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수당·경비 등 반영…"고도의 전문가 투입"

[더팩트ㅣ이다빈·이예리 기자] 2027학년도 대학입시 수시모집 전형 중 일부는 서류 평가만 진행되는데도 약 10만원에 이르는 고액의 전형료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시 원서를 접수하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부담을 호소하는 가운데 전형료 산정의 뚜렷한 근거와 구체적 기준을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1일 <더팩트>가 서울 주요 대학 29곳을 조사한 결과 일부 대학의 학생부교과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은 단순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교과 성적이나 서류 평가만 진행됐다. 면접이나 논술, 실기 등 추가 평가 절차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최대 7만~9만5000원의 전형료가 책정된 것으로 파악됐다.
고려대 학교추천전형과 학업우수전형은 9만5000원으로 서류 평가만 이뤄지는 전형 중 전형료가 가장 높았다. 학교추천전형은 학생부 교과 성적 90%에 서류 10%를 반영했다. 학업우수전형은 서류 100%에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적용됐다.
홍익대 학교생활우수자전형과 동국대 학교장추천인재전형은 각각 7만원이었다. 홍익대 학교생활우수자전형은 학생부를 기반으로 학업역량과 진로역량, 공동체역량 등을 평가하는 방식이었다. 동국대 역시 학교장추천인재전형에서 학생부를 바탕으로 기초학업역량과 주도성, 진로탐색 노력, 인성 및 사회성을 평가했다. 학생부 교과 성적과 서류 반영 비율은 70%와 30%였다.
이어 이화여대 미래인재전형(서류형)·고교추천전형, 연세대 학생부교과전형(추천형), 경희대 학생부교과전형(지역균형), 숙명여대 학생부교과전형(지역균형), 숭실대 SSU미래인재전형(서류형)은 모두 6만5000원으로 책정됐다.

서강대 학생부종합전형(일반 1·2, 기회균형), 성균관대 융합인재·탐구인재·기회균형전형, 중앙대 학생부종합전형(융합형인재), 한양대 학생부종합전형(추천형), 한국외대 학생부종합전형(서류형·SW인재), 광운대 광운참빛인재전형 2(서류형)는 6만원, 홍익대 학교장추천자전형은 5만5000원, 한양대 학생부교과전형(추천형)·학생부종합전형(서류형), 숭실대 교과우수자전형(학교장추천), 서울여대 학생부종합전형(바롬인재 서류형)은 5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디자인학부 24명, 체육과학부 15명을 모집하는 이화여대 예체능서류전형은 1단계 서류 100%로 모집인원의 4배수를 선발한 뒤 2단계에서 면접 평가가 이뤄졌다. 서류 평가에 2단계 면접만 추가되지만 전형료는 10만5000원에 달했다.
대학은 고등교육법에 의거해 정해진 기준에 따라 전형료를 산정한다. 교육부령인 '대학 입학전형 관련 수입·지출의 항목 및 산정방법에 관한 규칙'에는 전형료 산정 시 기준이 되는 관련 수당과 홍보비, 회의비, 업무위탁 수수료, 인쇄비, 식비 등 12개 지출 항목이 규정돼 있다.
수당은 출제수당과 평가수당, 감독수당, 준비진행수당, 회의수당 등으로 구분된다. 수당 산정 시 서류 제출부터 출제, 고사 관리, 평가, 진행 보조 등의 비용이 포함된다. 자료 구입비와 공공요금, 여비, 시설 사용료 등은 경비로 분류된다. 수당과 경비는 전형별 지원자 수를 예측한 뒤 휴일과 평일, 출제·관리·평가·면접·심사위원 투입 인원 등을 고려해 학교별 지급단가에 따라 산정하는 방식이다.
실기·실적전형이나 논술·면접전형의 경우 별도의 시험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전형료가 최대 16만원에 이르는 등 대체로 높은 편이다. 하지만 서류 심사만 하는 경우에도 고액의 전형료가 책정된 것을 두고 수험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선 불만이 크다. 특히 현행법은 산정 기준만 제시할 뿐 각 대학은 대학입학전형관리위원회 등 심의기구를 통해 자율적으로 전형료를 책정하고 있다.
대학들은 교육부의 대학정보공시 사이트 '대학알리미'를 통해 입학전형료 산정근거와 예산을 공개하고 있다. 다만 전형별 세부 내역은 확인할 수 없어 전형료 책정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수시 원서를 접수한 수험생 A(18) 양은 "서류 반영 비율 100%에 면접도 없다. 심지어 수능 최저학력기준도 네 과목 합 8등급까지 맞춰야 한다"며 그런데도 원서비를 9만원씩이나 받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 대학 떨어지면 원서비 높은 순으로 대학 이름을 새길 것"이라고 말했다.
고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김모(53) 씨는 "학부모나 학생 입장에서 어떤 기준으로 전형료가 정해지는지 잘 모르니까 입시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전형료를 강매당한다는 기분이 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학부모 서모(53) 씨는 "여러 대학을 지원하다 보니 수시 원서 접수비에 드는 비용이 절대 적지 않다"며 "대학이 왜 이 정도 수준의 전형료를 책정했는지 설명해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대학 측은 서류만으로 심사할 경우 평가의 난이도가 높아 고액 지출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전형료만 봤을 때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들 수는 있지만, 단편적인 서류 검토 비용이 아니라 평가 인력과 절차, 전산·보안 시스템 등 전반에 소요되는 비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책정되는 것"이라며 "전임사정관 및 교수진 등 고도의 전문가가 장기간에 걸쳐 수만 건의 학생부를 봐야 한다. 독립 평가, 교차 검증, 블라인드 처리, 보안 전산망 등 공정성 검증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대학 관계자도 "대학이 임의대로 전형료를 정하는 구조가 아니라 교육부령에 명시된 기준에 따라 전형료를 산정하고 있다"며 "모집 인원과 평가 방법, 고사 운영 방식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기 때문에 전형별 전형료가 다르다"라고 했다. 이어 "입시 공정성 확보는 타협할 수 없는 최우선 원칙이며, 대입 전형료는 수익을 발생시키는 구조가 아니다"랴며 "고등교육법에는 결산 후 잔액이 발생할 경우 응시자 전원에게 비례해 전액 반환하도록 법제화돼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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