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줄 수 있는 건 격려뿐"…두손 모아
수험생들 학원서 막바지 수능 준비

[더팩트ㅣ정인지·안디모데·이예리 기자] 202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100일 앞두고 조계사와 봉은사, 명동성당에 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 발길이 이어졌다. 한낮 최고 34도의 폭염에도 이들은 자녀들이 노력의 결실을 맺길 염원하며 두 손 모아 기도했다.
전날 오전 10시께 서울 강남구 봉은사 대웅전 앞 촛불함에는 수험생 합격을 비는 초 50여개가 켜져 있었다. 흰색 초에는 '건강, 심신 안정, 수능 고득점, 수능 대박, 대학 합격' 등 소원이 적혀 있었다. 3층 석탑 주변에도 '올해 꼭 좋은 대학 가게 해주세요.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원하는 대학 합격 기원'이라고 적힌 초가 놓여 있었다. 한 시민이 촛불함 미닫이문을 열자 주변에서는 "바람에 초가 꺼질 수 있으니 조심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70대 박환영 씨와 한숙자 씨는 손수건으로 연신 땀을 훔치며 초에 손주의 이름과 소원을 적었다. 이들은 "고생하는 건 우리가 아니라 애들"이라며 "폭염 속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이 건강을 잃지 않고 침착하게 수능을 치렀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할머니가 해줄 수 있는 건 기도뿐이니, 이거라도 해야지"라며 미소를 지었다.
출근길에 봉은사를 찾았다는 40대 서주호 씨는 땀에 젖은 셔츠 차림으로 대웅전 앞에서 두 손을 모았다. 고3 아들을 둔 서 씨는 "평소 절에 다니진 않지만 수능이 다가오니 간절한 마음에 찾게 됐다"며 "긴장하지 말고 하던 대로만 시험을 치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에서 온 김정기(50) 씨는 "아이가 내색은 하지 않지만 재수를 하다보니 '이게 맞는 건가' 하며 불안해할 때가 있다"며 "남은 기간 컨디션을 잘 관리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시험에 임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같은 시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도 수험생을 위한 소원지가 곳곳에 걸려 있었다. 800여개의 연등 사이로 '2027학년도 대학생 되게 해주세요', '논술 고득점', '수능 대박 기원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가자', '연세대 의대 합격 발원' 등 글귀가 눈에 띄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연등에 달린 종에서 '짤랑짤랑' 소리가 났다.
고3 딸을 둔 장선혜(44) 씨는 신발을 벗고 법당에 들어가 삼배를 올렸다. 세 차례 절을 마친 뒤에는 칠성각 앞에서 합장했다. 장 씨는 "딸이 밤낮으로 공부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안쓰럽다"며 "간호사가 되고 싶어 하는데 시험을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매일은 못 오더라도 일주일에 한 번은 와서 기도하려 한다"고 했다.
경기 성남시에서 온 김은지(46) 씨는 "고3 아들이 오전 6시에 집을 나서 스터디카페와 학원을 거쳐 오후 10시에 돌아온다"며 "아빠보다 먼저 나가고 늦게 들어오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이어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버텼으면 한다"며 "더 많은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재수 중인 손녀를 위해 조계사를 찾은 박기순(86) 씨는 "젊었을 때는 '해주세요, 해주세요' 하며 기도했는데 지금은 '마음이 평온하게 해주세요' 라고 기도한다"며 "결과도 잘 나오면 좋겠지만 결국 손녀 마음이 편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도 수험생 가족들의 기도가 이어졌다. 미사가 끝난 성당 안에는 100여명이 남아 성경을 읽거나 눈을 감고 기도하고 있었다.
고3 손녀와 손자를 둔 박선심(78) 씨는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올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나머지는 하늘에 맡기는 것"이라며 "아이들은 공부하느라 바쁘니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기도하고 격려하는 것뿐"이라고 했다.

이날 학원가에서는 수험생들이 학원을 오가며 막판 수능 준비를 이어갔다. 한 수험생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 인근 횡단보도 앞에서 이어폰을 낀 채 영어 단어장을 넘겼다. 책 여러 권을 안고 학원으로 향하는 학생도 눈에 띄었다.
인근 편의점에서는 학생들이 에너지바와 우유, 컵라면 등으로 간단히 끼니를 때웠다. 인근 햄버거 프랜차이즈 매장에서는 수험생 8명이 2인용 테이블에 각각 홀로 앉아 이어폰을 낀 채 햄버거를 먹었다. 거리에는 삼각김밥이나 닭꼬치를 먹으며 학원으로 향하는 학생들도 보였다.
휘문고 3학년 홍종원(18) 군은 "그동안은 괜찮았는데 요즘은 햇볕이 너무 뜨거워 힘들 때가 있다"며 "100일 동안 미련 없이 쏟아붓고 싶다"고 말했다. 정신여고 3학년 장모(19) 양도 "내년에 후회하지 않게 남은 기간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세화고 3학년 강모(18) 군은 "발전하고 있다고 느끼거나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았다고 느낄 때 힘이 난다"고 말했다. 강 군은 "수능을 잘 봐서 내년엔 안 보도록 하겠다"면서 "수능이 끝나면 하루 종일 자고 싶다"고 덧붙였다.
올해 수능은 오는 11월19일 치러진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이번 수능부터 수험생들이 가채점을 할 수 있도록 수험표 뒷면에 가채점표를 제공한다. 이번 수능은 현행 선택과목 체제로 치러지는 마지막 시험이다. 2028학년도 수능부터는 국어·수학·사회·과학에서 선택과목이 사라져 문·이과 구분 없이 같은 시험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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