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중동 전쟁에 따른 국제 유가 급등과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가 생활필수품인 쓰레기 종량제 봉투로까지 번지고 있다. 봉투 원료 수급 불안에 사재기 심리까지 겹치면서 서울 곳곳에서 품귀 현상이 나타나자 자치구와 서울시가 대응에 나섰다.
지난 3일 서울 성북구의 한 마트에는 '종량제봉투 제한 판매 안내' 문구가 붙어 있었다. 5ℓ·10ℓ 또는 20ℓ 봉투를 1인당 1묶음만 구매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날 마트를 찾은 김모(78) 씨 부부는 10ℓ 봉투 한 묶음을 구매했다. 김 씨는 "품절이라는 얘기를 듣고 걱정했는데 다행히 있어 한 묶음 사 간다"고 말했다.
매장 계산대 직원 이은경(47) 씨는 "종량제봉투가 한동안 품절됐다가 조금 전 재고가 들어왔다"며 "고객들에게 1묶음씩만 구매 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장을 보러 왔다가 봉투를 함께 사 가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번 품귀 현상은 종량제 봉투 원료 수급 불안에서 비롯됐다. 종량제 봉투는 선형 저밀도 폴리에틸렌(LLDPE)이나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등 폴리에틸렌으로 제작되며, 이는 원유에서 추출한 나프타를 가공해 생산된다. 최근 중동 지역 정세 영향으로 나프타 수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불안 심리가 확산된 것이다.
서울시도 대응에 나섰다. 시는 유가 상승이 생활필수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종량제봉투 생산과 유통 전반을 점검하고 수급 안정 관리에 착수했다. 재고와 공급 상황을 지속적으로 확인해 공급 차질을 사전에 방지하고, 가격 인상 요인이 시민 부담으로 전가되지 않도록 관리할 방침이다.

자치구들도 현장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금천구는 종량제봉투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으며 가격 인상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판매소 재고를 수시로 점검하고 부족한 곳에는 물량을 우선 공급하는 한편, 과도한 구매를 막기 위해 1인당 구매 수량을 5매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은평구는 생산업체 및 유통 관계자와 협력해 공급 상황을 지속 점검하고 있다. 일부 판매소에서 나타난 품절은 일시적인 수요 증가에 따른 것으로 보고 납품 속도를 높이고 재고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동작구는 상반기 물량 770만 매를 확보해 최소 4개월 이상 공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판매소 모니터링과 구매량 조절을 통해 사재기 방지에도 나서는 등 수급 안정에 집중하고 있다.
이외의 자치구들 역시 공통적으로 공급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면서도, 과도한 구매가 오히려 수급 불안을 키울 수 있다며 시민들의 협조를 당부하고 있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종량제봉투는 충분히 확보돼 있어 공급에는 문제가 없다"며 "불안 심리에 따른 과도한 구매를 자제하고 필요한 만큼만 구매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