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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상무보 경력사항 |
[더팩트|황준성 기자] ‘형제의 난’이 진행 중인 금호가 박삼구(67)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박찬구(64)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장남들이 올해 모두 승진해 눈길을 끌고 있다. 계열분리 전 회사 지배구조를 확실히 하기 위해 3세들의 경영일선 배치를 마무리 지으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아버지들 싸움이 자녀들의 초고속 승진을 부추겼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 금호가 3세, 초고속 승진에 상무보만 두 번?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12 임원 인사에서 박삼구 회장의 장남인 박세창(37) 금호타이어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전무로 승진한지 1년 만에 부사장으로 오른 파격적인 인사다. 대기업 오너의 자식들이 초고속 승진을 종종하고 있지만 1년 만에 임원에서 사장급으로 승진하는 경우는 드물다.
금호석유화학도 이번 인사발표에서 박찬구 회장의 장남인 박준경(34) 해외영업 1팀장(부장급)을 상무보 명단에 올렸다. 이번이 두 번째다.
박준경 상무보는 지난 2010년 상무보로 승진했으나 3개월 만에 다시 부장으로 강등된 바 있다. 대기업 오너 자제들이 입사 직후 초고속 승진만을 거듭해오던 관행에 비춰볼 때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금호가의 계열분리를 앞두고 각각 지배구조를 확고히 하기 위한 인사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아들들이 경영일선에서 활약하면서 경영수업을 받게 되면 회사 경영과 승계에서 안정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 ‘형제의 난’ 진행 중인 불안정한 지배구조의 금호가
특히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우 아직 박삼구 회장의 오너에는 오르지 못해 지배구조 상태가 불안정하다. 지난 2009년 ‘승자의 저주’인 대우건설 인수 부작용 등 그룹을 위기에 빠뜨린 책임으로 박삼구 회장은 대주주 감자를 단행해, 현재 금호석유화학 지분 5.3%, 금호산업 지분 약 0.1%를 제외하면 지분이 없다. 오너라 하기에는 지분이 부족한 셈.
현재 박삼구 회장은 채권단과 금호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금호산업의 지분을 다시 취득하기 위해 조율 중이다. 하지만 지난 2009년 금호산업에 출자전환한 가격보다 매입 가격이 낮을 경우 반발을 살 수 있고, 한 번 경영에 실패했기 때문에 다시 오너 복귀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크다.
금호석유화학도 계열분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워크아웃 중이어서 받게 되는 불이익 때문에 그룹과의 결별을 원하고 있지만 아직 박찬구 회장이 금호석화 지분을 매각한 금액의 사용처가 불확실해 금호석유화학이 부유 중인 계열분리의 걸림돌인 아시아나항공 지분 7.73%를 팔지 못하고 있다.
박삼구 회장이 금호석유화학과 계열사들에게 우회적인 방법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또 박찬구 회장은 횡령ㆍ배임 혐의 의혹을 받고 있으며 검찰이 수사 중에 있다.
이에 따라 금호아시아나그룹, 금호석유화학 모두 한 곳으로 응집돼 결속력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 방법으로 차기 오너 1순위 자식을 내세우는 카드를 꺼냈다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후계구도가 정착되면 자연스럽게 경영권 승계가 이뤄질 수 있고, 이 과정 중 오너일가의 지배력은 강해질 수 있다는 것에 기인해서다.
또한 금호가의 승진 발령은 불과 5일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먼저 임원인사를 발표하자 금호석유화학도 바로 임원인사 명단을 밝혔다. 서로의 인사이동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들이 최근 2세에서 3세로 넘어가는 중간점에 있다”며 “3세들이 경영일선에서 활약해야 차기 오너로 인정받고 그룹을 결속ㆍ단속 할 수 있다. 금호가도 이를 염두 해 초고속 승진과 재 상무보 승진 인사를 발표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이에 대해 확대해석을 경계하며 말을 아꼈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초에 인사발표를 준비 했다. 검찰의 압수수색 등 회사의 사정으로 늦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세창 부사장은 휘문고와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MIT 공대에서 MBA를 취득했다. 지난 2002년 아시아나항공 자금팀 차장으로 입사한 이후 그룹 전략경영담당 이사를 거쳐 지난해 9월 금호타이어 전무로 자리를 옮겼다.
박준경 상무보는 고려대 환경생태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계 기업에서 경험을 쌓은 후 2007년 말 금호그룹 차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금호타이어 회계팀 부장과 금호석유화학 해외영업 팀장(부장)을 지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