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전기요금제 '딜레마'…서울지하철 안전·요금 모두 압박
  • 정소양 기자
  • 입력: 2026.06.25 00:00 / 수정: 2026.06.25 00:00
차등요금제 도입 시 연간 258억 추가 부담 예상
최근 지역별 차등요금제 도입을 앞두고 다양한 제도 설계 방안이 논의되는 가운데, 서울교통공사는 도시철도의 공공성과 친환경성을 고려한 정책적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뉴시스
최근 지역별 차등요금제 도입을 앞두고 다양한 제도 설계 방안이 논의되는 가운데, 서울교통공사는 도시철도의 공공성과 친환경성을 고려한 정책적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뉴시스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정부가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을 추진하면서 서울교통공사의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기요금 인상분이 서울 지하철 운영비 증가로 직결되는 만큼 향후 요금 인상 압박은 물론 노후시설 개선과 안전 투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전력 생산지와 소비지 간 비용 차이를 반영하기 위해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발전소가 밀집한 비수도권은 요금을 낮추고, 전력 소비가 집중된 수도권은 인상하거나 동결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전력 자립도와 송전 거리, 배전 비용 등을 반영하는 다양한 설계안도 검토 대상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제도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도시철도의 공공성과 친환경성을 고려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수도권 시민의 이동권을 책임지는 공공교통 수단에 일반 산업시설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할 경우 부담이 과도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공사는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재정 부담이 가장 걱정이다. 공사에 따르면 서울 지역 전기요금이 1kWh당 20원 오를 경우 연간 약 258억원의 추가 전력비 발생이 추산된다.

이미 전기요금 부담은 크게 늘어난 상태다. 지난해 공사가 납부한 전기요금은 2743억원으로 2021년 1735억원보다 58.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사용량은 줄었지만 전기요금 인상 영향으로 전체 부담은 오히려 커졌다.

문제는 전력비 증가가 단순한 운영비 상승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서울 지하철은 전동차와 변전설비, 선로, 신호시스템 등 대규모 기반시설을 운영하고 있어 지속적인 유지·보수와 개량 투자가 필수적이다. 특히 상당수 시설이 개통 후 수십 년이 지나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안전 관련 투자 수요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 전력비 부담이 발생하면 노후 시설 교체와 안전 설비 개선 사업에 투입될 재원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철도와 도시철도 분야에서 안전 문제가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전기요금 인상이 안전 투자 여력을 잠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요금 인상 압박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사는 이미 만성 적자 구조를 안고 있으며 무임수송 비용과 운영비 증가 부담까지 겹친 상태다. 여기에 전기요금이 추가로 오를 경우 지하철 요금 현실화 요구가 다시 거세질 가능성도 있다.

전기요금을 둘러싼 여건도 녹록지 않다. 한국전력은 최근 3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했지만, 이는 연료비 하락분을 반영하지 않은 결정이다. 한전의 누적 적자와 막대한 부채, 향후 전력망 투자 수요 등을 고려하면 중장기적으로 전기요금 인상 압력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사는 지역별 차등요금제 도입 과정에서 도시철도 별도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기철도용 특례요금제 신설이나 별도 감면 제도 등을 통해 공공교통의 공익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사 관계자는 "도시철도는 수도권 시민의 이동권을 책임지는 필수 공공서비스이자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하는 핵심 인프라"라며 "전기요금 부담 증가는 결국 안전 투자와 서비스 개선 여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공공교통의 특성을 고려한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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