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김명주 기자] 취업난과 AI(인공지능) 확산에 따른 직무 환경 변화 속에서 용접, 전기 등 현장 기술을 배우려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서울시 기술교육원은 청년층의 기술 교육 수요에 맞춰 올해 하반기부터 지게차운전 등 청년특화과정을 신설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을 취업 불안과 노동시장 변화에 대비하려는 청년들의 선택으로 보고 기술직 선호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17일 서울시기술교육원에 따르면 2024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교육원에 입학한 청년층(만 20~39세)은 2862명으로 전체(8164명)의 35.1%를 차지했다. 전체 지원자 10명 중 3명 이상이 청년층인 셈이다.
과정별로는 자동차정비와 용접, 전기 분야에서 청년층 참여가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자동차정비 과정 청년 입학생은 208명으로 전체 교육생(410명)의 50.7%를 차지했다. 용접 과정은 101명으로 전체(230명)의 43.9%, 전기 과정은 179명으로 전체(488명)의 36.7%가 청년층이었다.
청년층 비중 증가세는 용접 과정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용접 과정의 청년 입학생 비율은 59.7%로 2024년 33.3% 대비 약 1.8배 높아졌다. 전기 과정도 올해 상반기 47.3%로 2024년 32.8% 대비 약 1.4배 증가했다.
과거 기술교육원의 주요 교육생이 재취업을 준비하는 중장년층이었다면 최근에는 첫 일자리 진입이나 직무 전환을 준비하는 청년층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게 교육원 측 설명이다. 기술직 취업과 국가기술자격 취득 방법을 문의하는 청년도 늘고 있다.
기술교육원 관계자는 "예전에는 중장년층이 제2의 직업을 찾기 위해 기술교육원을 많이 찾았지만 최근에는 청년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며 "청년들이 인문계열을 전공한 뒤 사무직 취업을 준비하는 데 한계를 느끼거나 AI 확산에 따른 직무 환경 변화를 빠르게 파악해 기술직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년 교육생들은 직접 몸을 움직이고 장비를 다루는 실습 과정에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며 "기술을 익히고 자격증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성취감도 느끼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청년층의 관심이 커지자 기술원은 올해 하반기부터 청년특화과정을 신설했다. 만 15~39세를 대상으로 하는 과정은 지게차운전과 타일 시공, 시스템에어컨 유지관리, 도배, 소방기계안전관리, 용접 등 총 6개로 정원은 110명이다.
청년특화과정은 첫 일자리 진입이나 직무 전환을 준비하는 청년이 비교적 짧은 기간에 실무 기술을 익힐 수 있도록 구성됐다. 이론보다는 실제 현장에서 사용하는 장비와 공구를 활용한 실습에 중점을 두고 국가기술자격 취득과 취·창업 연계까지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술교육원 관계자는 "청년층의 교육 수요가 높은 분야를 중심으로 특화과정을 개설했다"며 "현장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기술을 실습 위주로 가르치고 자격증 취득을 통해 전문성을 갖춰 취업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의 기술직 관심이 취업난에 따른 문과·사무직 기피 현상과 맞물려 나타난 만큼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교육과정에 참여하는 등 특정 기능을 갖추려는 청년층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고용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독립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익히려는 경향"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고 정규직 채용이 드문 제조업보다는 미장처럼 높은 일당을 받거나 프리랜서 형태로 일할 수 있는 분야에 관심이 쏠리는 모습"이라며 "AI로 대체하기 어려운 현장 업무라는 점도 관심을 끄는 요인으로 보인다"고 바라봤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가장 큰 원인은 취업에 대한 불안과 앞으로 달라질 노동시장에 대비하려는 청년층의 선택"이라며 "'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생겨난 것 자체가 기술과 공업, 이과 계열에 대한 선호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짚었다.
이어 "문과를 졸업한 뒤 기술을 배우기 위해 전문대학에 다시 진학하거나 이공계 분야를 복수전공하는 청년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AI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기 전부터 시작된 현상인 만큼 기술 분야를 선호하는 흐름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