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속옷 차림으로 창밖을 바라보는 삼성전자 옛 협력업체 채권단 관계자. / 배정한 기자 |
[이현아 기자] 신라호텔이 때 아닌 객실 점거 농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삼성전자 옛 협력업체 채권단 14명이 신라호텔 객실을 점거한 채 농성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옛 협력업체인 '주식회사 엔텍 중소기업 피해배상 촉구 채권단' 관련 14명은, 3일 오전부터 서울 중구 신라호텔 14층 객실에서 현수막을 내걸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을 불러달라고 요구했다. 특히 채권단들은 시너, 부탄가스 등 인화성 물질을 가지고 있어진입 시도 시, 불을 지르겠다며 협박하고 있어 경찰들 또한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신라 관계자에 따르면 채권단들은 객실 통유리 밑에 있는 환기구를 뜯어내 그 사이로 현수막과 유인물을 떨어뜨렸다. 이들은 유인물에서 “삼성의 동반성장 센터장이 협력업체 지원산업사 등을 도산 처리하도록 하고, 이 회장에게 협력업체가 잘못해 부도가 났다고 거짓 보고를 했다”며 “채권자들에게 납품대금과 손해배상을 하라”고 주장했다.
또한 객실에 들어간 채권단 가운데 한 여성은 “뛰어내리겠다”고 해 긴장감이 고조되기도 했다. 실제로 채권단들이 묵고 있는 객실 유리창에는 “지원산업사와 중소기업을 왜 이렇게 힘들게 하냐. 납품대급을 즉시 지급해 달라”는 현수막과 함께 붉은색 여성 속옷만 입은 채권단 관계자가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채권단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14층에는 취재진들을 비롯한 모든 이들의 방문이 제지됐다. 채권단 관련 다수는 객실 안과 입구에 시너를 뿌린 채 경찰 등 외부 인력의 접근을 막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라호텔 관계자는 “확성기를 틀어놓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14층에 있는 다른 손님들도 다른 층으로 이동한 상황”이라며 “(시너 등의 인화성 물질을 가지고 갔는지에 대해서는) 현재 문을 잠그고 있기 때문에 안에서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다”고 답했다.
삼성전자는 옛 협력사 채권단의 객실 점거 농성이 불거지자, 호텔신라 영빈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엔텍사의 주장에 대해 사실관계를 밝히고 나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아닌, 삼성전자의 옛 협력사 부도사태로 발생한 손해에 대한 배상에 임할 이유는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과거 삼성전자 외주업체인 엔텍은 당시 외주업체 선정 과정에서 부정 사실이 발각돼 2001년 거래를 중지하고, 2003년에 파산했다. 엔텍은 경영난에 직면하게 되자, 청와대 민원, 언론사 제보 등을 통해 삼성전자에 500억원대의 무리한 손해배상을 요구했으며, 삼성전자는 사회적 논란이 야기될 것을 우려해 4억5000만원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미 합의가 끝난 문제임에도 불구, 엔텍 측은 최근 203억6000만원의 손해배상을 다시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거의 매일 삼성전자 서초사옥 주변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으며, 최근에는 합의금을 주지 않으면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른다는 협박성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2010년 9월부터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본사 앞에서 시위를 진행한 바 있으며, 신라호텔 객실은 오는 6일까지 예약한 상태다.
비즈포커스 bizfocus@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