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정인지·이다빈·진주영 기자] 내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700원으로 확정되자 자영업자도 아르바이트생도 표정이 밝지 못 하다. 자영업자들은 인건비 부담에 사람을 줄이거나 혼자 일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아르바이트생들은 시급 인상을 반기면서도 일자리가 줄거나 근무시간을 나누는 '쪼개기 고용'이 늘어날까 걱정했다.
15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소규모 사업장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한목소리로 인건비 부담을 호소했다. 대구에서 출장뷔페와 편의점을 운영하는 강영빈(31) 씨는 "음식값은 눈치가 보여 올리지 못하는데 인건비와 재료비는 계속 오른다"며 "지금도 인건비 부담으로 알바생을 쓰지 않고 가족끼리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비용이 계속 오르면 장사할 이유가 없다"며 "내년에는 줄폐업이 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는 문지환(29) 씨는 "380원은 받는 사람 입장에선 미미할 수 있지만 부자재값 100원이라도 줄여 원가를 낮추려는 소상공인에겐 허무한 금액"이라며 "알바생 임금을 주려고 주말이나 평일 퇴근 후 다른 곳에서 일일 알바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의 한 카페 사장 이윤정 씨는 "처음엔 알바생 2명을 썼지만 1명으로 줄였다가 3년 전부터 결국 모두 내보냈다"며 "알바생을 고용할 땐 매출의 30~40%가 인건비로 나갔다"고 토로했다. 이 씨는 "개인적인 일이 생겨 가게 문을 닫으면 그날은 아예 매출이 없다"면서도 "인건비 부담을 생각하면 다시 사람을 쓰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서울 관악구에서 10년째 김치찌개 전문점을 운영하는 유덕현 씨도 마찬가지다. 그는 "정규직 1명과 알바생 2명을 고용하고 있다"면서도 "인건비 부담으로 3명을 모두 근무시키지 못하고 교대로 일하게 한다"고 전했다. 이어 "내년에는 정규직 1명도 알바로 전환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충북 청주에서 햄버거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변원섭(40) 씨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직원들의 처우가 좋아지는 건 당연히 필요한 일"이라면서도 "최저임금을 올리는 정책도 중요하지만, 그 부담을 자영업자가 혼자 감당하는 구조는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날 "줄 돈은 없는데 인건비만 오르는 최저임금의 모순으로 소상공인발 고용 위기가 경제 전반에 번질 수밖에 없다"며 "일자리안정자금 부활과 경영안정자금 지원 확대 등 소상공인 지원 대책을 즉각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르바이트생들은 최저임금 인상을 반겼다. 서울 동작구의 한 편의점에서 일하는 취업준비생 이모(28) 씨는 "380원이 생각보다 적게 오른 것 같지만 월급으로 따지면 많은 보탬이 된다"면서 "대학을 졸업하고 내년부터 고시원에 들어갈 예정이라 생활비가 부담됐는데 시급이 올랐다는 소식이 반갑다"고 말했다.
다만 물가 상승으로 시급 인상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왔다. 특히 업주들의 쪼개기 고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취업준비생 주연지(26) 씨는 "전체적인 임금 수준이 함께 높아질 것 같아 기대된다"면서도 "물가가 많이 오른 상황을 생각하면 거기서 거기인 것 같다"고 언급했다. 대학생 이윤서(23) 씨는 "같은 시간을 일해도 내년에는 월급을 더 받으니 고정지출 부담을 덜 것 같다"면서도 "알바를 적게 뽑거나 안 뽑는 경우가 생길까 걱정된다"고 했다.

대학생 박세빈(25) 씨는 "물가 오르는 속도가 더 빨라 여전히 생활이 빠듯하다"며 "어차피 시급이 오르면 점주들이 '쪼개기 알바'를 써 크게 체감이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주휴수당을 주지 않으려고 주 15시간 미만으로 일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며 "학교 앞 카페는 하루 1시간짜리 알바도 있다"고 전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시급 380원 인상은 하루 8시간 기준 3040원, 한 달 기준 8만원에도 못 미친다"며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도 "최근 물가와 체감 생계비 상승을 고려하면 3.7% 인상은 사실상 동결에 가까운 수준"이라며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최저임금위원회는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4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700원으로 결정했다. 올해 최저임금인 시간당 1만320원보다 380원 오른 금액이다. 최저임금 인상률은 지난 2023년 5.0%에서 2024년 2.5%, 지난해 1.7%로 낮아졌다가 올해 2.9%에 이어 내년 3.7%로 3년 만에 3%대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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