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김명주 기자] "몰라서 못 오는 장애인은 있을지 몰라도 한 번 오면 꼭 다시 와요. 정말 좋아요."
10일 오전 10시 서울 노원구 공릉동 '헤어카페 더 휴(休)' 공릉점. 노원구에 거주하는 지체장애인 손모(58) 씨는 이곳에 한 달에 한 번 커트, 서너 달에 한 번 염색하러 온다. '헤어카페 더 휴' 이용 3년이 넘은 손 씨는 상계점을 이용하다 집과 가까운 공릉점이 생긴 이후 이곳을 애용하고 있다.
'헤어카페 더 휴'는 노원구가 지난 2022년 9월 전국 최초로 조성한 장애인 친화 미용실로, 마들종합사회복지관에서 위탁 운영하는 공간이다. 장애인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맞춤형 편의시설을 갖추는 데 초점을 뒀다. 현재 1호점 상계점과 2호점 공릉점이 운영 중이다. 이용 대상은 구 등록 장애인으로 예약은 전화 또는 누리집(홈페이지)을 통해 가능하다.
상계점과 공릉점을 합쳐 지난 2월 이용자 1만 명을 돌파할 정도로 장애인들 사이에서 인기다. <더팩트>가 찾은 공릉점은 2024년 1959명, 지난해 1990명이 방문했다. 해마다 2000명에 가까운 장애인들이 찾는 셈이다. 서둘러 예약을 안 하면 이용이 어려울 정도다. 이날 기준 '헤어카페 더 휴(休)' 공릉점의 예약 가능 날짜는 3월 내에서는 12일 하루뿐이었다. 4월도 16일까지는 예약이 모두 마감됐다.
장애인 편의성을 높인 시설과 장비 등이 비결로 꼽힌다. 출입구 단차를 없애고 경사로를 설치했다. 장애인들이 미용의자에 앉아 서비스받은 후 앉은 채로 몸을 돌려 샴푸 세척까지 받을 수 있도록 인근에 샴푸대를 설치, 전동 회전형 의자를 마련했다. 휠체어에서 의자로 몸을 옮길 수 있도록 이동 리프트도 구비했다.
또한 휠체어 이용자를 위해 카운터 높이를 낮췄다. 바닥에 점자블록을 설치한 것은 물론, 전동 휠체어 등 전동보장구 충전 시설도 마련했다. 내부 위치한 화장실 역시 휠체어 이용자들을 위한 경사가 기울어진 거울, 도움벨, 상하가동식 손잡이 등 편의시설을 설치했다.

손 씨는 "휠체어나 목발을 짚는 사람들은 단차가 없어야 편하다. 의자에 앉아 있으면 자동 회전돼서 샴푸까지 받으니 장애인은 편리할 수밖에 없다. 공간도 넓어서 휠체어가 무리 없이 들어온다"며 "미용사들도 장애인의 불편을 이해하고 있어 척척 알아서 해주니 100점 만점에 100점"이라고 만족스러워했다.
염색하러 온 노원구에 사는 80대 청각장애인 이모 씨는 "청각장애인이다 보니 일반 미용실을 이용하면 소통이 어려울 때가 있는데 직원들이 잘해주고 상담도 신경 써서 해줘서 편안한 마음으로 온다"며 "힘이 없어서 못 걷기 전까지는 계속 올 것"이라고 기뻐했다.
가격도 저렴하다. 커트 6900원, 염색 1만5900원, 파마 1만9000원, 열파마 3만9000원, 클리닉 2만2000원이다. 여기서 수급자 및 차상위 계층은 50%를 할인받는다.
미용사 역시 전문 경력 보유자다. 공릉점에는 두 명의 미용사가 근무 중인데 자원봉사 등 장애 관련 경험 있는 경력 미용사들이 채용된다. 이들은 채용 후 장애 인식 개선 등 장애 관련 교육을 해마다 주기적으로 받는다.
경력 20년 이상의 미용사 송모 씨는 상계점에서 시작해 공릉점까지 근무한 지 2년이 넘었다. 그는 "장애 특성에 맞춰서 미용을 해드린다. 청각장애인은 마스크를 벗고 입 모양을 보여드리고 자폐성 장애인은 되도록 시선을 맞춰 이야기를 나눈다. 지체장애인의 경우 움직임이 느릴 수 있어 충분히 기다린다"고 설명했다.

'헤어카페 더 휴'는 머리를 자르고 염색하는 단순한 미용 공간을 넘어 자신감과 용기를 북돋아주고 장애인들이 교류하는 사랑방으로 기능하고 있다. 내부에는 이용자들이 앉아 커피를 마실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가 있고 사회복지사 한 명이 상주해 복지 서비스 등을 상담받을 수 있다.
송 씨는 "낯가림이 심하고 같은 헤어스타일을 수십 년째 고집하는 이용자들이 많다"며 "대화하면서 신뢰가 쌓이고 마음을 열게 되면 바뀐 스타일도 두려워하지 않고 용기를 찾고 간다"고 귀띔했다.
이용자 손 씨는 "휴대폰에 미용실 예약일을 저장해놓고 손꼽아 기다린다. 깔끔하게 미용하면 얼굴에서 빛이 나고 자신감이 생긴다"며 "예약하지 않아도 와서 커피 마시며 사회복지사와 미용사, 이용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고 이야기했다.
지난 1월에는 이용자들이 참여해 공기놀이와 윷놀이 등을 하는 이벤트 데이도 개최했다. 내부 벽면 게시판에는 우승자들의 모습을 담은 폴라로이드 사진 20여 장이 부착돼 있었다. 마들종합사회복지관 관계자에 따르면 '헤어카페 더 휴'에서는 이용자들이 서로 대화하며 소통할 수 있도록 크리스마스, 추석 등 특정 일마다 이벤트가 열린다.
노원구는 구 내 장애인 거주자가 적지 않은 만큼, '헤어카페 더 휴'를 장애인 편의 및 권리를 증진한 대표적 사례로 보고 확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노원구의 2024년 등록 장애인 수는 2만5807명으로,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강서구(2만7946명) 다음으로 많다.
구 관계자는 "'헤어카페 더 휴'는 그간 미용실 방문에 곤란을 겪었던 장애인에게 맞춤형 미용 서비스를 제공하며 장애인 일상을 풍성하게 만드는 주요 거점 공간"이라며 "권역별로 추가 확장을 목표로 삼고 있으나 예산 등으로 고려해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