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정소양·안디모데·진주영 기자]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른바 '보수의 심장부'인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의 서울시장 선거 민심이 주목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선거철마다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압도적인 몰표를 몰아주던 공식이 이어질지 다른 양상을 보일지 관심이 모인다.
실제로 강남 3구는 역대 서울시장 선거에서 보수정당의 강력한 철옹성이었다. 지난 2021년 재보궐선거에서 서초구 71.02%, 강남구 73.54%, 송파구 63.91% 주민들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고, 이어진 2022년 민선 8기 지방선거에서도 서초구 72.31%, 강남구 74.38%, 송파구 64.69%라는 확고한 득표율을 오 시장에게 안겼다.
과거 민선 7기 당시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후보가 서초(42.86%), 강남(40.82%), 송파(49.61%)에서 승리하긴 했으나, 이는 보수 진영의 분열(자유한국당 김문수·바른미래당 안철수)과 탄핵 정국 여파에 따른 예외적 현상이었다. 양자대결 구도였던 민선 6기에도 서초(52.25%)와 강남(54.32%)은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의 손을 들어줬을 만큼 강고한 보수 표심을 유지해 온 곳이다.
<더팩트>는 지난 21일 서초구 반포동·교대역, 강남구 삼성동·청담동·학동역, 송파구 잠실·석촌·가락동 일대를 돌며 20대 취업 준비생부터 70대 은퇴자, 전문직 등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을 만나 표심을 들었다.

◆ "성동구청장 3선 실력" 인물론 vs "하던 사람이 안정적" 연속성
현장에서 만난 서초·강남·송파 주민들은 정원오 후보의 '구청장 3선 이력'과 오세훈 후보의 '시장 관록'을 두고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정 후보를 지지하는 이들은 '생활 밀착형 행정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서초구 주부 한모(50대) 씨는 "과거 성동구에서 자영업을 할 때 정원오 후보가 세세하게 행정을 살피는 모습을 직접 봤다"며 "개인적으로 중도 성향인데, 서울시는 정당과 관계없이 무조건 일 잘하는 사람이 중요하기 때문에 정 후보에게 마음이 간다"고 말했다. 송파구 의사 강모(59) 씨 역시 "정 후보가 성동구청장 시절 지어놓은 지역 밀착형 문화·공연 시설을 가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면서 "전시 행정이 많았던 오 시장보다 더 잘할 것 같다"며 지지를 보냈다.
오세훈 후보의 '행정 선구안'과 '안정감'에 강한 신뢰를 보내는 유권자도 많았다. 서초구 약사 김모(60) 씨는 "청계천이나 세빛둥둥섬도 처음엔 말이 많았지만 결국 지금 서울의 대표적인 '핫플'이 되지 않았나. 행정은 선구안을 가지고 뚝심 있게 해놓아야 나중에 자리를 잡는 법인데 그런 면에서 오 시장이 잘해왔다"고 평가했다. 서초구 남모(60대) 씨는 "지금 국회가 여당에 조금 기울어진 상황이지 않나"라며 "오세훈 후보가 일도 잘해왔고 시장을 여러 번 치러내며 시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온 만큼 이번에도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분수령은 역시 화두…'공급·재건축' 오세훈 호평
역시 강남 3구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는 단연 '부동산'이었다. 현장에서는 대출 제한 등 규제 중심의 여당 정책에 반감을 갖고 주택 공급과 재건축 활성화를 앞세운 오세훈 후보를 지지하는 의견이 많았다.
송파구 주부 김모(50대) 씨는 "과거 민주당 박원순 시장 시절 재건축을 막고 낙후된 집을 리모델링만 하게 유도하는 바람에 서울의 집값을 이 모양으로 폭등시켰고 '잃어버린 10년'을 만들었다"며 "민주당에 너무 크게 실망했기 때문에 오세훈 시장의 실책이 일부 있더라도 정원오를 찍을 수는 없다"고 토로했다.
송파구 지모(36) 씨도 "결혼을 앞두고 전세 아파트 구하기도 힘든 상황인데 대출 규제까지 바뀌어 외곽으로 밀려나게 생겼다"며 "주택 공급 면에서는 오세훈 후보가 정 후보보다 훨씬 적극적인 것 같아 표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서초구 박모(40대) 씨도 "부동산 경제 활성화를 위해 오세훈 후보를 지지한다"며 "오 시장이 추진해 온 '모아주택' 등 정비사업 정책들을 주민들이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폭행논란' 정원오 vs '전시행정' 오세훈…표심 흔드는 리스크
선거전이 치열해지면서 두 후보가 가진 리스크를 향한 주민들의 의견도 팽팽하게 맞섰다.
정원오 후보는 이른바 '주취 폭행' 논란에 따른 여론 영향이 눈에 띄었다. 강남구 최모(70대) 씨는 "정원오 후보는 과거 폭행 논란이 발목을 잡는다"며 "공직자라면 사람 됨됨이가 기본적으로 청렴하고 깨끗해야 하는데 그런 의혹이 있는 후보에게는 선뜻 표가 가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강남구 김모(74) 씨 역시 "뉴스에서 정 후보의 과거 술자리 폭행 및 의혹 해명 과정을 보고 크게 실망했다"며 "아무리 구청장을 잘했어도 서울시장으로서는 자격 미달이라고 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강남구 주부 임모(40대) 씨도 "과거 박원순 시장 시절의 성희롱 문제 등 민주당 인사들의 도덕적 결함에 대한 기억이 여전해 지지하기 어렵다"고 했다.
오세훈 후보는 임기 중 추진한 대형 프로젝트들이 '전시성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나왔다. 서초구 취업준비생 손모(20대) 씨는 "오 시장이 추진한 감사의 정원이나 한강버스는 전형적인 예산 낭비"라며 "전시성 사업에 치중한 것 같다" 꼬집었다. 강남구에 사는 세무사 이모(20대) 씨도 "오 시장이 여러 번 시장을 했지만 삶이 달라진 걸 체감하지 못하겠다. 한강버스도 문제가 많지 않냐"고 반문했다. 송파구에 사는 간호사 안모(30대) 씨는 "중도 성향인데 윤석열 계엄 사태 이후 국민의힘이 명확한 인적 쇄신을 못 보여줘 아쉽다"고도 지적했다.
강남3구는 각종 선거에서 서울 평균 이상의 투표율을 보인다. 2022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서울 평균 투표율은 53.2%였는데 강남구는 53.6%, 서초구는 56.0%, 송파구는 55.0%를 기록했다. 이번 선거 서울시 총 유권자 수는 831만 9134명이며 강남 3구 유권자 수는 196만 4960명(23.6%)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