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에 흉기까지…개표소 봉쇄 시위 갈수록 격화
  • 정인지, 안디모데 기자
  • 입력: 2026.06.18 14:49 / 수정: 2026.06.18 14:49
체육단체 공권력 투입 요청에도 2주째 교착
현장 여야 중재도 빈손…경찰 출구전략 고심
18일 오전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시위가 14일째 열리고 있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출입문 유리에 시위대 모습이 비치고 있다. /뉴시스
18일 오전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시위가 14일째 열리고 있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출입문 유리에 시위대 모습이 비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정인지·안디모데 기자]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따른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개표소 봉쇄가 14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시위대 내부 갈등도 격화하고 있다. 폭행은 물론, 흉기 난동까지 잇따르면서 시위 현장이 '무법지대'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8일 오전 10시께 핸드볼경기장 주변에는 시위대 250여명이 모였다. 일부는 담요를 덮고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들은 지난 5일부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촉발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를 규탄하며 재선거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경기장 2-1 출입구 인근에는 체육단체의 경기장 진입을 막은 여성을 그린 그림도 등장했다. '젊은 학생들은 참으로 장하다'는 문구가 적힌 화환도 세워져 있었다. 화환 주변에는 태극기 7개와 성조기 1개가 꽂혔다.

경기장 1-3 출입구 인근에는 전날 흉기를 휘두르며 자해한 사건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30대 남성 A 씨는 전날 오후 10시24분께 1-3 출입구 앞에서 흉기를 휘두른 뒤 자해한 것으로 파악됐다.

A 씨는 당시 "이(경기장) 안에서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는 말을 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A 씨를 특수협박 혐의로 입건했다.

경기장 2-1 출입구 인근에 지난 16일 체육단체의 경기장 진입을 막은 여성을 그린 그림이 세워져 있다. /안디모데 기자
경기장 2-1 출입구 인근에 지난 16일 체육단체의 경기장 진입을 막은 여성을 그린 그림이 세워져 있다. /안디모데 기자

시위대 내부에서는 이른바 '프락치' 논란까지 불거졌다. 태극기를 든 40대 여성은 "자해한 사람은 사회주의자이자 중국인"이라며 "그런 사람들은 모두 색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정선거' 문구가 적힌 흰색 반소매를 입은 50대 남성도 "대진연(한국대학생진보연합)과 프락치가 많이 들어와 있다"면서 "다 쫓아내야 한다"고 했다.

반면 30대 남성은 "SNS에서 자해 영상을 봤다"며 "서로를 프락치로 몰며 언성을 높이고 있는데, 그런 모습 때문에 시위 전체가 극단적으로 비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60대 남성은 "참정권을 지키러 왔는데 내부를 분열시키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강조했다.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욕설이나 폭행 등 크고 작은 다툼도 벌어지고 있다. 경찰은 지난 16일 오후 4시께 경기장 인근에서 돌로 시위 참가자 2명을 폭행한 40대 남성 B 씨를 특수폭행 혐의로 검거했다. 피해자 2명은 경상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B 씨는 정신 불안 증세를 보여 응급입원 조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조만간 B 씨를 송치할 방침이다.

경찰은 핸드볼경기장을 관할하는 송파경찰서를 겨냥한 협박성 댓글 수사에도 착수했다. 경찰은 전날 한 언론사 기사에 '송파경찰서 무기고 털고, 우리도 민주화 유공자 돼보자'는 댓글이 게시돼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했다. 송파서는 경비 태세를 강화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체육단체 출입을 막은 시위대 수사도 진행 중이다. 경찰은 지난 16일 2-1 출입구에서 체육단체의 경기장 진입을 가로막은 여성 등에 대해 입건 전 조사(내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현장 영상과 증거자료를 분석해 관련 시위 참가자들을 특정하고 있으며, 업무방해 혐의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이다.

지난 1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한 시위 참가자가 대한체육회 등 입주 단체 관계자들의 진입을 막아서고 있다. /박헌우 기자
지난 1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한 시위 참가자가 대한체육회 등 입주 단체 관계자들의 진입을 막아서고 있다. /박헌우 기자

시위 현장에 배치된 경찰관을 상대로 한 모욕 사건 수사도 진행되고 있다. 서울경찰청 소속 C 경정 측은 시위 현장에서 따라다니며 자신을 따라다니며 조롱과 욕설을 하고 이를 SNS에 게시한 유튜버 등 일부 시위대를 모욕과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고소했다.

시위대가 격화 양상을 보이면서 경찰과 체육단체는 경기장 재진입 시점과 방식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경찰은 시위대 불법행위에 엄정 대응 방침을 세웠지만, 공권력 투입 시 시위대 반발에 따른 물리적 충돌 등 우려가 제기된다.

여야 정치권도 잇따라 현장을 찾았지만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6일 체육단체별로 2명씩 20분간 경기장에 들어가 물품을 가져오고, 국민의힘 의원과 방송사 카메라가 동행하는 내용의 합의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같은날 오후 2시54분께 2-1 출입구에서 허리에 성조기를 두른 여성 1명이 문을 가로막으면서 체육단체의 경기장 진입은 끝내 무산됐다.

임오경·전용기·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오전 10시48분께 경기장을 찾았지만 시위대 반발에 약 15분 만에 발길을 돌렸다. 이들이 경기장 2-1 출입구에 도착하자 시위대 100여명이 몰려들어 "뭘 잘했다고 왔냐",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국무총리를 데리고 오라"고 외쳤다.

대한체육회와 경기장에 입주한 당구·펜싱·핸드볼 등 9개 체육단체는 "출입 제한이 장기화하면서 국가대표 지원과 국제대회 준비 등 핵심 기능이 심각하게 마비되고 있다"며 "현재까지 피해 규모는 약 60억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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