성가의 3세들이 같은 분야에서 격돌한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 (왼쪽 시계방향) |
[ 오세희 기자] 범 삼성가의 3세들이 같은 분야에서 격돌한다. 그동안 서로 동일한 분야 사업을 조심스러워했던 그들이지만, 점차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한 영역에서 대결이 불가피해졌기 때문. 특히 신세계 정용진·정유경 남매와 삼성 이부진·이서현 자매가 면세점, 패션사업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게 됐다.
◆ 이부진 vs 정용진, 면세점 대결
신세계 계열 조선호텔은 지난 5일 (주)파라다이스글로벌과 파라다이스면세점 지분 81%를 931억5000만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파라다이스는 나머지 지분 19%를 보유하며 면세점 운영에 협력하기로 했다. 기존 롯데와 신라가 양분하고 있던 면세점 시장에 유통강자 신세계가 새롭게 진출하게 된 것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오랜 기간 면세점 사업 진출을 준비해 왔다. 2005년 부산에서 '신세계 센텀시티' 개발계획을 발표할 당시에도 면세사업 진출 의지를 밝히며, 면세점 사업이 신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는 언급으로 신세계의 면세점 진출이 얼마 안 남았음을 알렸다. 이후 신세계 센텀시티에 면세점 사업매장을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신세계의 면세점 사업 진출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신라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부진 사장과의 경쟁이다. 두 사람 모두 범 삼성가의 3세들인데다, 면세점 사업은 이 사장이 공을 들이고 있는 영역이기 때문. 이 사장은 지난해 인천면세점 내 루이비통 매장을 세계 최초로 유치하면서 신라면세점의 실적 향상에 공을 세운 만큼 사촌간 대결에 업계의 관심이 쏠렸다.
◆ 이서현 vs 정유경, 동생들은 패션사업 격돌
이 사장과 정 부회장이 면세점 사업에서 경쟁을 시작하기 앞서,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과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은 패션사업에서 격돌해 왔다. 먼저 경영일선에 뛰어든 것은 정 부사장이다. 1996년 조선호텔에 입사한 후 외식, 패션 사업에서 집중해 왔다. 이 부사장은 2002년 제일모직에 입사한 후 2010년 제일모직 부사장에 오르며 삼성가 패션사업을 키워왔다.
이 부사장과 정 부사장은 둘 다 패션을 전공해 그들의 패션사업 내 상봉은 어느 정도 예정돼 있었다. 정 부사장은 이화여대 비주얼디자인 전공으로 입학한 이후 다음해 미국으로 건너가 로드아일랜드디자인스쿨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했다. 이 부사장 역시 세계 3대 패션학교로 불리는 파슨스디자인스쿨을 졸업했다.
최근에는 정 부사장과 이 부사장 모두 패션업에 활발한 확장을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 부사장은 직접 진두지휘한 에잇세컨즈로 SPA 시장에 진출해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고 있다. 여기에 신규브랜드 '바이크 리페어 샵(BIKE REPAIR SHOP)'을 론칭하고, 미국 멀티숍 '블리커' 개점을 준비하는 등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정 부사장도 마찬가지다. 정 부사장은 신세계인터내셔날을 통해 조르지오 아르마니, 코치, 돌체&가바나 등의 사업에 보브, 지컷, 자연주의, 톰보이 등 자체 브랜드를 강화했다. 지난 6월에는 스트리트캐주얼 편집숍 30데이즈마켓을 론칭해 새로운 개념의 편집숍을 오픈했다.
◆ 규모 작은 신세계 남매, 몸집 키워가는 중
삼성가와 신세계 3세들의 격돌을 두고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아직 삼성가 자녀들의 우세로 보고 있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부사장이 자신들의 자리를 확고히 다졌기 때문. 이 사장은 면세점 사업에서 공고히 자리매김해 왔다. 국내 면세사업은 신라면세점과 롯데면세점과 양강구조로 지난해 신라면세점의 점유율은 28.3%를 차지했다.
매출도 꾸준한 성장세를 이뤘다. 신라면세점 매출은 지난해 1조5018억원을 기록했으며 2010년 매출액을 기준으로 세계 면세점 10위에 랭크됐다. 또한 신라면세점은 국내 유통업계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상반기 매출 905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2%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601억원으로 집계돼 전년동기(152억원) 대비 4배가량 늘었다.
이 부사장이 이끄는 제일모직 역시 국내 1위 패션업체로 자리 잡고 있다. 올해 제일모직의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각 1조5129억원, 1032억원을 달성해 분기기준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대비 2.2% 신장했고, 영업이익은 64.6%나 신장했다. 패션 및 기타 산업의 반기 매출도 8961억원으로 36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삼성가 자녀들이 각 분야에서 뚜렷한 실적을 내고 있는 만큼 업계에서는 신세계 남매가 얼마나 사업을 확장해 나갈지 주목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면세점 사업에 특별한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신세계는 이번 면세점 인수로 부산 지역에 백화점과 호텔로 이어지는 '관광·쇼핑 벨트'를 구축하게 돼 면세점 사업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면세점은 아직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심사 관련해서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이다. 파라다이스 면세점에서도 실사를 하고 있는 중이라 아직 경쟁 단계라고 보기 어렵다. 면세점 사업은 아직 시작도 안했다"며 "패션사업도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정유경 부사장의 지분이 적기 때문에 범삼성가 대결로 보기 어렵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이에 대해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서는 이야기할 사항이 없다"고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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