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서울 광화문광장에 조성 중인 '감사의 정원'을 둘러싸고 서울시와 국토교통부가 긴장 상태에 놓였다. 국토부가 공사 중지 명령을 사전 통지하자, 서울시는 의견 제출 기한 마지막 날 보완 의견서를 제출하고 절차 이행에 착수하겠다고 일단 한발 물러섰다. 다만 공사 현장 안전 문제까지 맞물리면서 향후 협의 결과에 관심이 모인다.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감사의 정원은 6·25 전쟁 참전국에 대한 감사의 뜻을 담아 광화문광장에 조성 중인 상징 공간이다. 높이 약 7m 규모의 화강암 조형물 23기를 지상에 설치하고, 지하에는 기존 차량 출입 램프를 개·보수해 미디어월을 갖춘 전시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서울시는 광화문광장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강화하는 사업이라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이 사업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국토계획법)'과 도로법상 절차를 충분히 거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지상 상징 조형물 설치와 지하 공간 기능 변경은 단순 유지·보수 범위를 넘어서는 만큼 도시관리계획 변경, 실시계획 작성·고시 등 법정 절차를 선행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관련 절차 이행 시까지 공사를 중지하겠다는 방침을 사전 통지했다.
이에 시는 도로점용 허가와 공작물 축조 신고 등 관련 법령에 따른 절차를 거쳐 적법하게 추진해 왔다고 반박한다. 다만 국토계획법 해석을 둘러싸고 주무 부처와 견해 차이가 있었던 만큼,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토부 의견을 존중해 절차를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시는 이번 의견서에서 국토부 지적 사항을 반영해 지상 상징조형물 공사에 대한 실시계획 작성·고시 절차를 이행하고, 지하 미디어 공간은 도시관리계획 변경과 실시계획 작성·고시 절차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토계획법상 절차를 즉시 보완해 협의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오세훈 "상징 공간"…안전 문제도 변수
지난 10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정부를 정면 비판했다. 오 시장은 "합법적으로 추진 중인 지방자치단체 사업을 중앙정부가 중단시키겠다는 것은 과도한 직권남용"이라며 "실시계획 확정과 절차 보완 권한은 법적으로 서울시장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감사의 정원은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라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켜낸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공간"이라며 "6·25전쟁 당시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희생한 참전국과 장병들의 헌신을 기리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광화문광장은 시민과 외국 관광객이 자연스럽게 역사적 메시지를 접하는 장소로, 국제사회에 대한민국의 가치를 전달하는 상징 공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25일 시의회 임시회 시정질의에서도 "절차 진행 상황에 경미한 사항을 찾아서 공사를 중지하라는 것은 무리한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안전 문제 역시 주요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시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감사의 정원 공정률은 55% 수준이다. 현 상태에서 공사가 전면 중단될 경우 해빙기와 맞물려 지반 약화와 구조물 불안정에 따른 안전사고 우려가 제기된다. 빗물 유입 차단과 지반 침하 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구조체 완성이 필요하다고 한다.
특히 내달 21일 예정된 BTS 공연에는 약 25만 명의 인파가 광화문 일대에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공사장 주변 안전 관리 강화가 시급한 이유다. 시는 공사장 안전 확보를 위한 최소 공정까지는 이행할 수 있도록 국토부의 협조를 요청한 상태다.
국토부는 시 의견서를 검토한 뒤 공사 중지를 명령할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절차 보완을 전제로 협의가 이뤄질 경우 갈등이 일정 부분 정리될 가능성도 있지만, 판단에 따라 사업 추진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할 수 있다.
김성보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추가적인 논란 확산을 방지하고 불필요한 정쟁을 해소하기 위해 국토계획법 소관 부처인 국토교통부와 지속 협의하고 입장을 존중하겠다"며 "국토부가 지적한 절차를 즉시 이행하되, 광화문광장 공사장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단계까지는 현장 관리에 협조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