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문화영 기자] 서울시가 '그늘보행권'을 도시정책의 기본 원칙으로 도입한다. 올해와 내년 생활가로 시범사업을 거쳐 오는 2028년부터 서울 전역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9일 오전 시청 브리핑룸에서 '그늘보행권'을 발표하고 "정원도시 서울을 통해 생활권 녹지를 늘려왔다면 그늘보행권은 이를 집에서 목적지까지 이어주는 다음 단계다. 그늘을 시민의 건강과 일상을 지키는 도시의 기본 서비스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늘이 필요한 곳에 맞춤형 시설을 조성하고 생활권마다 끊김 없이 연결해 누구나 여름에도 안전하고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서울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그늘보행권'은 시민이 일상적인 보행 동선에서 일정 수준의 그늘을 끊김 없이 누릴 수 있도록 도시 공간을 계획하고 관리하는 정책이다. 단순히 나무나 그늘막 개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걷고 기다리는 동안 실제 그늘의 면적과 지속시간, 연결성 등을 기준으로 삼는다.
시는 이를 위해 △그늘이 필요한 곳을 찾고 △장소 여건에 맞는 그늘을 만들고 △주요 생활공간을 따라 끊김 없이 연결하는 '3단계 전략'을 추진한다.
우선 햇빛 노출시간과 시민의 실제 보행 동선을 분석해 그늘이 부족한 지역을 찾는다. 보행자 수와 폭염 취약계층의 이용 정도, 야외 대기시간, 시설 설치 가능성, 개선 효과 등을 종합해 우선순위를 정한다. 지하철역·학교·시장·병원·복지시설로 가는 길과 횡단보도·버스정류장 등을 먼저 살핀다.
장소별 여건에 따른 맞춤형 그늘도 조성한다. 나무를 심어 자연 그늘을 확보하고 지하 시설물이나 좁은 보도 등으로 나무를 심기 어려운 곳에는 계절형 차양과 캐노피, 어닝, 소규모 쉼터를 설치한다. 개별 시설을 주요 생활공간과 연결해 생활권 그늘길로 잇는다.
올해는 그늘이 부족한 폭염 취약지역 35곳에 차양형 그늘막을 추가 설치한다. 고정형·스마트형 그늘막 약 5000개를 운영한다.
또 올해부터 내년까지 시민과 관광객 이용이 많거나 그늘이 부족한 생활가로 10곳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햇빛 노출시간과 보행자 수, 고령인구, 그늘 단절 정도, 시설 설치 가능성을 종합해 대상지를 선정한다.
넓은 보도와 좁은 보도, 경사로 등 지역별 여건에 따라 서로 다른 그늘 조성 방식을 적용한 뒤 실제 효과를 분석한다. 시는 시범사업 결과를 토대로 2028년부터 '그늘보행권'을 서울 전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그늘 확보 필요성은 온열질환 발생 양상에서도 확인됐다.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에 따르면 2023~2025년 서울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815명이다. 이 가운데 발생 장소가 길가인 환자가 31.4%로 가장 많았다.
시는 앞서 서울 시내 보도 6만 7029곳, 총 4031㎞를 대상으로 건물과 가로수가 만드는 그늘을 분석했다. 지난해 7월 28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보도를 1m 단위로 나눠 시간대별 햇빛 노출 여부를 살펴봤다.
그 결과 보도의 평균 햇빛 노출시간은 4시간 21분으로 전체 구간의 27.6%는 6시간 이상 햇빛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보도의 평균 그늘 비율은 44.4%로 건물 그늘이 29.2%포인트, 가로수 그늘이 15.2%포인트를 차지했다.
시는 이 같은 분석을 바탕으로 보행 그늘을 충분히 확보하려면 가로수만 따로 늘리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건물의 높이와 위치, 도로 방향, 보도 폭, 식재 공간과 차양시설 등을 도시계획 단계부터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시는 '그늘보행권'을 도시기본계획과 생활권계획에 반영하고 지구단위계획·정비사업·공공건축사업 등에 단계적으로 적용한다. 생활가로·여가가로·활력가로를 조성하는 350개 '보행일상중심'에도 생활권 그늘길을 계획한다.
건물과 도로를 새로 조성할 때 건물의 높이·위치와 보도 폭, 식재공간을 함께 계획하고 공개공지와 공공보행통로에는 큰 나무와 차양, 벤치를 연계해 설치하도록 유도한다. 민간이 필로티·캐노피·어닝이나 스마트쉼터 등 실제 보행 그늘을 만드는 시설을 설치하면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사업 효과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체계도 마련한다. '보행그늘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사업 전후 시민이 실제로 누리는 변화를 측정하고 효과가 확인된 방식은 다른 지역으로 확대한다. 이와 함께 쿨루프 적용을 확대하고 신축건물에 대한 적용기준 강화 방안은 법적 검토를 거쳐 마련하는 등 도시 전반의 폭염 대응력도 높인다.
시는 다음 달 자치구를 대상으로 공모를 진행해 시범사업 대상지 10곳을 선정할 계획이다. 자치구 공모와 함께 시 자체적으로도 '그늘보행권'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지역을 발굴한다. 시범사업에 필요한 비용은 서울시 예산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김창규 도시공간본부장은 "서울의 여름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그늘은 건물과 보도, 가로수가 함께 만드는 도시 구조의 문제"라며 "그늘을 편의가 아닌 누구나 누려야 할 도시의 기준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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