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김명주 기자] 집중호우와 폭염이 이어지며 고온다습한 날씨가 지속되는 가운데 서울에서도 모기 매개 감염병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서울에서 말라리아 등을 옮길 수 있는 모기가 평년보다 일찍 채집된 가운데 자치구들은 감시망을 확대하고 현장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매개모기 조기 출현이 감염병 환자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21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서 발생한 말라리아 환자는 모두 192명이다. 이 가운데 서울 환자는 27명(국내발생 18명·국외유입 9명)이다. 뎅기열 환자는 전국 26명이며 서울에서는 7명이 확인됐다. 일본뇌염 환자는 아직 없다.
서울 말라리아 환자는 2023년 94명에서 2024년 99명으로 늘었다가 지난해 70명으로 감소했다. 뎅기열 환자 역시 2023년 53명에서 2024년 60명으로 증가한 뒤 지난해 27명으로 줄었다. 일본뇌염 환자는 2023년과 2024년 각각 3명, 지난해 1명이었다.
지난해 주요 모기 매개 감염병 환자가 감소했지만 올해는 감염병을 옮길 수 있는 모기가 예년보다 일찍 나타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감염병 매개 모기가 조기 출현했던 2024년에도 서울 말라리아 환자가 증가한 만큼 지속적인 감시와 적극적인 방역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댕기열 환자는 해외 유입 사례가 대부분으로 국내 발생을 크게 걱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국내 매개모기가 서식하는 만큼 해외 유입 환자를 통한 전파 가능성에 대비한 감시가 필요하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말라리아를 옮길 수 있는 얼룩날개모기는 평년보다 2주 일찍 채집됐다. 뎅기열 등 해외 유입 감염병을 매개할 수 있는 흰줄숲모기도 평년보다 1주 일찍 발견됐다. 연구원 관계자는 "2024년에도 매개 모기 출현이 빨랐고 다른 해보다 많은 개체가 잡혔다"며 "올해 역시 모기 매개 감염병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국에 일본뇌염 경보와 말라리아 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질병관리청이 올해 말라리아 위험지역으로 지정한 서울 자치구는 강동·강북·강서·관악·구로·금천·노원·도봉·마포·성북·양천·영등포·은평구 등 13곳이다. 위험지역은 환자 발생과 인접 지역의 전파 가능성 등을 고려해 지정된다.

자치구들은 모기 감시와 방역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위험지역 가운데 하나인 성북구는 모기 유충과 성충을 동시 공략하는 이중 방제에 나섰다. 모기 발생 모니터링 장비와 실시간 민원 현황을 분석해 취약지역을 파악하고 전문 방역기동반을 집중 투입한다. 공원과 하천변 산책로에서는 매일 성충 방제를 실시하고 하수구와 빗물받이에는 유충 구제제를 투입해 모기 발생을 선제적으로 차단한다.
동대문구는 스마트 모기감시장비를 추가 설치했다. 청량리동주민센터 부지와 휘경빗물펌프장에 설치된 일일 모기 발생 감시장비에 더해 최근 우각산어린이공원과 새샘근린공원 등 5곳에 스마트 모기감시장비를 설치했다. 장비를 통해 지역별, 시기별, 모기 종별 밀도 변화 데이터를 수집해 방역 효과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시민 대상 예방수칙을 알리는 활동도 이어지고 있다. 강동구는 최근 모기 매개 감염병 예방 홍보 캠페인을 진행했다. 아동 감염병 노출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지역아동센터 15곳과 우리동네키움센터 9곳을 대상으로 예방 관리와 위기 상황 발생 시 초기 대응 방법을 교육했다.
전문가들은 잦은 비와 높은 기온이 맞물리면서 감염병 매개 모기의 성장과 번식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며 체계적인 방역과 개인 예방수칙 준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석좌교수는 "비가 자주 내리면 산란 장소가 늘어나기 때문에 개체 수가 늘어나는 데다가 감염병 매개 모기가 조기 출현했다는 것은 그만큼 기온이 올랐다는 이야기"라며 "기온이 오르면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개체 수가 증가하면 감염병 환자도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사람이 생활하는 주택가 주변과 축사 안팎, 풀이 우거진 장소를 중심으로 방역을 실시하면 효과를 높일 수 있다"며 "감염병 매개 모기가 머무는 장소를 정확히 파악해 방역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개인 예방수칙으로는 집 주변 고인 물 제거, 야간 활동 자제, 야외활동 시 긴팔·긴바지 및 밝은 색 옷 착용, 모기기피제 사용 등이 꼽힌다.
이 교수는 "일본뇌염 매개모기는 밤 8시부터 10시 사이, 말라리아 매개모기는 밤 10시 이후 활동이 활발해진다"며 "말라리아 위험지역에서는 밤 10시 이후 야외활동을 가급적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여름철 덥다는 이유로 늦은 밤 야외에 오래 머물거나 밖에서 잠을 자면 모기에 물릴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