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임신 당사자 부담 증가"

[더팩트ㅣ이다빈·정인지 기자] 정부가 먹는 임신중지 약물 '미프진'을 정식 도입하는 가운데 여성단체들은 복용 기준 완화와 접근성 확대를 한목소리로 요구했다.
한국여성민우회와 한국여성의전화 등 20여개 여성·인권단체로 구성된 모두의안전한임신중지를위한권리보장네트워크는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4월16일의 약속 국민연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헌법 불합치 결정 7년, 유산유도제 승인 신청 5년 만에 이뤄진 도입 결정을 환영한다"면서도 "제약과 규제가 아닌 실질적인 접근성 확대를 통해 안전한 임신중지 보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네트워크는 "2년 동안 원내 처방·조제 원칙이 적용되면 의료기관의 관리 부담이 증가하고, 임신 당사자는 의료기관 방문 시간과 횟수, 비용 부담이 증가하게 된다. 프라이버시 노출 등에 대한 문제도 해결하기 어렵다"며 "원내 처방·조제 원칙은 임상 데이터의 축적과 평가를 방해하고 오히려 건강과 안전을 저해하는 것으로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청소년도 보호자 등 제3자 동의 여부에 관계없이 안전하게 유산유도제를 처방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유산유도제는 연령에 상관없이 안전하다. 보호자 동의 의무화는 청소년의 임신중지 시기를 지연시키고 의료비와 건강상의 위험, 안전하지 않은 의약품과 의료환경에서의 임신중지 위험을 가중시킬 뿐"이라고 부연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한여넷)도 성명을 내고 "인공임신중지를 원하는 여성들이 안전하고 검증된 의료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진전"이라면서도 "약물 도입 결정만으로는 오랜 제도적 공백을 완전히 해소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건강보험 적용을 통한 비용 부담 완화와 의료진에 대한 충분한 교육 및 지원, 안전한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한 관리체계 마련, 국회의 조속한 관련 법률 개정이 병행돼야 한다"며 "제도의 목적은 여성에게 특정 선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선택을 하든 안전과 건강을 보장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데 있다"고 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역시 "드디어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첫걸음을 내딛은 것을 환영한다"면서도 "이번 임신중지 약물 도입 방안은 매우 미흡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약물을 필요로 하는 누구나 안전하고 신속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확대하고 건강보험을 적용해야 한다"며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후속 제도 마련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전날 한성숙 국무총리 주재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고 이르면 내년 1분기부터 미프진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월 국무회의에서 임신중지 약물 도입 검토를 지시했다.
미프진은 임신 초기에 복용할 수 있는 임신중지 전문의약품이다. 지난 1988년 프랑스에서 처음 허가된 뒤 영국(1991년)과 미국(2000년), 일본(2023년) 등으로 확산됐다. 현재 100여개국에서 사용 중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관련 성분을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했다.
국내 복용 대상은 임신 9주(63일) 이내다. 일본은 9주, 미국은 10주, 핀란드와 덴마크는 12주 이내까지 임신중지 약물을 사용할 수 있다. 정부는 도입 후 2년간 의료기관에서 처방과 조제를 모두 하는 '원내 조제' 방식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복용 후 7~14일 안에 다시 병원을 찾아 효과와 부작용을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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