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의 꿈⑤] 졸업 후가 더 까마득…장애·비장애 '벽' 허물어야
  • 이예리 정인지 김태연 안디모데 진주영 기자
  • 입력: 2026.06.19 06:00 / 수정: 2026.06.19 06:00
"학교 졸업 이후 취업이 진짜 걱정"
해외, 정상·비정상 '차별' 아닌 '자립' 초점
통합교육·전문인력·협력체계 구축 급선무
서울 양천구 행복플러스가게 목동점에서 12년째 바리스타로 근무 중인 이다혜(31) 씨는 일반고 특수학급에서 바리스타 교육을 받은 뒤 취업했다. 행복플러스가게는 서울시가 장애인 생산품을 전시·판매하고 장애인 고용 확대를 위해 운영하는 카페형 매장이다. /정인지 기자
서울 양천구 행복플러스가게 목동점에서 12년째 바리스타로 근무 중인 이다혜(31) 씨는 일반고 특수학급에서 바리스타 교육을 받은 뒤 취업했다. 행복플러스가게는 서울시가 장애인 생산품을 전시·판매하고 장애인 고용 확대를 위해 운영하는 카페형 매장이다. /정인지 기자

장애는 불가능이 아니다. 달팽이처럼 느리더라도 지지와 연대가 있으면 세상 끝 바다에 이를 수 있다. 배움의 공간이자 사회와 처음 만나는 학교는 '달팽이의 꿈'을 이루는 첫 단추다. 하지만 장애 학생을 위한 교육 환경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학생은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소외되고, 학부모는 돌봄의 빈자리를 메워야 하며, 특수교사는 과중한 책임을 떠안고 있다. 진학은 물론, 졸업 이후 자립까지 특수교육을 둘러싼 과제는 교실 안팎에 걸쳐 있다. <더팩트>는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서 장애 학생들의 공존을 위한 특수교육의 구조적 원인과 해법을 5회에 걸쳐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이예리·정인지·진주영·안디모데·김태연 기자] # 서울 양천구 행복플러스가게 목동점에서 12년째 바리스타로 근무 중인 이다혜(31) 씨는 일반학교 특수학급에서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졸업한 뒤 취업했다. 행복플러스가게는 서울시가 장애인 생산품을 전시·판매하고 장애인 고용 확대를 위해 운영하는 카페형 매장이다. 이 씨는 음료 제조와 고객 응대, 매장 정리 등 업무를 맡고 있다. 평일 하루 4시간씩 근무하며, 월급은 100만원 안팎이다.

이 씨는 "손님들이 음료를 마시고 맛있다고 말해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며 "직접 번 돈으로 사고 싶었던 물건을 사고 적금도 들 때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동료들과 재밌게 일해서 좋다"며 "후배들도 좋은 직장에 취업해 나처럼 보람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 3명 중 1명은 진학·취업 실패…"따가운 눈총에 이민까지"

특수교육은 결국 장애 학생들의 취업과 자립으로 이어져야 한다. 학부모들은 "학교를 졸업한 이후부터가 진짜 걱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자폐성 장애가 있는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둔 한지연(가명·43) 씨는 "비장애 또래보다 진로를 훨씬 일찍 고민해야 한다"며 "매일 밤 각종 정보를 모으지만 장애 정도와 특성이 아이마다 달라 우리 아이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보장이 없다. 부모가 직접 길을 찾아야 하는 현실이 답답하다"고 털어놨다.

자폐성 장애가 있는 아들을 특수학교에 보내고 있는 40대 이은선 씨도 "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돌발적이거나 도전적인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학교라는 울타리가 사라지면 그 부담을 보호자가 온전히 감당해야 한다"며 "평범한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아이들에게 일자리가 필요하다. 취업하지 못하면 졸업 이후 가족들이 번갈아 가며 24시간 아이를 돌봐야 하는 상황이 된다"고 하소연했다.

19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2월 고등학교 특수학급 졸업생 3425명 중 취업자는 494명, 진학자는 1916명이었다. 취업도, 진학도 하지 못한 학생은 1015명으로 전체의 29.6%에 달했다. 취업자 494명 중 332명(67.2%)은 비정규직이었다. 정규직은 162명(32.8%)에 그쳤다. 월 150만원 미만을 받는 비율은 79.6%(393명)나 됐다. 월 50만원 미만은 48명, 50만~100만원 미만은 158명, 100만~150만원 미만은 187명이었다. 직종별로 식음료, 청소, 세탁 등 서비스직이나 제조, 사무보조 등 분야가 주를 이뤘다.

서울 양천구 행복플러스가게 목동점에서 12년째 바리스타로 근무 중인 이다혜(31) 씨가 <더팩트>와 인터뷰에 앞서 작성한 메모. 직원들과 재미있게 일해서 좋다, 손님들이 음료를 마시고 칭찬했다는 내용이 적혔다. /정인지 기자
서울 양천구 행복플러스가게 목동점에서 12년째 바리스타로 근무 중인 이다혜(31) 씨가 <더팩트>와 인터뷰에 앞서 작성한 메모. '직원들과 재미있게 일해서 좋다', '손님들이 음료를 마시고 칭찬했다'는 내용이 적혔다. /정인지 기자

전문가들은 장애 학생의 특성과 진로를 고려한 맞춤형 교육과 졸업 이후 취업 연계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연세대재활학교 관계자는 "기업은 채용을 맡고, 학교는 직무교육과 현장 적응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협력하고 있다"며 "학생들이 졸업 이후에도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재활학교는 관심사와 역량, 발달 수준에 맞춘 개별화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학교는 재학 중 교육에 그치지 않고 졸업 이후 자립과 취업까지 고려한 지원 체계를 갖추고 있다. 연세우유와 세브란스병원 등 학교법인 연세대 산하 기관들과 연계해 졸업생들의 취업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특수학교 부족과 과밀학급, 지원인력 한계 등 교육 여건으로 인해 여전히 장애 학생들은 충분한 준비 없이 사회에 내던져지는 게 현실이다. 특히 장애를 바라보는 차별적 시선으로 인해 졸업 이후 취업 및 자립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에 해외 이민으로 눈을 돌리는 학부모도 늘고 있다.

지난 2023년 자폐성 장애가 있는 아들과 함께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로 이주한 이지민(가명·45) 씨는 한국에서의 생활을 떠올리며 "아이가 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되자 주변 시선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 씨는 "학교에서도 다른 친구들에게 피해를 줄까 늘 눈치를 봤고, 작은애가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큰애 친구 가족들과 관계도 멀어졌다"며 "미국 이민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결국 사회적 인식 때문이었다"고 토로했다.

그의 아들 김현진(가명·9) 군은 현지 공립초등학교에서 통합교육을 받고 있다. 일반학급과 통합학급을 오가며 수업을 듣고 있고, 학교에서 주 1회 언어치료와 작업치료를 받는다. 미국은 장애 학생이 비장애 학생과 함께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통합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 미국 장애인교육법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6~21세 특수교육 대상 학생 중 95%가 일반학급에서 교육받았다.

연세대재활학교는 장애 학생들이 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취업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사진은 학생들이 제과·제빵 실습에서 직접 만든 간식. /진주영 기자
연세대재활학교는 장애 학생들이 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취업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사진은 학생들이 제과·제빵 실습에서 직접 만든 간식. /진주영 기자

이 씨는 "한국이 치료를 통해 아이를 최대한 정상에 가깝게 만드는 데 초점을 둔다면 미국은 아이가 자립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데 중점을 둔다"며 "무엇보다도 어딜 가든 '죄송하다'는 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가장 큰 차이"라고 했다. 이어 "미국에서는 사과를 하면 오히려 '사과할 필요 없다'는 말을 듣는다"며 "어릴 때부터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이 함께 어울리다 보니, 피해를 보더라도 '그럴 수 있지'라며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문화가 있다"고 덧붙였다.

◆ 해외는 학교가 품고 사회가 잇는 교육…"사회적 인식 제고 시급"

영국은 일반학교의 특수교육 역량을 높여 특수학교 과밀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지난 2014년 제정된 아동 및 가족법에 따라 특수교육이 필요하거나 장애를 가진 학생을 'SEND(특수교육 필요 및 장애 지원 체계·Special Educational Needs and Disabilities)' 아래 지원하고 있다. 런던 바킹 대거넘 자치구는 일반학교 내 특수학급 및 특수교육 시설을 적극 확대했다. 그 결과 자치구 밖 학교로 통학하는 장애 학생은 지난 2013년 73명에서 5년 만인 2018년 40명까지 줄었다.

영국은 교사 지원 체계 강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영국 교육부가 지난 2015년 발표한 법정지침에 따르면 모든 일반학교는 '특수교육수요담당자(SENCO)'를 지정해야 한다. SENCO는 학교 내 SEND 지원을 총괄하는 전문인력이다. 영국의 특수교육은 학업 성취를 넘어 자립과 사회 참여에도 초점을 맞춘다. 영국의 특수교육 운영 기준서는 장애 학생이 교육적 성과를 달성하고 성인기와 사회생활을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취업과 독립생활, 지역사회 참여, 건강 등 4개 영역을 중심으로 장애 학생의 자립과 사회 참여를 지원한다.

일본은 특수교사 개인에게 집중된 부담을 학교 전체가 나눠 맡는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일반학교와 특별지원학교에 장애 학생 지원 인력인 '특별지원교육지원원(特別支援教育支援員)'을 배치해 수업 보조와 이동 지원, 생활지도를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특수교사가 교육과정 운영과 개별 지원 계획 수립 등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장애 학생 지원을 특수교사 개인의 문제가 아닌 학교 전체의 과제로 보는 것도 특징이다. 문부과학성은 일반학교를 포함한 모든 학교가 특수교육 지원 체계를 구축하도록 하고 있으며, 교원 연수와 교내 협력 체계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이때 특별지원학교는 장애 학생을 교육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지역 특수교육의 거점 역할을 수행한다. 특별지원학교 소속 교원들은 일반학교 교사에게 자문을 제공하고 장애 학생 지도 방법을 지원하며 학부모 상담과 지역 기관 연계 업무도 담당한다.

미국 장애인교육법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6~21세 특수교육 대상 학생 중 95%가 일반학급에서 교육받았다. 사진은 지난 2018년 미국 LA의 한 교회에서 휠체어 사랑 이야기 콘서트가 열리고 있는 모습. /뉴시스
미국 장애인교육법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6~21세 특수교육 대상 학생 중 95%가 일반학급에서 교육받았다. 사진은 지난 2018년 미국 LA의 한 교회에서 '휠체어 사랑 이야기 콘서트'가 열리고 있는 모습. /뉴시스

일본은 법과 제도를 통해 장애 학생과 특수학교에 대한 인식 개선 노력도 하고 있다. 지난 2011년 장애자기본법을 개정해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이 함께 교육받는 시스템 구축을 기본 방향으로 제시했다. 또 장애인차별해소법을 통해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공공·민간 부문의 합리적 배려 제공을 의무화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영국·일본 사례의 공통점으로 '장애 학생 한 명을 교사 한 명이 떠안는 구조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점'을 꼽는다. 통합교육 확대, 전문인력 배치, 학교와 지역사회 간 협력 등 유기적 체계에서 장애 학생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것이다.

홍정숙 대구대학교 특수교육과 교수는 "우리의 경우 '장애'나 '특수'라는 단어만 들어가도 관련 업무와 공문이 모두 특수교사에게 집중되는 경우가 많다"며 "영국과 일본처럼 특수교육을 특정 교사 개인의 업무로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 학교 전체가 함께 책임지는 등 사회 전체적으로 유기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장애 학생을 우리 사회 동등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인식 개선이 시급한 과제로 지적된다. 홍 교수는 "현재 한국은 다소 닫힌 구조라고 볼 수 있다"며 "학생들의 진학·진로와 관련한 정보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교와 지역사회가 연계되고 생애주기에 따라 필요한 지원이 이어지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재현 서울시 장애인생산품판매시설 경영전략부 부장은 "일자리는 단순히 소득을 얻는 수단이 아니라 사회와 연결돼 있다는 감각을 주는 것"이라며 "장애인들에게는 월급으로 원하는 물건을 사고 미래를 계획하는 경험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더 많은 장애인들이 사회에 나와 자신의 삶을 꾸려갈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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