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김명주 기자] 지난달 서울 낮 기온이 29도를 넘어서며 기상관측 이래 가장 더운 4월 중순을 기록했다. 예년보다 빠르게 찾아온 더위에 온열질환 우려가 커지자 서울 자치구들은 그늘막 운영을 앞당기며 폭염 대응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폭염이 일상화되는 만큼 보다 많은 시민들이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그늘막 설치 장소를 면밀히 선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1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서울(종로구 서울기상관측소 기준) 낮 최고기온은 29.4도까지 올랐다. 1907년 기상관측 이래 4월 중순 기준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024년 4월 14일도 같은 기온을 기록했으나 기상청은 같은 기온일 경우 최신 기록을 우선 적용한다. 4월 전체 기준으로도 역대 세 번째로 높은 기온이다.
이른 더위가 시작되면서 온열질환 예방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폭염에 따른 온열질환 신고현황 연보'에 따르면 폭염이 잦아지면서 온열질환자 수는 역대급 더위를 기록한 2018년 이후 한동안 감소세를 보였지만 2021년부터 다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온열질환자는 4460명으로 전년(3704명)보다 20.4% 늘었다. 이 가운데 사망자는 29명으로 집계됐다.

그늘막은 폭염과 강한 자외선에서 길 위의 시민들을 보호하는 생활밀착형 시설로 꼽힌다. 횡단보도와 버스정류장 인근처럼 일정 시간 머물러야 하는 공간에 설치돼 직사광선을 차단한다. 햇빛 노출 시간을 줄여 체감온도를 낮추는 효과로 시민들이 더위를 피하도록 돕는다.
행정안전부의 '그늘막 설치·관리 지침'에 따르면 그늘막은 이용자가 많은 곳에 설치할 수 있다. 또한 가급적 도로 폭이 최소 4m 이상인 주요 간선도로변 횡단보도로 선정하되 인도 폭이 최소 3.5m 이상인 곳, 차량 시야 확보에 지장이 없는 곳 등에 설치할 수 있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폭염이 자주 진행돼 열사병 환자 또는 온열질환자 수가 늘고 있다"며 "횡단보도 인근 등에 설치된 그늘막은 더위가 진행될 때 대중교통을 타는 시민들과 도보로 이동하는 시민들이 강한 햇볕을 피할 수 있도록 돕는 시설"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자치구들은 그늘막 조기 운영하며 선제 대응 중이다. 중랑구는 통상 5월부터 운영하던 '무더위 그늘막'을 이달부터 가동하기로 했다. 최근 기온 상승과 강한 일사를 고려한 조치다. 지역 내 교차로와 횡단보도 인근을 중심으로 설치하고 특히 유동 인구가 많은 버스정류장과 학교 주변, 전통시장 일대 등 취약 구간에 집중 배치한다.
중랑구가 운영하는 그늘막은 총 185개다. 자외선 차단 기능이 강화된 소재를 적용해 직사광선을 막는다. 일부 구간에는 스마트 그늘막을 운영해 강풍 및 야간 시 안전사고를 예방한다. 스마트 그늘막은 기온과 풍속 등을 감지해 자동으로 펼쳐지고 접히는 그늘막이다. 스마트 그늘막은 올해 주요 거점을 중심으로 6개 추가 설치된다.

서초구도 이달부터 '서리풀 원두막' 운영을 개시했다. '서리풀 원두막'은 서초구가 2015년부터 횡단보도에 설치하며 전국 최초로 선보인 대형 고정식 그늘막이다. 높이 3.5m와 최대 폭 5m로 성인 20여 명이 한 번에 햇빛을 피할 수 있는 크기다. '서리풀 그늘막'은 현재 횡단보도·교통섬 261곳과 양재천·반포천·공원·기타 문화시설 31곳, 총 292곳에서 운영 중이다. 올해 구민 요청에 따라 13곳에 신규 설치 예정이다.
용산구는 최근 스마트 그늘막 10곳을 확충했다. 10곳 중 5곳은 신규 설치했고 5곳은 기존 노후시설을 스마트형으로 교체했다. 이에 따라 지역 내 스마트 그늘막은 총 150곳으로 늘었다. 양산형(파라솔) 그늘막까지 포함하면 총 167곳에 이른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더위가 예년보다 빨리 찾아오고 자외선도 강해지면서 그늘막을 개시해 달라는 민원이 많았다"며 "시민들께서 이동 중 그늘막 아래서 잠시라도 더위를 피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늘막 설치 시 보다 많은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입지 선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윤 교수는 "예산이 풍족한 경우가 아니라면 우선순위를 정해 입지를 정해야 한다"며 "보다 많은 시민들이 그늘막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곳을 우선 선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으로는 그늘이 별로 없는 지점, 보행자 수가 많은 지역 등 조건을 고려해야 한다. 같은 구나 동이라도 기온이 조금씩 다른 점도 살펴야 한다"며 "해가 뜨고 질 때 그림자 방향을 잘 고려해서 설치해야 꼭 필요한 곳에 마련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