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곤돌라 2심도 서울시 패소…'플랜B' 카드 만지작
  • 문화영 기자
  • 입력: 2026.09.18 00:00 / 수정: 2026.09.18 00:00
2024년 착공 이후 2년째 공사 중단
서울시, 상고·공원녹지법 개정 총력
사진은 서울 남산에서 케이블카가 운행되고 있는 모습이다. /뉴시스
사진은 서울 남산에서 케이블카가 운행되고 있는 모습이다. /뉴시스

[더팩트ㅣ문화영 기자] 서울 남산 곤돌라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기존 케이블카 운영사 간 법적 공방에서 서울시가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곤돌라 설치를 위해 추진한 도시관리계획 변경이 위법하다는 1심 판단이 유지됐지만 법 개정 추진 등 서울시의 '플랜B'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서울시는 대법원 상고를 검토하는 한편 소송과 별개로 공원녹지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사업을 재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권순형)는 지난 17일 남산 케이블카 운영사인 한국삭도공업 등이 서울시를 상대로 낸 도시관리계획결정 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1심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곤돌라 지주 설치를 위해 대상지 용도구역을 변경한 서울시의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날 선고에서 구체적인 판결 이유는 별도로 설명하지 않았다.

이번 소송은 서울시가 남산 곤돌라 설치를 위해 일부 부지의 용도구역을 도시자연공원구역에서 도시계획시설공원으로 변경하면서 시작됐다. 한국삭도공업은 서울시가 곤돌라 설치를 위해 사실상 높이 제한을 피하려고 용도구역을 변경했다며 행정소송을 냈다.

앞서 지난해 12월 1심 재판부는 서울시의 도시관리계획 결정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도시자연공원구역을 해제하거나 변경하려면 녹지 훼손으로 자연환경 보전 기능이 현저히 떨어진 지역 등 법령상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해당 구역은 이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취지다.

이번 항소심에서도 같은 판단이 유지되면서 서울시는 곤돌라 사업 추진을 위한 기존 도시관리계획 변경의 적법성을 법원에서 인정받지 못하게 됐다.

남진 서울시 G3 서울플랜 기획위원회 균형발전특별분과 위원장을 비롯한 특별분과위원 등이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남산 정상부를 찾아 남산 곤돌라 추진 현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뉴시스
남진 서울시 G3 서울플랜 기획위원회 균형발전특별분과 위원장을 비롯한 특별분과위원 등이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남산 정상부를 찾아 남산 곤돌라 추진 현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뉴시스

◆2024년 착공했지만…2년째 '공사 중단'

남산 곤돌라는 서울시가 64년간 이어진 남산 케이블카의 독점 운영 구조를 개선하고 남산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추진한 사업이다.

곤돌라는 10인승 캐빈 25대가 약 8~9m 간격으로 순환하는 방식으로 명동역 인근의 예장공원에서 남산 정상부까지 832m를 4~5분 만에 올라갈 수 있다. 시는 시간당 2000명 이상을 수송하며 휠체어·유모차 이용객도 편리하게 탑승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지난 2024년 9월 착공식을 열었다. 그러나 한국삭도공업 측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같은 해 10월부터 공사가 중단됐다. 이후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서울시가 패소하면서 사업은 약 2년째 멈춰 있는 상태다.

당초 서울시는 인허가와 준공을 거쳐 올해 봄부터 곤돌라를 정식 운영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공사 중단이 장기화되면서 기존 일정은 사실상 무산됐다.

서울시는 곤돌라 사업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시에 따르면 남산에는 연평균 약 1200만명이 방문하지만 기존 케이블카는 주말과 성수기에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도보 이용객과 순환버스 이용객도 남산 정상부까지 이어지는 가파른 구간을 이동해야 해 교통약자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지난달 25일에는 G3 서울플랜 기획위원회 균형발전특별분과가 남산을 찾아 곤돌라 추진 현황을 점검하기도 했다. 당시 특별분과는 남산 정상부와 접근성 현황을 살펴본 뒤 곤돌라를 교통약자 등의 이용 편의를 높이는 공공 인프라로 규정하고 사업 정상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남진 G3 서울 기획위원회 균형발전특별분과위원장은 "남산 곤돌라는 누구나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시민의 발’이자 서울의 관광 경쟁력을 끌어올릴 공공 인프라"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남산 곤돌라 사업이 중단된 가운데 하부 승강장인 예장공원의 모습이다. /문화영 기자
서울시가 추진하는 남산 곤돌라 사업이 중단된 가운데 하부 승강장인 예장공원의 모습이다. /문화영 기자

◆서울시 "대법원 상고 검토"…시행령 개정도 추진

서울시는 항소심 판결에 유감을 나타내며 대법원 상고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시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지난 60년간 고착된 민간 독점 체제와 시민들의 심각한 이동 불편을 방치하는 판결"이라고 밝혔다.

특히 "도시관리계획 결정 과정에서 서울시가 준수한 절차적 정당성과 법률상 요건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납득 못할 판단"이라며 "해당 도시관리계획 변경 결정 처분은 도시자연공원구역 변경 요건을 갖춘 적법한 행정조치"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공원녹지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소송과 관계없이 곤돌라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6월 도시자연공원구역 내 궤도·방재시설 높이 제한(12m)을 완화하는 내용이 담긴 '공원녹지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 예고했다.

이에 시는 개정안 후속 절차가 마무리되면 소송 결과와 상관없이 합법적인 사업 시행이 가능한 만큼 시행령 개정을 통한 법적 기반 마련에도 총력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18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궤도운송법도 주목된다. 기존에는 한 번 궤도사업 허가를 받으면 영구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었으나 법 개정으로 허가 유효기간이 20년으로 제한된다.

허가를 연장받으려면 기간 만료 1~2년 전에 관할 지방정부에 신청해야 한다. 이미 기간을 넘긴 사업자는 법 시행 후 2년 안에 재허가를 받아야 한다.

강석 서울시 균형발전본부장은 "사업이 중단될 경우 경제적 손실 발생은 물론 글로벌 도시로의 성장 기회까지 상실되는 만큼 대법원 상고를 면밀히 검토해 시민의 이동 권익을 지키고 남산을 진정한 시민의 품으로 돌려드릴 수 있도록 사업 완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cultur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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