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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산가 가계도 및 (주)두산 지분율. 2011년 9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기준 |
[더팩트|황준성 기자] 116년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최장수 기업 두산그룹이 4세 경영에 시동을 걸고 있다. 또 3세 ‘형제경영’에서 4세에는 ‘사촌경영’으로 넘어가는 만큼 경영권에 대한 교통정리도 확실히 하는 모습이다. 두산그룹은 4세 중 유일하게 맏형인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을 그룹의 지주사격인 (주)두산의 사내이사로 재선임한다는 계획이다.
◆ 형은 사내이사 재선임, 동생은 임기 만료
(주)두산은 오는 30일 열릴 주주총회에서 오너일가인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 박정원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내기로 했다. 오너일가를 사내이사로 선임해 기업에 대한 책임 경영을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 중 박정원 회장은 4세에서 유일하게 (주)두산의 사내이사로 다시 활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 (주)두산은 박정원 회장의 동생인 박지원 두산중공업 사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했으나, 올해는 사내이사 재선임 명단에서 이름을 뺐기 때문이다. 박지원 사장은 올 3월 (주)두산의 사내이사 임기가 끝난다.
지난 2005년 두산그룹은 형제간의 분쟁으로 곤욕을 치른바 있다. 때문에 재계에서는 두산그룹이 형제, 사촌 간의 경영권 다툼이 있기 전에 박정원 회장에게 무게감을 실어주며 그룹 수장자리에 대한 순서를 정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그동안 두산그룹은 나이 순서대로 형제들이 돌아가며 그룹의 회장자리를 맡는 형제경영을 해왔다. 하지만 4세 때에는 사촌경영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는 실정. 그러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재벌가에서는 형제간에도 경영권 및 유산 상속으로 다툼이 빈번하다. 향후 경영권 분쟁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확실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재계 관계자는 “형제보다 사촌이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지금까지는 형제경영으로 4남 박용현 회장까지 수장자리가 이어져 왔지만 4세에는 사촌경영으로 바뀌는 만큼 지금의 시스템이 지켜질지 의문이다. 미리 경영권에 대해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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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산그룹 지배구조. 2011년 9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기준 |
◆ 두산 최대주주 박정원 회장, 차기 그룹 수장 눈앞?
박정원 회장은 두산그룹 오너일가에서 지분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3세 장남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은 아들 박정원 회장에게 (주)두산 보통주 30만주를 증여했다. 이에 따라 박정원 회장은 (주)두산의 지분율(보통주 기준)이 종전 4.1%에서 5.29%로 늘었다. 이는 4세들뿐만 아니라 3세들을 포함한 두산가 일원 중 가장 많은 지분율이다.
지분 증여로 박용곤 명예회장은 (주)두산의 지분율은 1.04%로 낮아졌다. 박용성 회장은 2.45%, 박용현 회장은 2.42%, 박용만 (주)두산 회장은 3.43%의 (주)두산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외에도 4세 박지원 사장이 3.53%, 박혜원 두산매거진 전무가 2.22%, 박진원 두산인프라코어 부사장이 3.00%, 박태원 두산건설 부사장이 2.22%, 박형원 두산인프라코어 상무가 1.64% 지분을 보유 중이다. 나머지 4세 들도 (주)두산의 지분을 나눠서 보유하고 있다. (2011년 9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기준)
나이로 보나 지분으로 보나 이변이 없는 한 박정원 회장이 차기 두산그룹의 수장자리에 오를 것은 확실시 여겨진다. 문제는 언제냐가 관건. 현재 4남 박용현 회장이 그룹을 이끌고 있다. 그 뒤를 5남인 박용만 회장이 이을 것으로 관측되지만, 4세가 급부상하는 현재로서는 장담할 수 없다.
박정원 회장은 3세인 작은아버지들과 함께 그룹을 이끄는 회장의 반열에 올랐으며, 박용만 회장과는 7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박용만 회장이 그룹 수장이 되면 박정원 회장은 그룹 회장자리를 오래 기다리게 될 수도 있다.
또 박정원 회장은 두산베어스 구단주를 겸임하고 있다. 역대 그룹 회장들이 이끌어온 야구단을 3세가 남았음에도 4세가 구단주를 맡은 것이다. 박정원 회장이 자타가 공인하는 야구광으로 소문난 박용만 회장을 제친 꼴. 박정원 회장은 두산가의 장손이라는 최대 장점도 가지고 있다. 재벌가에서는 보통 ‘장자 승계 원칙’을 따르고 있다. 두산상사, 두산건설 등을 이끌면서 경영성과도 무난하게 올렸다.
반면 박용만 회장은 두산그룹을 소비재 산업에서 인프라 지원사업으로 기업을 탈바꿈 시켰지만, 밥캣을 무리하게 인수해 그룹 내 입지가 좁아졌다는 평을 받고 있다. 여기에 박용만 회장은 3세 중에서 유일하게 다른 배로 태어났고, 자녀들도 두산그룹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이에 재계에서 조심스럽게 박용만 회장 대신 박정원 회장이 박용현 회장을 이어 그룹의 수장자리에 오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두산그룹 관계자는 “사내이사 선임은 이사회가 결정하는 사항”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