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진희 기자] 메리츠화재가 고객의 서명이나 본인 확인 절차 없이 대포차 판매원의 보험상품 가입을 처리한 사실이 드러났다. 차량 보험의 경우 대포차 가입 시 본인의 명의가 도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어 보험가입자들의 세심한 확인이 필요하다.
지난해 12월 송모씨는 한 보험사 직원으로부터 ‘고객님의 차량이 여러 보험사에 등록되어있으니 이를 통합해 한 곳으로 가입하라’는 의문의 전화 한통을 받았다. 하지만 송씨의 차량은 보험사 한 곳에 가입이 돼있는 상황. 의아한 송씨가 어찌된 영문인지 묻자, 해당 직원은 ‘메리츠화재에 피보험자로 벤츠차량이 등록돼있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이 사실에 놀란 송씨는 곧바로 구청으로 달려가 자신의 명의로 차량조회를 했다. 그러나 자신의 명의로 벤츠차량은 한 번도 등록된 적이 없었고, 현재도 벤츠차량을 소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송씨는 보험가입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메리츠화재 측에 연락해 자동차보험 가입증명서를 팩스로 받아보았다. 그러자 타 보험사 직원의 말대로 2011년 3월21일부터 1년 약정으로 송씨의 명의(피보험자)로 벤츠차량 가입이 돼있었다. 가입을 받은 보험설계사는 최모씨, 보험대리점은 대구에 소재한 GA(General Agency, 독립법인대리점)였다.
송씨는 가입증명서에 기록된 보험계약자 임모씨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정작 전화를 받은 당사자는 자신이 임씨가 아니라고 대답했다. 다만 현재 보험계약자가 살고 있는 곳은 대구이고, 직업은 자동차 딜러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결국 대구에 있는 자동차 딜러인 보험계약자와 보험설계사인 최씨가 송씨의 명의를 도용해 보험가입을 진행한 것이다.
그러나 송씨는 자신의 명의를 도용해 보험을 가입한 사실보다 본인확인 절차 없이 가입을 처리한 메리츠화재 측에 더욱 분노했다. 송씨는 “본인의 서명과 주민등록증 사본 확인, 전화 모니터링 없이 가입처리를 진행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면서 “메리츠화재 측에 물어보니 당연히 자필 사인을 받고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친 뒤 가입 처리를 진행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메리츠화재 측에서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치치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 전문가는 “대포차에 대한 보험 가입은 채권·채무 관계가 워낙 다양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명의도용, 명의악용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사실 관행적으로 본인확인 절차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잘못된 관행이기 때문에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메리츠화재 측은 “보험 가입 시 본인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은 맞다”면서 “이번의 경우에는 본인 확인 절차를 서류상으로만 했다. 본인 확인 절차를 지키지 못한 것은 잘못이다. 철저히 확인해 재발하지 않게 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