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보호자 이구동성 만족도 높아…웬만한 1차 진료 소화

아이들이 태어나는 것 이상으로 건강하게 자라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야간·휴일 등 사각지대 시간에 아이들의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부모의 가슴은 타들어간다. 이를 위해 소아과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달빛어린이병원' 등이 운영 중이지만 많은 보완점이 지적된다. <더팩트>는 3회에 걸쳐 서울의 소아 야간 진료망 현장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짚어본다.<편집자주>
[더팩트ㅣ문화영·김명주 기자] "'응급실을 가야하나' 싶은 아이가 치료를 받고 집으로 갈 때 뿌듯해요."
뉘엿뉘엿 해가 저물 무렵 서울 양천구 신정역네거리 인근 '더건강한365의원'에 들어섰다. 8월부터 '달빛어린이병원'으로 지정된 이곳에는 진료실 앞 대기 공간에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온 아이들로 가득찼다. 아이들은 간호사가 이름을 부르자 진료실로 들어갔고 하나둘 치료를 받았다.
양천구는 기존 목1동 '24시열린의원'에 이어 '더건강한365의원'을 달빛어린이병원으로 신규 지정했다. 소아 경증환자가 평일 야간과 휴일에도 가까운 의료기관에서 전문적인 외래 진료를 받아 구 전역에서 균형 있는 소아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양천구 관계자는 "타 자치구에 비해 소아청소년 인구 비율이 높아 교육도시 양천 이미지에 걸맞는 의료 인프라를 구축하고자 추가 1곳을 발굴했다"며 "기존 달빛어린이병원이 목1동에 있어 신정·신월동 권역이 상대적으로 소아 의료 접근성이 낮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진료시간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자정까지, 토·일요일과 공휴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다. 현재 총 6명의 의사가 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밤이 깊어질수록 달빛어린이병원의 역할은 더욱 선명해졌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감기부터 두드러기, 상처 등을 치료받고 초음파로 맹장염 여부 확인, 골절 처치나 봉합도 이루어진다.
12살 남자 아이는 넘어져 피부가 패여 드레싱을 받기 위해 이곳을 방문했다. 아버지 A씨는 "어렸을 때 아이가 아프면 응급실을 갔는데 오래 기다리고 비용도 많이 들었다"며 "이곳에서는 웬만한 1차 진료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 역시 "접수와 치료가 빠르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딸과 함께 온 40대 여성 B씨는 "급해서 차 타고 왔다"며 "과거 아이가 아프면 동네 병원이 문을 다 닫아 응급실을 갔다. 아마 대부분의 엄마들이 그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승엽 대표원장은 달빛어린이병원을 '지역사회의 작은 응급실'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경증 아이들을 치료하고 상급 병원이 필요한 친구들을 적절하게 판단해 응급실 부하를 줄일 수 있다"며 "이곳이 지역사회의 관문 혹은 게이트키퍼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어 "'응급실을 가야하나' 싶은 아이가 치료를 받고 집으로 갈 때 뿌듯하다.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응급실 포션을 경증환자가 뺏으면 안되기 때문"이라며 "정밀검사 후 질병을 발견하면 적절하게 상급병원으로 의뢰한다"고 말했다.
달빛어린이병원 지정 이후 '더 건강한365의원' 이용객 수는 이달 기준 소아청소년 989건, 성인 3135건이다. 기존 24시열린의원 이용객 수는 올해 1~6월 기준 2만822건으로 이 중 소아청소년은 8481건, 성인은 1만2621건이다.
양천구는 달빛어린이병원 2곳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진료시간 준수 여부 등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며 야간·휴일 소아진료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 관리할 계획이다.
양천구 관계자는 "소아의료공백을 줄이기 위해 시에서 추진하는 '우리아이 안심 의료기관' 사업 등 향후 소아의료 관련 정책 및 사업추진 시 참여해 지역 내 소아의료체계 강화를 위해 지속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응급실 가기엔 부담스러운데 소아병원이 가까이 있으면 막막함이 줄어들어요."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저녁 시간 찾은 서울 강서구 마곡역 인근 로뎀소아청소년과 의원 역시 문이 열리자 아이와 부모가 연이어 들어왔다. 간호사는 아이의 체온을 확인하고 몸무게를 쟀다. 30분이 채 되지 않아 열댓명의 아이들이 대기공간을 가득 메웠다. 진료실 안에서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병원 밖까지 들렸다.
이곳은 서울시 '우리아이 안심의원'으로 지정된 병원이다.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토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일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진료한다.
두살배기 아이가 코에 돌멩이를 넣어 급하게 병원을 찾은 C씨는 "밤에 갑자기 아이가 아프면 부모도 당황스럽고 놀란다"며 "응급실까지 가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늦게까지 진료하는 병원이 가까이 있으면 막막함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이어 "야간진료 소아병원이 없는 지역도 있다고 들었다"며 "그런 곳에도 생겨 부모들이 걱정을 덜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세살 아이와 함께 온 D씨는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아이에게 열이 나자 퇴근 후 병원을 찾았다. 맞벌이 부부인 D씨는 "평일에 일을 하다 아이가 아프다고 연락을 받으면 불안하다"며 "특히 열이 심하게 나는 경우 밤에 응급실을 가야 하는데 아이를 받아주지 않는 응급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안타깝다"고 했다.
이곳은 지난 2024년 1월부터 우리아이 안심의원으로 지정된 뒤 야간진료와 일요일 진료를 시작했다. 이전에는 평일 오후 7시까지와 토요일 진료만 했다. 신재석 대표원장은 "올해 기준 환자가 많은 날에는 하루 70~80명, 적은 날에는 30~40명 정도가 찾는다"며 "이 중 야간 환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30~40% 정도다. 특히 오후 7~9시 사이 하루 환자의 3분의 1가량이 몰리는 날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야간 소아진료의 필요성은 분명하다. 그러나 병원 입장에서는 인력난으로 문을 계속 열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신 원장은 "야간 시간대 인력 급여를 주간보다 높게 책정하고 있지만 야간이라는 조건까지 겹치면 사람을 구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페이닥터를 구할 수는 있지만 병원 운영에서 적자가 나면 안 된다"며 "의사를 구할 수 있을 만큼 운영을 지원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천구 '더건강한365의원' 역시 인력 수급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이 원장은 "야간이나 주말에 아무도 일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인력 수급이 제일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두 병원의 밤은 밝게 빛나고 있다. 신 원장은 "늦게까지 열어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오히려 제가 되려 고맙다'며 "야간에는 환자가 적게 와도 중증이거나 꼭 진료가 필요한 사람일 수 있다. 안심의원은 그런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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