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체투지에 1박2일 농성…'장애인의 날' 도심 울린 "차별 철폐"
  • 진주영, 김태연 기자
  • 입력: 2026.04.20 16:28 / 수정: 2026.04.20 16:28
장애인 단체 주최 집회…1500명 거리 운집
장애인 시설 학대 및 성폭력 국정조사 요구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20일 낮 12시께 국회의사당역 2번 출구 앞 의사당대로에서 장애인 시설 내 학대 사건의 국정조사 등을 촉구하는 오체투지에 나섰다. /진주영 기자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20일 낮 12시께 국회의사당역 2번 출구 앞 의사당대로에서 장애인 시설 내 학대 사건의 국정조사 등을 촉구하는 오체투지에 나섰다. /진주영 기자

[더팩트 | 진주영·김태연 기자] 장애인의 날을 맞은 20일 서울 도심에서 장애인 권리 보장을 촉구하는 집회가 잇따라 열렸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장애인들은 거리에 나와 한목소리로 차별 철폐를 외쳤다. 최근 잇따른 장애인 시설 내 학대 및 성폭력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이날 낮 12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앞 의사당대로에서 장애인 시설 내 학대 사건 국정조사를 촉구하는 오체투지에 나섰다. 오체투지는 이마와 두 팔꿈치, 두 무릎 등 신체의 다섯 부분이 땅에 닿도록 엎드려 절하는 것이다.

주최 측 추산 1200여명은 거세진 빗줄기에도 엎드렸다 일어났다를 반복했다. 이들은 이내 손으로 무릎을 짚으며 가쁜 숨을 내쉬었다. 이들이 입은 흰색 옷과 양말은 검게 물들었다.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 400여명도 파란 조끼와 목장갑, 무릎 보호대를 착용하고 북 소리에 맞춰 오체투지를 100회 반복했다. '시설 국정조사 실시', '발달장애인 국가 돌봄 시행' 등의 구호도 외쳤다.

김남연 전국장애인연대 수석부회장은 "반복되는 시설 내 학대와 성폭력을 외면하는 건 구조적 차별"이라며 "철저한 책임 규명과 책임자 처벌, 공공 법인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울산 태연재활원 학대 피해자 어머니 강정숙(64) 씨는 "우리 아이는 태연재활원에서 40회나 폭행당했다. 학대피해 장애인 쉼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다시 폭행당한 시설로 돌려보낼 수는 없다"며 "지역사회 자립지원 시범사업 활동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발달장애인 권리 보장 단체 한국피플퍼스트도 이날 오후 1시 광화문 서십자각터 앞에서 '2026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촉구대회'를 열었다. 흰색, 하늘색과 형광색 우비를 입은 300여명이 도로에 모였다. 현장에는 휠체어 이용 참가자들을 위한 임시 경사로도 설치됐다. 이들은 경사로를 따라 인도에서 차도로 이동했다.

"우리 요구가 시민들에게 잘 들리도록 큰 목소리로 외쳐달라"는 사회자 요구에 참가자들은 "발달장애인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라" 등 구호를 외쳤다. 일부는 노래에 맞춰 손뼉을 치며 "가두지 마. 막지 마라. 우리는 돌아가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등 207개 단체로 구성된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공동투쟁단)은 20일 오후 2시부터 서울 광화문 서십자각터 앞에서 420 장애인차별철폐투쟁의 날 1박2일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김태연 기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등 207개 단체로 구성된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공동투쟁단)은 20일 오후 2시부터 서울 광화문 서십자각터 앞에서 '420 장애인차별철폐투쟁의 날 1박2일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김태연 기자

오후 2시부터는 서십자각터 앞에서 '420 장애인차별철폐투쟁의 날 1박2일 결의대회'가 열렸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등 207개 단체로 구성된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공동투쟁단) 주최로 열린 결의대회에는 1500여명이 참석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한국피플퍼스트 집회 참가자들도 결의대회에 합류했다.

사직로 왕복 6차로 중 3개 차도를 가득 메운 참가자들은 "장애인도 시민으로. 이동하는 민주주의" 등 구호를 외쳤다. 무대에서는 장애인들이 수어통역사와 함께 노래를 합창했다. 분홍 꽃무늬 우비를 입은 채 몸을 좌우로 흔들며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입을 가린 채 눈시울을 붉히고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보였다.

권달주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장애인의 날이 46주년을 맞았지만 46년 동안 장애인의 삶이 무엇이 달라졌냐"며 "더 이상 참을 수 없고 믿을 수 없다. 탈시설 예산을 마련하고 끝까지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집회에는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도 동참했다. 서 의원은 "장애인 거주시설 학대는 특정 시설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라며 "탈시설이 국가 정책으로 적극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결의대회 이후 오후 4시부터 서울시청까지 거리행진도 벌였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원 박현(52) 씨는 "장애인의 날이 누구를 위한 날인지 늘 의문을 갖고 있다"며 "국민주권정부라고 하는데, 아직도 우리가 길거리에서 이렇게 해야 하는 현실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pear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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