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승원 매니저' 아닌 배우 '임지규'로 날아 오르다 (인터뷰)
  • 김가연 기자
  • 입력: 2012.03.22 16:13 / 수정: 2012.03.22 16:13

▲ 영화 봄,눈으로 상업 영화 주연에 도전하는 임지규./노시훈 기자
▲ 영화 '봄,눈'으로 상업 영화 주연에 도전하는 임지규./노시훈 기자

[김가연 기자] 임지규. 이름 석 자만 보면 생소하다. '명품 조연'인가 라고 생각해도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MBC '최고의 사랑' 속 차승원 매니저, '역전의 여왕' 속 박시후 비서라는 부연 설명을 덧붙이면 그의 인상이 그려진다. 작은 몸짓과 귀여운 외모, 화려한 언변술로 시청자의 배꼽을 빠지게 했던 인물. 지금 바로 머릿속에 생각나는 그 사람이 임지규다.

임지규는 늦은 나이에 데뷔한 탓에 작품 수는 많지 않다. 1978년생으로 올해로 34살이지만, 작품 수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하지만 독립영화계에서는 이미 알려진 스타다. 수려한 외모 때문에 '독립영화계의 강동원'으로 불리는 임지규는 다작을 했고, 그에 힘입어 여러 편의 히트작으로 얼굴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이 영화 '봄, 눈'으로 본격적인 상업 영화 주연 도전에 나섰다.

▲ MBC 최고의 사랑에서 차승원 매니저로 출연해 인기를 모은 임지규.
▲ MBC '최고의 사랑'에서 차승원 매니저로 출연해 인기를 모은 임지규.

영화 '봄, 눈'은 배우 윤석화의 24년 만에 스크린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시한부 인생 판정을 받은 엄마가 가족과 이별을 준비하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낸 영화다. 임지규는 이 영화에서 타지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 엄마의 소식을 듣고 그의 곁을 지키는 아들 영재 역을 맡았다. 임지규는 망설임 없이 이 작품을 택했다. 김태균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만큼 영화의 진실성이 가장 눈에 들어왔다.

"우선 시나리오가 너무 좋았어요. 대단한 반전을 그리는 영화는 아니고 어쩌면 뻔할 수 있는데 이 영화가 가진 진실함이 와 닿았거든요. 슬픈 영화는 소위 '눈물을 빼려는' 듯한 작위적인 장치들이 있는데 이 영화는 감독님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만큼 그런 요소들이 많이 배제됐어요. 자신의 아픔을 웃음거리로 만들고 싶지 않았던 감독님의 마음이 작품에 많이 녹아든 것이죠"

▲ 먼산을 보며 공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임지규.
▲ 먼산을 보며 공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임지규.

임지규는 크게 가공되지 않은 순수한 이야기에 충분히 공감이 갔다. 그리고 자신이 느꼈던 풍부한 감성이 영화 속에 제대로 녹아든다면 생각보다 많은 관객과 만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무엇보다, 3년 전 여동생을 잃었던 슬픔이 영화 속에 그대로 동화돼 영재 역할에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

"부모의 투병 때문에 반항기 심한 아들이 착해지는 그런 이야기는 아니에요. 보통 아들의 이야기죠. 사실 많은 사람이 누군가, 특히 가족과 이별을 해야 하는 순간을 쉽게 생각하진 못하잖아요. 상상을 안 할 뿐이죠. 하지만 저는…(숨을 고른 후) 실제로 3년 전에 여동생과 이별을 하면서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좀 더 시간을 아껴서 오빠로서 잘했을 것이란 생각이 문득 들더라고요"

임지규의 갑작스러운 개인사(?) 고백에 인터뷰 현장은 잠깐 정적이 흘렀지만 임지규는 또다시 자신의 이야기를 이었다. 오히려 그런 아픔이 '봄, 눈'을 촬영하면서 도움이 됐다며 배우다운 모습을 보였다. 그는 "영화를 찍으면서 오히려 '아직 내 부모님이 건강하다, 시간이 허락됐다는 것'이 참 행복했어요. 영화를 보시는 많은 분들이 이 이야기가 단순히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로 받아들이고 공감해 주셨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봄, 눈'은 윤석화의 복귀작으로 이미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임지규는 대선배 윤석화와의 호흡을 어떻게 평가할까. 그는 "윤석화 선배님은 정말 편했고, 활력이 넘치는 분이셨어요. 사실 만나기 전까지는 그런 분인 줄 몰랐는데(웃음). 한편으로는 엄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첫날 리딩을 하는데 선배님이 '내 아들과 생일이 같다'고 말하면서 먼저 다가와 주셨어요. 진짜 엄마 같은 마음으로 촬영했어요"라고 밝혔다.

▲ 검은색 의상으로 다소 강렬한 느낌을 표현한 임지규.
▲ 검은색 의상으로 다소 강렬한 느낌을 표현한 임지규.
임지규의 출생지는 부산이다. 드라마 연기에서는 사투리를 사용하는 것을 느끼지 못했지만 실제 만나본 임지규에게선 강한 '부산 남자'의 기운이 느껴졌다. '최고의 사랑'과 '역전의 여왕' 속 활발하고 적극적인 모습보다는 잔잔하면서 묵직한 분위기가 풍겼다. 질문에 대한 답변도 항상 한 템포 느렸다. 실제 모습과 작품 속 캐릭터가 많이 다른 것 같다고 묻자 "제가 부산에서 올라와서 그런가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20대 초반에 원래 광고모델을 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왔어요. 연기는 전문적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했고 모델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제 생각이 짧았어요. 광고 모델도 아주 어렵더라고요. 다양한 표정을 연기해야하는 것이 쉽지 않았어요. 그런 쪽으로 말그대로 '끼'가 없더라고요. 3년 후 쯤인가 우연히 단편 영화를 찍게 됐어요. 무모하게 촬영했는데 배우가 결코 만만한 직업이 아니더라고요. 하지만 연기에 매력을 느껴서 계속 했던 것 같아요"

브라운관과 상업 영화 속 임지규의 캐릭터는 생각보다 한정적이다. 말이 많고, 까불까불하며 장난스런 소년의 이미지 그대로다. '최고의 사랑'과 '역전의 여왕', 영화 '과속스캔들'과 최근작 '화차'가 모두 그랬다. 하지만 막상 만나본 실제 임지규와 많이 달라 연기하는데 어려움을 많았을 것 같다고 묻자, 천천히 "그렇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한 작품을 그런 이미지로 하다보니 계속 비슷한 느낌의 캐릭터들이 들어오더라고요. 사실 쉽지 않았어요(웃음). 하지만 하고 싶은 것만 할 수는 없잖아요. 자의든 타의든 하게 되면서 많이 늘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요즘에는 예전보다 카메라 앞에 뻔뻔하게 서고 있는 것 같아요. 또 해보니깐 즐거운 캐릭터기 때문에 하면서도 즐겁고, 더 많이 기억해주고 더 많이 응원을 해주시는 것 같아서 좋아요(웃음)."

임지규의 나이는 30대 중반을 넘어섰지만 아직도 소년 같은 이미지가 아른거린다. 아마도 작품의 영향 탓이 큰듯 했다. 하지만 배우가 어떤 틀안에 갇힌다는 것은 장단점이 있다. 하지만 임지규는 자신도 알고 있다며, 오히려 장점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며 자신만의 연기 철학에 대해 설명했다.

"캐스팅할때 한정적인 역할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긴 했어요. 부산에선 잘 생긴 얼굴이었는데(웃음). 연예인을 하려고 하니 특별히 잘 생긴 얼굴도 나이고, 개성 있지도 않고 어떻게 해야하나 막막했죠. 하지만 오히려 동안이라는 이미지가 생겨서 좋아요. 제 나이가 35살이니 20대는 이미 지나왔잖아요, 한 번 경험했던 것을 연기로 표현한다는 것은 큰 장점이죠. 예를 들면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 군인 연기를 잘 하는 것과 마찬가지에요. 연기하면서 세세한 부분들이 많이 살 수 있으니까요. 저는 동안 때문에 캐릭터에 제약이 있다고 생각 안 해요.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열심히 할 뿐이죠"

그러면서 '봄, 눈' 속 영재는 이전과는 분명 다른 캐릭터라며 홍보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는 "사실 이전의 역할들이 많이 우스워 보일 수 있는 캐릭터라는 것에는 부정하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그 연기를 통해서 많은 분들에게 사랑도 받고 또, 그 이미지에서는 나름 확고한 범위를 가졌잖아요. 하지만 '봄, 눈' 이란 영화는 장난기를 많이 뺀 역할이에요. 드라마에서 보는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역할로 보여질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 카메라를 향해 밝은 미소를 짓고 있는 임지규.
▲ 카메라를 향해 밝은 미소를 짓고 있는 임지규.

작품에서만 볼 수 있는 배우 임지규. 그의 일상생활은 어떠할까. 임지규의 답변은 아주 간단했다. 절실한 기독교인인 그는 선교생활을 하며 평범한 날을 보내고 있다는 것. 작품을 마무리한 후, 선교 활동을 하는 것은 임지규의 일정한 패턴이었다. 교회 사람들이 연예인이란 직업때문에 기피할 것 같다고 하자, 그 사람들은 나의 존재를 몰랐다며 멋쩍게 웃는다.

"제가 12년 동안 교회를 다녔는데 그 분들은 제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잘 모르셨던 것 같아요(웃음). '최고의 사랑' 이후에 많이 알아봐 주시는 것 같은데…. 한 번은 제가 끝나고 집으로 가는데 많은 분이 알아보시고 양 옆으로 길을 비켜주시는 거예요. 중간이 갈려서 걸어갔죠. 엄청 재밌었는데…. 드라마의 파급력이 그렇게 큰 것인줄 그 때 깨달았어요"

'봄, 눈' 이후 아직 차기작을 결정하지 못했다는 임지규는 당분간 작품을 검토할 생각이다. 그는 "'최고의 사랑' 이후에 시나리오 많이 받아볼 줄 알았는데…(웃음). 생각보다 많이 안 들어오네요. 제 신념과 반대되는 작품은 되도록이면 하지 않을 생각이에요. '봄, 눈'은 그런 면에서는 저랑 딱 맞는 작품이죠.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기가 죽는 것이 아니라 뭔가 '있는' 영화라고 자부할 수 있어요. 좀 더 욕심을 낸다면 '봄, 눈'으로 오랜 시간 관객들을 만나고 무대 인사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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