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중심이자 민생경제의 근간인 중구에는 39개의 전통시장이 자리하고 있다. 전통시장은 하루 수만명 시민이 찾는 활력의 공간이지만, 소방의 시선에서는 늘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대표적인 화재 취약 지역이기도 하다. 대다수 점포가 노후화돼 있고 밀집도가 높아 화재가 발생하면 인접 점포와 건물로 연소가 급속히 확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9년 발생한 제일평화시장 화재는 전통시장의 구조적 취약성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였다. 당시 화재는 의류 도소매시장 특성상 원단 등 가연성 물품이 밀집 적재돼 있었고, 창문이 없는 무창층 구조로 인해 급격히 연소가 확대됐다. 그 결과 수백 개 점포가 피해를 입고 716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이는 '초기 진압 실패가 곧 대형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뼈아픈 교훈을 다시금 일깨워준 사고였다.
이에 서울 중부소방서는 중구 내 전통시장의 화재 예방과 초기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해 다양한 선제적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첫째 상인 중심의 자율 안전관리 체계 확립에 힘쓰고 있다.
지난 5월13일 중구 전통시장 관계자들과 함께한 간담회에서는 실질적인 화재 예방 대책을 집중 논의했다. 특히 전통시장 내 화재 위험성이 높은 전기온열기구 사용 금지를 강조했으며, 동화상가와 삼익패션타운의 '온열기구 사용 금지 및 개선 사례' 발표를 통해 상인들의 자발적인 안전 실천 분위기 확산을 유도했다.
또한 소방안전관리자의 법적 책무를 재차 강조하고, 형식적인 소방계획서에 그치지 않도록 실제 재난 상황에서 즉시 대응 가능한 자위소방대 조직과 역할을 재정비하는 계기도 마련했다.
둘째 화재 초기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소방시설 인프라 구축과 실전형 교육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전통시장 골목 특성을 고려해 '지하식 소화장치함'을 지난해부터 중구청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총 41곳으로 대폭 확충했다.
아울러 지난 3월12일부터는 전통시장 상인과 인근 주민 등 희망 시민을 대상으로 실습 중심 교육도 운영하고 있다.
교육은 장치함 위치 확인부터 호스 전개, 실제 방수 훈련까지 현장 대응 중심으로 진행된다. 화재 발생 시 소방대 도착 전 상인 스스로 초기 진화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핵심 목적이다.
오는 7월1일부터는 중부소방서 의용소방대를 중심으로 '지하식 소화장치함 전담교육반'과 '점검관리반'을 편성·운영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지역 상인과 주민들의 교육 수요에 상시 대응하고, 유사시 장비가 즉시 활용될 수 있도록 유지관리 체계도 강화할 방침이다.
셋째 미로형 골목 구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중구청 전통시장과와 협업한 스마트 안전관리 시스템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점포 밀집도가 높고 골목 구조가 복잡해 화재 발생 시 위치 파악이 어려운 황학시장 일대를 중심으로 '화재위치알림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화재위치알림시스템과 함께 LED 보이는 소화기, 위치 표시 로고젝터 등을 설치해 야간이나 연기 발생 상황에서도 화재 지점을 신속히 파악하고, 골든타임 내 선착대 진입과 초기 진압 성공률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전통시장 화재 예방은 소방서의 노력만으로 완성될 수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인들의 안전 의식과 자율적인 실천이다.
전기온열기구 사용 자제와 같은 작은 실천이 대형 화재를 예방하는 시작이 될 수 있으며, 현장의 초기 대응 역량 강화는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서울 중부소방서는 앞으로도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시민과 상인, 관광객 모두가 안심하고 찾을 수 있는 안전한 전통시장 환경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
-서울 중부소방서장 김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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