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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일산 고급 주택 단지 안에 있는 고 손문권 PD와 임성한 작가의 자택./이효균 기자 |
[심재걸 기자] 고인이 떠난 자리엔 적막함이 흘렀다. 스타 작가 임성한(52)의 남편이자 드라마 연출가 였던 故 손문권 PD의 자택은 현재 사람의 손길이 끊겨있었다.
고인의 마지막 손길이 묻어있는 곳은 경기도 일산 고급 주택 단지 안에 있었다. <더팩트> 취재진이 찾아 갔을 때엔 이미 생활 도구들이 모두 비워진 상태였다. 초인종은 청색 테이프로 봉인돼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테이프 틈 사이로 노출된 버튼은 함몰돼있고 파손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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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인종은 청색 테이프로 감싸져있었고 우체통에는 홍보물만 가득했다. /이효균 기자 |
우체통에 가득 쌓인 먼지가 황량한 분위기를 더했다. 그 안에는 각종 홍보 전단지만 수북히 자리해 한동안 사람이 생활하지 않았음을 대변했다. 임성한 작가는 이 집을 지난달 부동산에 매물로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전히 새 주인을 찾지 못한 모습이었다.
대문 앞 구석에는 와인 병 두개가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그 옆엔 고인이 생전에 촬영하거나 자료로 활용하던 비디오 테이프 뭉치들이 자리했다. 노란색 자루에 담겨있는 테이프들은 세 뭉치로 나뉘어 가득했다. 각종 드라마 제작발표회나 패션쇼 등 고인이 주의 깊게 작업하던 흔적이 역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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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인의 자료로 보이는 비디오 테이프가 대문 앞에 덩그러니 쌓여있다./이효균 기자 |
2층으로 된 주택은 모든 창문에 커튼이 단단히 쳐져있었다. 최초 출동한 경찰이 고인의 시신을 발견했던 2층 실내 역시 검붉은 커텐으로 가려졌다. 2층에 연결된 테라스에도 그 어떤 물건을 찾아 볼 수 없었다.
두 부부가 각별한 보안을 염두해온 흔적도 포착됐다. 사설 경비업체에서 설치한 경보장치가 창문마다 2~3개씩 설치됐다. 집을 둘러싼 보안장치만 20~30여 군데에 자리했다. 주변 이웃 집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었지만 고인의 자택은 그 수가 2배 가량 많아보였다.
현장에서 만난 이웃 주민은 "지난 10일 두 부부의 자택에 있는 물건들이 모두 빠져나가는 것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달 말부터 조금씩 짐을 빼기 시작해 지난주 대대적인 작업을 하더라"고 말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연에 대해선 "워낙 이웃과 교류가 없었던 사람들이라서 우리도 몰랐다. 인사도 제대로 나눠본 적이 없었다"며 "안타까운 소식도 뉴스 보도를 통해 알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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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물 외벽 곳곳에 설치된 보안 경보 시스템./이효균 기자 |
일산경찰서에 따르면 손 PD는 지난달 21일 자택 2층 실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현장에선 손 PD가 이혼한 전처 사이에서 낳은 아들 앞으로 남긴 '미안하다'라는 유서만 발견됐다.
남편의 갑작스런 죽음에 관해 임성한 작가는 3주가 지나도록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부모를 제외한 유족들에게도 심장마비라고 숨겨 의혹을 사고 있다. 장례 역시 고인의 가까운 지인들에게도 비밀에 부치며 조촐하게 치렀다. 그러나 경찰은 "집안 CCTV를 통해 손 PD가 넥타이로 목을 매는 것을 확인했다"며 자살로 수사를 종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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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은 이번 사건을 손PD의 자살로 결론내고 수사를 종결했다./이효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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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연예팀 ssen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