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정인지·진주영 기자] 어버이날을 이틀 앞둔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양재꽃시장에는 붉은 카네이션이 상점마다 빼곡히 쌓여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예년 같으면 발 디딜 틈 없는 '가정의 달' 대목이지만 이날은 한산했다.
이날 오후 1시30분께 한 중도매 상점 앞에는 60대 여성이 신문지에 감싼 꽃다발을 들고 상인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꽃집을 운영한다는 여성은 "경기가 안 좋아서 기존에 사던 양의 반도 못 샀다"고 하소연했다. 상인은 "너무 욕심내지 말고 챙겨가라"며 "꽃가게도 장사가 안된다더라"고 했다.
상점 앞에는 '카네이션 대량 주문 받습니다'라고 적힌 A4 용지가 붙어 있었다. 분홍색과 빨간색, 연분홍색 화분 위에는 '사랑해요', '감사해요'라고 적힌 사각형 푯말이 꽂혀 있었다. 매대에는 흰 포장재로 감싼 손바닥 크기의 카네이션 화분 40여개가 줄지어 놓여 있었지만 10여분 동안 매장을 찾는 손님은 없었다.

다른 상점 상인들도 입고된 꽃을 정리한 뒤 의자에 앉아 휴대전화만 들여다봤다. 이따금 지나는 시민들을 향해 연신 "보고 가세요"라고 외쳤지만, 대부분 꽃을 만지작거리다 가격표를 확인한 뒤 발길을 돌렸다.
소매 상점 분위기도 다르지 않았다. 중국산 카네이션을 팔고 있던 80대 상인은 "국내 생산도 하지만 자재값이 올라 타산이 안 맞다 보니 수입 물량이 많아졌다"며 "파는 처지에선 도매가격이 오르면 당연히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데 손님들은 비싸다고 한다"고 토로했다.
60대 상인도 "달러 오르고 기름값 올라 난리"라며 "중국산·콜롬비아산 카네이션 가격도 지난해 각각 1500원, 2000원에서 올해 3000원 수준까지 올랐다"고 전했다. 이어 "매년 하향세인데 차라리 코로나19 때가 나았다고 할 정도로 사람들이 쓸 돈이 없는 것 같다"며 "임대료와 관리비는 그대로 나가는데, 소상공인만 죽어나는 것 같다"고 했다.

36년차 중도매 상인 이옥름(72) 씨는 "3~5월 봄에 장사해서 1년을 유지해야 하는데 올해는 너무 힘들다"며 "이렇게 어려운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이어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마다 경매장에 가서 물건을 떼오는데 재고가 너무 많이 남아 거의 다 버리고 있다"고 울먹였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화훼유통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양재동화훼공판장 기준 지난 한 달간 절화 거래량은 210만4560단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5.8% 하락했다. 같은 기간 경매 평균 금액은 카네이션(혼합) 기준 지난해 7071원에서 올해 8107원으로 14.6% 올랐다.
그나마 꽃을 사러 온 시민들은 "어버이날인데 꽃 없이 보낼 순 없다"고 입을 모았다. 아내와 함께 시장을 찾은 30대 신동진 씨는 "어버이날을 맞아 양가 부모님에게 드릴 4만원짜리 꽃바구니 두 개를 샀다"며 "상인들이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는 하더라"고 전했다.
한 손에는 꽃바구니, 다른 손엔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의 손을 꼭 쥔 40대 김민혜 씨는 "밖에서 사는 것보단 여기가 가격이 괜찮다"며 "부모님을 뵈러 가는 길인데 감사하고 건강하게 지내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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