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백한 참정권 침해"…대학가도 '투표용지 부족' 후폭풍
  • 이다빈 이라진 강주영 이예리 김태연 기자
  • 입력: 2026.06.05 16:11 / 수정: 2026.06.05 16:11
서울 12곳 대학 총학 성명문…선관위 규탄 확산
진상 규명 및 재발 방지 요구…"정쟁은 안 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서울 주요 대학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를 향한 규탄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대자보 게시는 물론 임시회의나 기자회견을 개최하는 등 이번 사태를 두고 총학생회 차원의 대응이 본격화되고 있다. /한국외대·서강대 총학생회 SNS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서울 주요 대학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를 향한 규탄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대자보 게시는 물론 임시회의나 기자회견을 개최하는 등 이번 사태를 두고 총학생회 차원의 대응이 본격화되고 있다. /한국외대·서강대 총학생회 SNS

[더팩트ㅣ사건팀]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학가에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를 향한 규탄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성명 발표는 물론, 대자보 게시와 긴급 회의 개최 등 총학생회 차원의 대응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5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12곳 대학 총학생회가 투표용지 부족 사태 관련 성명을 냈다. 전날 한국외대·경희대·서울시립대·경기대를 시작으로 이날 서울대·연세대·고려대·서강대·성균관대·중앙대·동국대·명지대 등도 총학생회와 비상대책위원회 명의의 성명문을 잇따라 발표했다.

한국외대 총학은 전날 "민주주의의 문을 지켜야 할 선거관리 기관이 오히려 대의민주주의의 절차적 기반을 흔들었다"며 "투표 수요를 안일하게 예측함으로써 국민의 참정권 보장을 행정적 추산의 영역으로 전락시켰다"고 비판했다.

경희대 총학도 "헌법 제24조에 명시된 국민의 참정권을 국가기관이 앞장서서 짓밟은 중대한 민주주의 훼손 사태"라며 "선관위의 총체적 무능과 불투명한 사후 대처는 선거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서강대 총학은 전날 오후 11시30분, 고려대 중앙비상대책위원회는 자정 임시회의를 개최한 뒤 성명문을 게시했다. 고려대·연세대·이화여대·건국대 등 전국 100여개 대학 총학 등으로 구성된 단체인 전국총학생회협의회(전총협)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국민의 참정권을 침해한 헌법기관의 직무유기로 규정한다"며 "민주주의를 지켜온 학생자치의 이름으로 침묵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선관위를 향해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발생 경위와 투표권 침해 사례, 현장 대응 과정 조사 및 투명한 결과 공개 △지휘·감독 책임자 문책 △투표용지 인쇄·보관·이송·비상 대응 체계 전면 재점검 및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서울대 단과대학학생회장연석회의 운영위원회는 이날 "철저한 준비를 통해 한 치의 흠결도 없이 선거를 진행하고, 참정권을 보장할 책무를 지는 선관위가 시민들의 투표 의지를 저해했다"며 "유권자의 권리를 가로막은 선관위의 안일함과 무능함"이라고 지적했다. 서울과학기술대도 이날 오후 중 성명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이튿날인 4일 새벽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과천 청사 앞에 모인 시위대가 선관위를 향해 항의를 하고 있는 모습, /송호영 기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이튿날인 4일 새벽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과천 청사 앞에 모인 시위대가 선관위를 향해 항의를 하고 있는 모습, /송호영 기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는 재선거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재선거를 해야 한다", "더 이상 부정선거 담론은 음모론으로 몰아갈 수가 없어졌다", "선관위는 정상이 아니다" 등 반응이 올라왔다.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지난 3일 '부실선거 논란, 서울대 학생들의 재선거 희망 여부를 투표하겠다'는 글까지 올라왔다. 지난 4일 오후 4시 기준 289명이 참여, 266명이 재선거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학생들은 재선거 요구 주장에는 선을 긋고 있다. 서울대 단과대학학생회장연석회의는 "이번 상황은 결코 정쟁의 대상이나 정쟁의 도구로 사용되면 안 된다"며 "그간의 선거 결과와 민주적 선거 체계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주장에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서울시립대 총학도 "이번 사태는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의 유불리를 떠나 모든 유권자의 권리와 선거제도에 대한 사회적 신뢰, 나아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 제대로 보장됐는지에 관한 문제"라고 했다. 한국외대 총학 역시 "국민의 한 표가 흔들린 자리에서 정치가 해야 할 일은 계산이 아닌 책임"이라며 "민주주의는 유리할 때만 꺼내 드는 수사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한국대학총학생회공동포럼(총학공동포럼)도 향후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할 계획이다. 총학공동포럼은 연세대·고려대·서강대·건국대·한국외대 등 총 10개 대학 총학으로 구성됐으며, 지난 2023년 8월 출범했다.

앞서 이번 지방선거 본투표가 진행된 지난 3일 서울 송파구와 강남구, 광진구 등 투표소 14곳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유권자들이 대기했다. 선관위는 투표 종료 시각을 오후 10시로 연장했지만, 일부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시민들이 개표 중단을 요구했다.

특히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에 몰려간 시위대는 인간 띠를 만들어 투표소 입구를 막고 투표함 반출을 저지하며 사흘간 밤샘 대치를 벌였다. 경찰은 시위대 봉쇄 이후 약 35시간 만인 이날 오전 8시50분께 투표소에 진입해 투표함 2개를 확보, 개표소로 이송했다.

answer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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