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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두매장과 커피숍을 결합한 성수동 구두카페의 모습. |
[ 서재근 인턴기자] 지난 1월 서울 성수동 일대 수제화 업체가 공동판매장 '서울 성수동 수제화타운(SSST)'을 열었다. 25개 수제화 업체들이 머리를 모아, 구두 판매장과 커피숍을 결합한 이색 아이디어를 낸 것. 오픈한지 두 달이 지난 지금, 기발한 아이디어로 승부한 '구두카페'가 본래의 취지대로 성공을 거두고 있는지 <더팩트>이 직접 찾아 살펴봤다.
◆ '뭉쳐야 산다', 공동브랜드 개발 중인 'SSST'
30일 오후, '구두 골목'으로 유명한 성수동을 찾았다. 지하철 2호선 성수역 1번 출구에서 나오자마자 오른쪽으로 '성수 수제화타운(이하 구두카페)'이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유리외벽을 통해 들여다보이는 매장 안에는 형형색색의 수제화들이 주인을 기다리듯 가지런히 진열돼있었다.
매장에 들어서자 각종 커피의 이름이 적힌 메뉴판과 커피머신, 테이블과 의자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카페에 들어서자 달콤한 커피향이 느껴져 커피전문점을 연상케 했다. 실제로 구두카페는 원래 커피숍을 리모델링한 매장. 하지만 공간이 넓지는 않았다. 매장 내 테이블 개수는 오직 두 개뿐, 성인 6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정도였다.
매장에는 나들이의 계절 봄을 겨냥한 듯 유독 화사한 색상의 신발들이 눈에 띄었다. 영업부장 김상희 씨는 "구두카페의 주 고객은 40대 여성이다. 아무래도 촌스럽지 않으면서도 젊어 보일 수 있는 화사한 색상의 구두를 많이 선호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매장을 찾은 몇몇 고객들은 파스텔톤의 화사한 구두를 찾고 있었다. 남편과 함께 매장을 찾은 김 모(44)씨는 "신발을 구입할 때 늘 이곳을 찾는다. 중년층을 위한 물건들이 백화점에 비해 훨씬 다양한 것 같다" 면서 "구두카페라는 형식도 새롭고 독특하다"고 밝혔다.
신발들이 진열돼 있는 각 진열대, 유리 외벽, 벽면 위에는 '튀는아이', 'e 550', '라플로 채니(Laflo chenie)' 등 구두카페사업에 공동출자한 각 업체의 상호가 적힌 팻말들이 구역별로 붙어있었다. 서울성동수제화협회 사무국장 이해삼씨는 "현재 협회에서는 'SSST'를 성수 수제화타운만의 독자적인 브랜드로 개발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고 덧붙였다.
◆ 구두카페, 아직은 넘어야 할 산 많다
구두카페에서 판매하는 신발들의 가격은 남성화의 경우 평균 12~13만원, 여성화의 경우 13~15만원 선. 물론, 20만원 중반이 넘는 고가의 제품들도 있다. 실제 구두를 구경하는 손님 중에는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매장을 찾은 이 모(40)씨는 "구두카페의 디자인은 괜찮은 것 같다. 하지만 가격이 생각보다 저렴한 것 같지는 않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때문인지 실제 구두카페는 구두를 고르는 몇몇 고객들만 눈에 띄었을 뿐 한산했다. 반면, 비슷한 시간 성수동과 멀지 않은 롯데백화점 잠실점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롯데백화점은 다음 달 8일까지 대부분의 매장에서 20% 세일을 진행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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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두를 사러 온 고객들로 붐비는 롯데백화점 잠실점. |
'에스콰이아', '금강', '세라(SEARA)', 소다(SODA)' 등 유명 브랜드 매장이 즐비한 4층과 5층 매장은 구두를 사기 위해 찾아온 고객들로 붐볐다. 롯데백화점에서 판매하는 각 매장의 구두의 가격은 세일해 10만원 후반대였다. 구두카페에서 판매하는 여성용 수제화의 평균가격과 약 5만원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롯데백화점을 찾은 김 모(32)씨는 "백화점 세일 기간을 잘 활용하면 유명 브랜드 제품을 싸게 살 수 있다. 몇 만원차이라면 백화점에서 사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백화점을 선호하는 이유를 밝혔다.
가격경쟁력에 대해 구두카페 이세형 대표는 "아직까지 고객들에게 '착한 가격'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며 "가격 인하가 현실화되려면 업체들간의 합의가 필요하겠지만, 가격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선 가격 인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두카페의 부족한 편의 공간 역시 아쉬움으로 남았다. 실제 구두카페에서 고객들이 커피를 마시며 쉴 수 있는 공간은 많지 않았다. 조그마한 테이블 두 개와 성인 3명이 앉을 수 있을 만한 긴 의자 두 개가 전부였다. 커피숍, 갤러리, 식당 등 고객을 위한 각종 편의 공간들이 마련돼 있는 백화점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
이에 구두카페 대표 이세형씨는 "커피숍으로서 기능하기에는 공간이 다소 부족하다"고 인정하면서 "향후, 매장을 확장하여 커피숍 공간을 좀 더 확보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대기업과 값싼 외국산 제품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만든 중소업체들의 공동매장 서울성수수제화타운(SSST). 기발한 아이디어, 다양한 디자인 및 독자 브랜드 개발 등 끊임없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대형 백화점 대비 높지 않은 가격경쟁력과 편의시설 부재 등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적지 않아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