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다빈·이예리 기자]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 패배에 서울 광화문은 탄식만 흘렀다. 이른 아침부터 거리에 운집한 시민들은 0대 1로 마친 경기에 아쉬워하면서도 선수들을 향해서는 "열심히 했다. 결과에 상심하지 말라"고 응원을 보냈다.
이날 오전 8시께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는 1만2000여명의 시민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이날 오전 10시께 경찰 비공식 추산 인원은 1만6000여명에 달했다. 오전 11시25분께는 2만8000여명까지 늘었다. 인파가 늘어나면서 경찰은 "안전을 위해 우측통행 해달라"는 안내를 연신 반복했다.
시민들은 줄지어 이동한 뒤 돗자리와 간이 의자 등에 앉아 응원을 이어갔다.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가득 찬 응원석에 '현재 구역 만원으로 입장 불가하다'는 안내문이 걸렸다. 이에 일부는 "이래서 오전 8시 전에 와야 한다"고 말하며 빈 자리를 찾아 발걸음을 옮겼다.
오후부터 소나기가 예보돼 흐린 날씨였지만 붉은 뿔 머리띠부터 코리아(KOREA), 레드(RED) 등 문구가 적힌 붉은색 티셔츠나 반다나, 한국 축구대표팀의 유니폼을 맞춰 입은 시민들은 기대에 찬 밝은 표정을 보였다. 거리 응원전과 경기가 생중계되는 전광판을 배경으로 셀카나 기념 사진을 남기는 이들도 있었다.
시민들은 응원가에 맞춰 "우리가 누구. 대한민국", "나가자. 우리의 승리를 위해", "대한민국 함성 발사" 등을 큰 목소리로 외쳤다. 노래를 따라 부르고 몸을 들썩이면서 태극기와 빨간색 응원 막대도 힘차게 흔들었다. 20대 여성 2명은 '반차 내고 왔다. 이기자'라는 문구가 적힌 손피켓도 들었다.

오전 10시께 경기가 시작되자 시민들은 대형 전광판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축구공 페이스페인팅을 한 20대 남성은 깍지 낀 두 손을 모아 입가에 댄 채 경기에 집중했다. 허리에 손을 올리거나 입술을 뜯으며 긴장한 표정으로 전광판을 지켜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후반 17분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에 선제골을 내주자 곳곳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한 20대 여성은 머리를 부여잡고 "아"라며 고개를 떨궜고, 한 40대 남성은 발을 동동 굴렀다.
권혁남(38) 씨는 "32강이 걸려 있는데 선수들이 무거워 보인다"며 "우리는 선제골을 넣지 못했지만 2대 1로 역전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강희수(27) 씨도 "경기가 아쉽게 흘러가고 있는 것 같지만, 남은 시간이 있으니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역전하면 좋겠다"고 바랐다.
역전을 바라는 응원에도 0대 1로 경기가 끝나자 시민들은 침통해하며 발길을 돌렸다. 한 30대 남성은 머리 뒤로 손을 얹은 채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반면 남아공 국기를 몸에 두른 외국인 여성 3명은 "오"라고 노래를 부르며 환호했다.
남희라(31) 씨는 "생각보다 남아공 축구대표팀이 잘한 것 같다. 기대하고 왔는데 너무 아쉽다"며 "32강에 진출하길 간절히 원한다"고 전했다. 박은비(25) 씨는 "경기력이 제대로 나오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며 "그래도 32강에 가길 노려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백승민(25) 씨는 "당연히 이길 수 있는 경기라고 생각했는데 아쉽다. 선수들은 너무 열심히 해줬다"고 격려했다. 김나윤(22) 씨도 "선수들은 상심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앞으로 더 잘 준비하면 좋은 결과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현재(30) 씨는 "결과가 따르지 않아 아쉽긴 하지만 아직 32강 경우의 수가 남아 있으니 진출하길 바라본다"며 "선수들은 많이 힘들겠지만,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아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정유담(32) 씨는 "응원하는 건 너무 재밌었다. 우리나라는 기적의 나라니까 32강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은 이날 거리 응원이 펼쳐진 도심 곳곳에 기동대와 경찰특공대 600여명 등 경력을 배치하고 안전관리에 총력을 기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