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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경실련은 남양유업이 가맹점주에게 내용증명(왼쪽)과 함께, 떡값을 줬다는 통장사본을 증거로 제시했다. |
[더팩트 이철영 기자] 남양유업이 가맹계약을 맺은 대리점에게 우유를 강매하거나 금품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8일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제주경실련)은 남양유업이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가맹계약을 맺은 대리점에 고가의 유기농우유 등을 강매하는 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남양유업의 이 같은 행위는 ‘독점규제법 위반’이라는 법원의 판결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에도 불구하고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 우유 강매 제주뿐 아니다?…“유업체 갑인 세상 아냐”
제주경실련은 “시정명령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 많은 강매 압박이 자행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상당수 가맹 계약 대리점들은 우유가격 인상에다 과도한 판촉비 부담을 떠안으면서 수익은 고사하고 빚쟁이로 전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에는 유기농우유를 활성화 캠페인 제품으로 선정하고 ‘대리점당 애음가구 100가구 유치’전략을 세워 강제할당을 더욱 가속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경실련은 “대표이사까지 유기농우유 실적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남양유업 본사와 지점은 잘하는 대리점을 지원하고 있다고까지 밝히고 있다”며 “이 같은 압박에 따라 대리점마다 한 달에 적게는 50만원, 많게는 150만원어치 처리를 요구받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억지로 떠맡아 팔지 못한 물량은 고스란히 대리점들의 손실로 돌아오고 있다.
그러나 남양유업은 “우유 강매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부인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대리점에서 주문을 넣는다. 대리점에서 주문량을 소화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난 문제라고 본다. 현재 전국적으로 대리점이 2000여개가 넘는다. 만약 강매가 있었다고 한다면 대리점들이 가만히 있었겠는가. 이제 더 이상 유업체가 갑인 시대가 아니다”고 해명했다.
문제는 남양유업의 이 같은 행태가 비단 제주도에서만 일어났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부분이다. 실제 지난 4월 수원지점 관할 가맹점주는 <더팩트>과의 통화에서 유기농우유 강매가 있었다고 말한바 있다.
수원지점 관할의 한 가맹점주는 “수량보다 많이 제품을 보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점주로서는 부담이 되지만 이를 거부할 수는 없다”며 “잘 팔릴 때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고스란히 금액을 부담해야만 한다. 그렇다고 제품을 반납할 수도 없고, 받아주지도 않는다. 우유의 경우 유통기한이 짧다. 예전과 달리 요즘은 우유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 따라서 판매처가 없으면 팔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강매와 관련해 수원지점에 묻자 이 관계자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본사와 통화했으면 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제주경실련은 남양유업이 우유 강매에만 그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남양유업이 해마다 추석이나 명절 때 떡값 명목으로 금품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제주경실련인 실제 확인한 내용을 보면, 추석이나 설 때 떡값 명목으로 대리점당 10만원에서 20만원을 받아 온 것으로 나타났다. 남양유업 제주지점은 판매규모가 큰 대리점인 경우 20만원, 작은 대리점인 경우 10만원을 관행적으로 받아왔다.
하지만 떡값과 관련해서도 남양유업은 “그런 일은 없다”고 일축했다.
◆ 내용증명 통해 가맹점 압박 vs 남양 “사실과 다르다”
현재 제주도내에는 남양유업 본사의 업무를 대신하는 제주지점이 있으며 본사와 가맹계약을 맺어 우유를 판매하는 대리점 17개소가 있다. 대리점은 집집마다 우유를 공급하는 가정대리점 6개소와 마트 등에 공급하는 시판대리점 10개소가 있다. 이외에 유치원 및 학교급식 등에 공급하는 특판대리점 1개소가 있다.
제주경실련은 “유제품 판매관리를 하는 과정에서 남양유업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가정대리점들에게 갖가지 횡포를 부리고 있다”며 “무리한 판촉 요구는 물론 고가 유기농우유 강제 할당, 담보물건 늑장 반환, 판촉물 비용 떠넘기기, 내용증명을 통한 압박을 비롯해 심지어는 추석이나 명절 때 떡값 명목으로 금품까지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횡포에도 불구하고 가정대리점들은 약자인 입장에서 혹시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 속에 적극적 대응을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양유업은 판매확장을 함에 있어 과도한 판촉물을 법적으로 제공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변질되고 있었다.
다시 말해 판촉물 상품들이 우유판촉이라는 명목으로 끼어 넣고 밀어 넣기 판매 수단으로 이용한 것. 판촉물 상품들을 보면 선풍기 등 가전제품을 비롯해 유아용품, 심지어는 커피제품까지 다양했다. 이들 상품에 대한 비용은 남양유업이 40%, 대리점이 60% 정도의 비율로 부담했다.
이 같은 대리점 부담비율은 과거 50:50의 부담에서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특히 판촉물 상품에 따라서는 70%까지 부담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서도 남양유업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사실 판촉물 상품에 대한 비용은 지원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며 “경실련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부분은 사실과 다르다. 일부 대리점이 자신들의 혜택이 줄어들자 마치 전체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이야기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주경실련은 “남양유업은 2006년 물량 떠넘기기 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2009년에는 유가공제품 강매행위에 따른 독점규제법 위반으로 손해배상을 지급하라는 서울중앙지법의 판결을 받은바 있다”며 “자신들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대리점들을 철저하게 이용하고 있다. 사지로 내몰리고 있는 대리점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하는 상생의 경영구조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