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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모펀드업계 '큰 손' MBK파트너스가 최근 대형 M&A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시면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황진희 기자 |
[성강현·황진희 기자] MBK파트너스(이하 MBK)는 국내 사모펀드(PEF) 시장에 ‘토종’ 바람을 몰고 온 국내 사모펀드의 맏형이자 ‘큰 손’이다. 조(兆)단위의 M&A(인수합병)에 입찰할 수 있는 유일한 국내 사모펀드인 MBK가 최근 하이마트, 웅진코웨이, 우리금융 등 대형 M&A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하이마트의 경우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가 스스로 인수 포기를 결정,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다. 일각에선 사모펀드의 생명줄인 자금조달에 비상등이 켜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MBK에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 MBK파트너스는?
지난 2005년에 설립된 MBK는 국내를 넘어 동북아시아 최대의 사모펀드로 평가받는다. 운용자금만 38억달러(약 4조2800억원)에 달한다. 2005년에 만든 1호 펀드(1조원)와 2008년에 조성한 2호 펀드(1조5000억원)로 지금까지 아시아 최고의 기업 16개를 사들였다. 인수 기업의 매출액을 모두 합치면 202억달러(약 22조7600억원)가 넘는다. 규모만 놓고 봤을 때,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두산그룹을 앞서는 재계 11위권 규모다.
1호 펀드로 사들인 기업은 베이징보웨이공항지원(중국), 한미캐피탈(한국), HK저축은행(한국), 차이나네트워크시스템즈(대만), 야요이(일본), C&M(한국), 루예제약(중국), 타사키(일본), 갈라TV(대만) 등이다. 2호 펀드로 사들인 기업은 두산테크팩(한국), 유니버설스튜디오재팬(일본), 영화엔지니어링(한국), GSEI(중국), 금호렌탈(한국), 인보이스(일본), 뉴차이나생명(중국) 등이다. 인수기업은 한국 6개, 중국 4개, 일본 4개, 대만 2개 등으로 고르게 분포돼 있고, 현지 사무소는 서울, 홍콩, 상하이, 도쿄 등에 포진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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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K파트너스는 아시아 기업 16곳을 인수했고, 이 중 4곳의 투자회수가 성공했다. |
◆ 투자회수 저조, 자금조달도 난항?
그러나 MBK가 투자금 회수에 성공한 곳은 우리파이낸셜, 차이나네트워크시스템즈, 루예제약, 갈라TV 등 4곳에 불과하다. MBK가 기존 기업을 사들여 기업 가치를 끌어올린 다음 되팔아 차익을 얻는 바이아웃 펀드(buyout fund, 기업인수 펀드)인 점을 감안하면, 투자회수 실적은 저조한 셈이다. 특히 HK저축은행이나 C&M은 기업가치보다 높은 값에 사들였지만 현재 저축은행업계와 케이블시장의 업황 둔화로 매각이 지연되고 있다.
투자회수 실적이 저조하다보니 자금을 조달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인수(투자)와 매각(투자회수)이 활발히 이뤄져야 평판이 올라가 투자금을 더 많이 유치할 수 있는데 여기에 제동이 걸렸다. 올해 들어 하이마트, 웅진코웨이, 우리금융지주 인수전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신 것도 자금조달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사모펀드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MBK는 1호와 2호 펀드 자금을 완료한 뒤, 최근 3호 펀드의 자금을 모집하고 있지만 신통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에서도 2008년 1조5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한 2호 펀드는 약정액 중 아직까지 소진하지 못한 7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보유하고 있다.
사모펀드는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의 돈을 모아 펀드를 조성한 뒤 3~5년 안에 기업을 인수하고 되팔아 그 차익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오롯이 투자자만 모여 있는 사모펀드인 MBK는 한국에서 모든 투자금을 받아 한국을 비롯해 홍콩, 중국, 대만 등에 투자해야 하는 만큼 투자금 조건이 까다롭다. 그러나 MBK의 2호 펀드의 남은 자금 7000억원은 아직까지 마땅한 인수기업을 찾지 못해 대기하고 있다. 투자자들에게 제공받은 자금도 4~5년 후에 돌려줘야 하지만 기간이 촉박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 전문가는 “2호 펀드에 남아있는 7000억원의 자금은 포트폴리오 투자 원칙이 적용된 블라인드 펀드 규정에 따라 남은 잔여액을 한꺼번에 기업 인수에 소진하기 어렵다. MBK가 기업인수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라면서 “남아있는 7000억원을 상당부분 소진하지 못할 경우 당분간 자금모집이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 MBK의 인수 도전장 ‘시끌벅적’
최근 MBK가 하이마트, 웅진코웨이, 우리금융 인수전에 활발히 도전장을 내미는 것도 펀드 운용에 대한 압박감 때문으로 보는 분석도 제기된다. 그러나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어 실제 인수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하이마트 인수의 경우만 하더라도 1조2000억원의 자금이 소요된다.
지난 6월25일 하이마트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MBK는 7월3일 인수 포기를 결정했다. MBK가 하이마트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하이마트 주가가 급락했고, 재무적투자(FI)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던 투자자들이 MBK가 돌연 하이마트 지분 투자에 나서자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MBK 주주 80% 이상이 하이마트 인수 반대를 선언했다. 때문에 하이마트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2주간 부여받고도 예정됐던 자금조달 실패로 인수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은 MBK가 여러 인수전에 뛰어드는 데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는 인수와 매각이 조용히 이뤄지는 것이 특징이다”라면서 “반면 MBK의 인수는 포기와 실패까지 시끌벅적하게 알려진다. PE(Private Equity, 사모펀드)라면 여기저기 알릴 것 없이 말 그대로 ‘프라이빗(비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MBK측은 이에 대해 "이야기 할 것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