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도 캐도 나오는 선관위 비위…수사 두 달 맞은 특검 '잰걸음'

  • 김해인 기자
  • 입력: 2026.11.08 00:00 / 수정: 2026.11.08 00:00
투표자 수 허위 입력·투표록 사후 위·변조 정황 포착
기본 수사기간 3분의 2 지나…구속영장 청구·기소 0건
이태한 선거관리위원회 특별검사가 28일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공개 검증을 위해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 들어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태한 선거관리위원회 특별검사가 28일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공개 검증을 위해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 들어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팩트 | 김해인 기자]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을 수사하는 이태한 선거관리위원회 특별검사팀(선관위 특검) 출범 두 달을 맞았다. 선관위의 투표록 사후 위·변조, 공명선거추진활동비, 선거장비 납품 특혜 의혹 등 추가 범죄 혐의를 포착하면서 조직 전반으로 수사 폭을 넓히고 있지만 핵심 인물 조사나 영장 청구 등은 아직이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지난 9월 7일 공식 출범한 뒤 열흘 만인 같은 달 17일 중앙선관위와 지방선관위 등 10곳을 압수수색하며 본격적인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투표 통계 조작, 선관위 관계자들의 외유성 출장, 부정 채용과 승진 특혜, 수의계약 특혜 및 업체 유착 등 12개 의혹이 수사 대상이다.

특검팀은 투표 통계 조작 의혹과 관련해 전국 36개 시·군·구 선관위에서 투표자 수를 허위로 입력한 사실을 확인했다. 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잘못 입력된 수치를 사후에 수정하거나 이후 시간대의 투표자 수를 조정하는 방식 등이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 수사를 두고는 지난달 28일부터 이틀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투표용지 247만여장을 대상으로 공개 검증을 진행했다. 약 12시간에 걸친 검증을 마친 투표용지는 모두 반출됐으며, 이의가 제기된 투표지를 담은 상자 13개는 특검팀이 별도로 확보했다. 특검팀은 일부 투표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을 의뢰하는 등 정밀 분석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중앙선관위의 조직적인 사후 조작 의혹까지 불거졌다. 특검팀은 지난 4일 중앙선관위 지시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투표소의 투표록이 사후 위·변조된 정황을 포착하고 중앙선관위와 서울시선관위를 압수수색했다.

투표록은 투표용지 관리와 교부, 투표 진행 상황 등을 기록하는 공문서다. 투표 당일 작성, 개표 종류 이후 봉인한 뒤 임기 종료까지 보존해야 한다. 특검팀은 무번호 투표용지가 배포된 전국 140여개 투표소 가운데 최소 40여곳에서 투표록이 사후 수정된 사실을 확인했다.

특검팀은 중앙선관위가 무번호 투표용지 사용에 따른 책임 추궁이나 소송이 이어질 것을 우려해 선거 이후 각급 선관위에 투표록을 사후 기재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의심한다. 일부 투표록에는 무번호 투표용지의 일련번호를 임의로 기재하거나 투표용지 부족을 예상하고 사전에 대책을 요청했다는 내용 등이 특이사항 란에 추가된 것으로 파악됐다. 위·변조된 투표록은 중앙선관위에 취합된 뒤 국회 등에 그래도 제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2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이태한 선거관리위원회 특별검사팀 관계자, 사무원, 참관단이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공개검증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이태한 선거관리위원회 특별검사팀 관계자, 사무원, 참관단이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공개검증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선거 관리 과정뿐 아니라 선관위 내부의 예산 집행과 계약 과정에서도 비위 의혹이 잇따라 포착됐다.

특검팀은 지난 2일부터 공명선거추진활동비 부당 지급 의혹과 관련해 중앙선관위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위원장을 포함한 비상임위원들에게 매월 정액으로 지급해 온 공명선거추진활동비의 집행 과정에서 국고 손실 등이 발생했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전 사무총장 주거지와 중앙선관위 18개 부서 등이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으며, 이튿날에도 위원장실과 사무총장실 등을 대상으로 추가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지난 4일에는 사전투표용지 발급기 제작 사업의 특정 업체 특혜 의혹과 관련해 중앙선관위 선거기반과와 업체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특검팀은 중앙선관위가 입찰 공고 전 특정 업체에 사업계획을 유출하고, 해당 업체가 발급기를 임의 개조한 사실을 묵인한 것으로 파악했다. 각급 선관위는 잉크 등 소모품을 해당 업체와만 수의계약하도록 내부 지침을 변경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이 파악한 해당 사업의 규모는 발급기 제작비 321억원과 소모품 독점 공급액 138억원을 합쳐 약 459억원에 이른다. 특검팀은 압수물 분석을 통해 중앙선관위 담당 공무원과 업체 사이의 유착 여부, 부당한 특혜 제공 과정과 국가 손해 규모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남은 과제는 각종 의혹의 실무진을 넘어 선관위 지휘부의 관여와 책임을 규명하는 것이다. 특히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투표 통계 조작, 투표록 사후 위·변조 과정에서 중앙선관위의 지시가 어떤 경로로 전달됐는지,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 등 고위 관계자들이 관련 사실을 보고받거나 의사결정에 관여했는지가 핵심이다. 공명선거추진활동비와 외유성 출장 의혹 등 선관위 고위직을 둘러싼 비위 수사도 남아 있다.

특검팀의 기본 수사기간은 90일로, 필요할 경우 30일씩 두 차례 연장해 최장 150일까지 수사할 수 있다. 기본 수사기간의 3분의 2가량이 지났다.

다만 잇따른 강제수사에도 아직 구속영장 청구나 기소로 이어진 사례는 한 건도 없다.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 등 핵심 관계자 대면조사도 남아 있다. 특검팀은 구속자 수를 목표로 하는 수사는 지양한다는 입장이지만, 기본 수사기간 종료를 앞두고 주요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고 가시적인 수사 성과를 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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