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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명 오션월드, 미아 찾아오자…‘부모 찾기 방송 불가’
입력: 2012.07.18 10:47 / 수정: 2012.07.18 10:47

국내 대표 워터파크 가운데 하나인 오션월드가 미아 발생 시 미아 찾기 방송을 거부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국내 대표 워터파크 가운데 하나인 '오션월드'가 미아 발생 시 미아 찾기 방송을 거부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 서재근 기자] 휴양지에서 아이를 잃어버려도 방송을 하지 않는 곳이 있다? 설마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이다. 여름철 성수기, 하루 평균 2만~3만명이 몰려드는 대명리조트 오션월드에서는 ‘미아 찾기 방송’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부모를 잃어버린 아이가 직접 미아보호소를 찾아가 방송을 요청해도 불가능하다. 미아가 미아보호소를 나와 돌아다니는데도 전혀 신경도 안 쓴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 부모 잃은 아이가 직접 찾아와 부탁해도 방송 거절

서울에 사는 장모(37)씨에게 올여름 휴가는 두 번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악몽으로 남았다.

지난 8일, 9살 난 어린자녀를 둔 장 씨는 여름휴가차 지인들과 함께 강원도 홍천군에 있는 한 워터파크 ‘오션월드’를 찾았다. 이날 장 씨는 중·고등학생인 지인들의 자녀에게 아이를 돌보게 한 뒤 일행과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여유로운 여름휴가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수많은 인파 속에서 지인들의 자녀가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는 사이 아이를 잃어버리고 만 것.

장 씨는 혼비백산 상태로 지인들과 함께 아이를 찾기 시작했고, 한 시간을 헤맨 끝에 미아보호소 근처에서 혼자 걷고 있는 아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이를 찾았다는 안도의 마음도 잠시. 장 씨는 아이에게서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평소 장 씨에게 낯선 곳에서 길을 잃었을 경우 미아보호시설을 찾아가라고 교육을 받았던 장 씨의 아들이 스스로 미아보호소를 찾아가 담당 직원에게 안내방송을 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원칙상 방송을 해줄 수 없다며 거절당했다는 것. 결국, 한 시간이 넘게 부모를 기다린 장 씨의 아들이 스스로 부모를 찾기 위해 미아보호소를 나왔고 그 순간 일행들에게 발견됐다. 방송은커녕 심지어 미아까지 방치한 것이다.

장 씨는 아이가 찾았다는 미아보호소를 가서 이와 같은 사실에 대해 항의했지만, 담당 직원에게서 들을 수 있는 이야기는 사람을 찾는 안내방송은 할 수 없다는 사칙에 따라 행동했을 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답변이 전부였다.

장 씨는 “백화점은 말할 것도 없고 바닷가에서조차 아이를 잃어버리면 안내방송을 해준다”며 “수만 명의 인파가 몰리는 워터파크에서 부모를 잃어버린 어린아이가 직접 미아보호소를 찾아갔는데도 불구하고 원칙을 내세우면서 방송을 해주지 않는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나 되는 소리냐”며 불만을 털어놨다.

이어 “워터파크에서 나오고 나서야 매표소 근처에 부착된 (안내방송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봤다. 워터파크 안에서는 안내방송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어떠한 안내문도 본 기억이 없다. 적어도 매표소나 워터파크 입구에서 안내를 해줬다면 적어도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천안의 ‘테딘 패밀리 워트파크’, 강원도 평창의 ‘용평 워터파크 피크아일랜드’ 등의 워터파크에서는 미아 발생 시 부모나 아이가 현장 직원에게 안내방송을 요청하면 바로 안내방송을 하도록 운영하고 있다.

◆ 오션월드 “다른 고객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

오션월드는 다른 고객에게 피해가 간다는 이유로 미아 찾기 방송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미아 찾기 방송이 불가하다는 내용의 안내문.
오션월드는 다른 고객에게 피해가 간다는 이유로 미아 찾기 방송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미아 찾기 방송이 불가하다는 내용의 안내문.

아이 혹은 부모를 찾는 안내방송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오션월드 측은 다른 고객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주장한다.

워터파크 내 안전요원들이 수시로 순찰을 하면서 미아로 보이는 아이를 발견하면 미아보호소로 안전하게 인계하기 때문에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으며 계속해서 안내방송이 나가게 되는 경우 불안감을 조성할 뿐만 아니라 휴가를 즐기는 다른 고객들에게 소음이 될 수 있다는 것.

오션월드 측에 따르면 이곳은 2년 전까지 모든 접수 건에 대해 조건 없이 안내방송을 해왔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아이를 찾는 목적보다 단순히 일행을 찾는 목적으로 방송을 요청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자 방송안내를 하지 않는 것으로 방침을 변경했다. 현재 오션월드에서는 응급환자 발생 및 응급환자 이송 시에만 안내방송을 시행하고 있다.

오션월드 관계자는 “성수기의 경우 보통 적게는 1만8000명에서 많게는 3만3000명의 이용객이 (오션월드를) 방문한다”며 “2년 전 안내방송을 실행했을 당시 하루 평균 방송 신청건수가 400건에 달했다. 이 중에는 중·고등학생들이나 일반 성인들이 일행을 찾아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워터파크의 경우 강이나 바닷가와는 달리 한정된 구역이 정해져 있을 뿐만 아니라 안전요원들이 수시로 순찰을 하므로 안내방송을 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아이를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오션월드 측의 주장과 달리 일각에서는 안내방송 없이 안전요원의 순찰만으로 미아를 찾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워터파크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아이가 부모를 잃어버렸다는 인식을 못 한 상태로 혼자서 놀고 있으면 사실상 아이를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강병권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실종아동전문기관 소장은 “휴가철인 7~8월의 경우 많은 인파가 몰리는 휴양지 등에서 아이들이 부모를 잃어버리는 경우 많다”며 “정부에서도 놀이공원과 같은 다중이용시설에서 미아 찾기에 총력을 기울이도록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이 개정된다면 실종아동을 줄이고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5월 보건복지부는 미아 발생을 방지하고 10분 내 아동을 찾는 선진국형 시스템인 ‘코드 아담’을 담은 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법이 개정돼 코드 아담 제도가 도입되면 놀이공원, 대형마트 등 미아가 자주 발생하는 다중이용시설은 신고가 접수되는 즉시 출입문을 봉쇄하고 안내방송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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