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차별에 잠식된 교실…어른들은 진영 싸움에 혈안
  • 이다빈, 이예리, 김태연 기자
  • 입력: 2026.07.05 00:00 / 수정: 2026.07.05 00:00
"유튜브가 메운 교육 공백…혐오를 놀이처럼 소비"
"목적은 재발 방지…역사·미디어 교육 강화해야"
배재고 야구부의 5·18 민주화운동 조롱 응원 이후 학생 징계 절차부터 이에 따른 경찰 고발, 나아가 진영 대립 구도까지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SNS를 통해 청소년들 일상에 파고든 혐오가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지적되면서 학교 차원의 역사·미디어 교육 재정립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뉴시스
배재고 야구부의 '5·18 민주화운동 조롱 응원' 이후 학생 징계 절차부터 이에 따른 경찰 고발, 나아가 진영 대립 구도까지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SNS를 통해 청소년들 일상에 파고든 혐오가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지적되면서 학교 차원의 역사·미디어 교육 재정립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뉴시스

[더팩트ㅣ이다빈·이예리·김태연 기자] 배재고 야구부의 '5·18 민주화운동 조롱 응원' 이후 학생 징계 절차부터 이에 따른 경찰 고발, 나아가 진영 대립 구도까지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SNS를 통해 청소년들 일상에 파고든 혐오가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지적되면서 학교 차원의 역사·미디어 교육 재정립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5일 체육계에 따르면 배재고 야구부는 지난달 29일 광주제일고와의 청룡기 대회 1회전 중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 등 구호를 외쳤다. 해당 구호는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진행된 스타벅스코리아 '탱크데이' 행사를 빗댄 것으로 해석되며 민주화운동 조롱 및 지역 비하 논란이 일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는 배재고에 전국 대회 6개월 출전 정지 징계를 내렸다. 배재고는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2차전에서 몰수패 처리됐다. 배재고도 우선 학생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배재고는 해당 구호를 선창한 학생 2명을 생활교육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다. 동조한 학생들의 추가 회부도 검토 중이다.

논란이 커지면서 정치권과 시민단체까지 가세, 사태는 진영 대립 구도로 번졌다. 배재고 앞에는 '민주화운동을 모욕하는 국민에게 민주주의는 과분하다', '배재고 일베선수 프로지명 금지', '역사를 망각한 배재고' 등 비판 문구가 적힌 근조화환이 등장했다. 동시에 '애국시민이 보낸다', '배재학당 자유정신 지지한다', '자랑스러운 배재고 힘내자' 등 응원화환도 줄지어 세워졌다. 화환은 현재 강동구가 철거했다.

야구부 징계가 지나치다는 고발도 잇따르고 있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는 강요와 업무방해 등 혐의로 협회 관계자들을 경찰에 고발했다. 고발 대상에는 협회장과 부회장 외에 6개월 전국 대회 출전 정지 처분을 결정한 스포츠공정위원회 관계자들도 포함됐다. 김혜지 전 서울시의원도 협회 관계자를 상대로 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일각에선 처벌에만 초점이 맞춰지면서 사회 분열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작 학생들의 역사 인식을 바로잡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은 뒷전에 밀리고 있다는 것이다. 학부모와 전문가들은 유튜브와 SNS 등을 통해 청소년들이 편향된 역사 인식과 혐오 표현에 쉽게 노출되면서 혐오가 또래 문화처럼 일상화됐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공동취재단
일각에선 처벌에만 초점이 맞춰지면서 사회 분열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작 학생들의 역사 인식을 바로잡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은 뒷전에 밀리고 있다는 것이다. 학부모와 전문가들은 유튜브와 SNS 등을 통해 청소년들이 편향된 역사 인식과 혐오 표현에 쉽게 노출되면서 혐오가 또래 문화처럼 일상화됐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공동취재단

일각에선 처벌에만 초점이 맞춰지면서 본질을 흐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작 학생들의 역사 인식을 바로잡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은 뒷전에 밀리고 있다는 것이다. 학부모와 전문가들은 유튜브와 SNS 등을 통해 청소년들이 편향된 역사 인식과 혐오 표현에 쉽게 노출되면서 혐오가 또래 문화처럼 일상화됐다고 입을 모았다.

고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김숙영(50) 씨는 "교육과정이 여러 차례 바뀌면서 민주시민교육과 역사교육이 학교 안에서 잘 이뤄지지 않는다"며 "현재 고등학교 1학년 때 한국사를 배우고 이후에는 자율적으로 선택하게 돼 있다. 관심이 없으면 역사를 접할 일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유튜브 등에 편향된 역사의식을 가진 내용이 많다"며 "학교의 교육 공백을 유튜브나 온라인 커뮤니티가 대신 메운 결과다. 학생들이 이렇게까지 된 건 교육의 책임"이라고 꼬집었다.

네이버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역사적 맥락과 아픔은 모른 채 혐오 표현을 필터링 없이 따라 하는 것 같다", "애들이 자극적인 조롱 문화에 휘둘리지 않고 제대로 된 역사관을 세울 수 있도록 어른들이 끊임없이 관심 가져야 한다", "차별과 조롱이 부끄러운 걸 모르는 것 같다. 성숙한 사람들이 사라지는 기분" 등의 글이 올라왔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SNS를 통해 자극적이고 혐오적인 발언이 널리 퍼지는 현상이 나타난다"며 "학생들이 혐오 표현을 거리낌 없이 사용하는 것은 우발적인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김현준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도 "혐오 언어가 콘텐츠나 밈으로 또래 문화 속에 스며든 것"이라며 "문화나 밈은 의미를 중요하게 성찰하기보다 놀이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표출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주형 경인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청소년들 사이에서 형성된 극우적 커뮤니티가 SNS를 통해 확대·재생산되지만, 학교 교육에서는 SNS나 학생들의 문화를 다루지 않는다"며 "우리나라는 입시 위주의 교육과정 중심 수업을 하거나 진로 설계 과정에서 공동체적인 관점이나 사회적 이슈를 논의하는 부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징계는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한다는 것인데, 전후좌우 없이 급박하게 징계를 내리는 것은 오히려 사회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결국 이번 논란을 두고 학생 개인의 일탈로만 볼 것이 아니라 온라인과 교육 현장의 문제를 함께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학생 징계를 넘어 학교 현장에서 역사교육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하고, 교실 안에서 사회적 쟁점을 토론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뉴시스
결국 이번 논란을 두고 학생 개인의 일탈로만 볼 것이 아니라 온라인과 교육 현장의 문제를 함께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학생 징계를 넘어 학교 현장에서 역사교육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하고, 교실 안에서 사회적 쟁점을 토론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뉴시스

고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박대훈 교사는 "교육자로서 책임감을 느낀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혐오 표현이 주류화되고 학생들이 이를 일종의 놀이로 접하면서 폭력이라는 고통에 무감각하다"며 "정치적·역사적 의미는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더라도 상대에게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은 알았다. 타인을 조롱하는 문법을 체화해 사용한 것"이라고 했다.

결국 이번 논란을 학생 개인의 일탈로만 볼 것이 아니라 앞으로 교육 현장을 바꾸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학생 징계를 넘어 학교 현장에서 역사교육과 미디어리터러시교육을 강화하고, 교실 안에서 사회적 쟁점을 토론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사태 해소의 목적은 앞으로 상대방을 비하하거나 혐오하는 발언을 하지 않는 것"이라며 "학생들에게 미디어는 삶에 중요하다. 음지에서 학생들만의 왜곡된 문화가 형성되지 않도록 비판적 미디어리터러시를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결국엔 공동체 의식과 국가적 정통성이나 주요 사건을 올바르게 인식하는 헌법과 역사, 민주시민교육 등 사후적인 교육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 교수도 "학교에서는 국어·영어·수학 중심 교육에 치우치면서 역사교육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역사교육과 민주시민교육, 정치교육을 강화해야 하고, 혐오 표현이 공공연해진 만큼 장기적으로는 혐오 표현을 규제할 수 있도록 미디어 환경도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학교에서 이같은 교육을 진행하기에는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정치적 민원에서 교사들을 보호해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교사는 "민주화와 독재, 친일, 남북관계 등을 객관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이 주제들을 지식으로 바라보지 않고 정치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 쉽진 않다"며 "역사교육을 제대로 하기 위해 교사가 가르치는 내용에 대한 민원을 방어해줄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털어놨다. 이어 "논쟁성 있는 사안을 토론할 수 있고, 정치기본권과 수업면책권 보장 등 학교에서 교사들이 용감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근본적인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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