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은 무겁게, 발걸음은 가볍게…설 연휴 민족 대이동
  • 이윤경, 정인지, 이다빈 기자
  • 입력: 2026.02.13 15:16 / 수정: 2026.02.13 15:16
연휴 전날 귀성 행렬…서울역·터미널·공항 '북적'
보따리 들고 고향 앞으로…여행객도 발길 '분주'
설 연휴를 하루 앞둔 1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귀성길에 오르고 있다. /박헌우 기자
설 연휴를 하루 앞둔 1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귀성길에 오르고 있다. /박헌우 기자

[더팩트ㅣ사건팀] 설 연휴를 하루 앞둔 13일 본격 귀성 행렬이 시작됐다. 양손 무겁게 선물 보따리를 든 시민들의 얼굴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고향 대신 가족과의 여행을 택하거나 임신한 딸을 위해 반찬통을 가득 채워 역귀성길에 오른 어머니도 눈에 띄었다.

이날 오후 1시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은 캐리어와 짐을 한 아름 든 시민들로 붐볐다. 100여석의 의자는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대합실에는 '승강장이 혼잡하니 앞 사람과 간격을 유지해 움직여달라'는 안내 방송이 반복됐다.

무릎 위에 김치만두를 올려둔 채 휴대전화로 드라마를 보던 직장인 윤환민(43) 씨는 "가족들이 바빠 혼자 내려간다"며 "명절마다 오가는 길이지만 고향에 가는 길은 늘 설렌다. 오랜만에 부모님을 뵙고 함께 밥을 먹을 생각하니 기대된다"고 말했다.

결혼 3년 차 30대 부부 김연화·박상진 씨는 "시댁이 전남 순천이라 부모님을 뵈러 간다"며 "지난해 부모님이 편찮으셨는데 올해는 건강하시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이어 "택배로는 소고기를 보냈는데, 서울에서 유명한 찹쌀떡도 사들고 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같은 시간 서울 용산구 용산역과 동대문구 청량리역에도 100여명의 시민들이 휴대전화와 손목시계를 번갈아보며 열차를 기다렸다. /박헌우 기자
같은 시간 서울 용산구 용산역과 동대문구 청량리역에도 100여명의 시민들이 휴대전화와 손목시계를 번갈아보며 열차를 기다렸다. /박헌우 기자

캐리어 위에 아이를 앉혀놓고 간식을 먹이는 부모의 모습도 보였다. 과자 봉지를 여는 바스락 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전남 목포행 열차를 기다리던 김아현(10) 양은 노란 얼룩 고양이 인형을 꼭 안은 채 작은 목소리로 "할머니를 만나러 가서 좋다"고 했다.

휴가 나온 군인들도 곳곳에 보였다. 말년 휴가를 나왔다는 김민재(23) 씨는 "지난주에도 본가에 가긴 했지만 설을 앞두고 말년 외출을 나와 기쁘다"며 "1년6개월 복무 기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서울 용산구 용산역과 동대문구 청량리역에도 시민 100여명이 휴대전화와 손목시계를 번갈아 보며 열차 시간을 기다렸다. 손에는 건강식품과 식용유·참치·김·햄·황태 등 선물세트, 백화점 상품권, 꽃다발 등이 들려 있었다. 삼각김밥으로 점심을 대신한 채 승강장으로 향하는 직장인들의 모습도 보였다.

부모와 함께 충남 서산행 열차를 탄다는 김지오(10) 군은 "외갓집에 간다. 설렌다"며 "할머니, 할아버지께 와플을 얼른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윤경(30) 씨는 "집에 가면 가족들과 삼겹살, 전, 피자로 파티를 할 예정"이라며 "명절에는 역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게 가장 즐겁다"고 웃음을 지었다.

13일 서울 용산구 용산역에서 귀성길에 오르는 한 가족이 손을 흔들고 있다. /남용희 기자
13일 서울 용산구 용산역에서 귀성길에 오르는 한 가족이 손을 흔들고 있다. /남용희 기자

표를 구하지 못한 시민들은 현장에서 잔여석을 확인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용산역 교통약자 우선 창구에서 강원 남춘천행 열차를 예매하던 60대 여성은 "1층 좌석은 안 되냐"고 물었다. 매표소 직원은 "명절 연휴 시작이지 않냐"며 "2층 좌석으로 탑승해달라"고 안내했다. 또 다른 50대 여성도 "어른 1명인데 입석밖에 없냐"고 재차 물었으나 "잔여석이 거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역시 설 선물과 함께 전국 곳곳으로 이동하는 인파로 가득했다. 대합실 곳곳에서는 휴대전화를 가로로 든 채 게임을 하거나, 노트북을 펼쳐 업무를 처리하는 시민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반찬통 7개가 든 종이 가방을 든 윤희숙(71) 씨는 대전에 있는 딸 부부의 집으로 간다고 했다. 윤 씨는 "딸이 결혼한 지 1년 좀 안 됐는데 얼마 전 임신을 해서 이것저것 먹을 것을 챙겨왔다"며 "무거워도 딸을 주려면 바리바리 싸와야하지 않겠느냐"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딸과 사위가 연휴 내내 같이 있자고 졸랐다"며 "버스표도 사위가 지난주에 미리 예매해 보내줬다"고 했다.

연휴 기간 가족과 여행을 선택한 이들도 많았다. 정우진(35) 씨는 "반려견과 함께 맞는 연휴라 더 특별하다"며 "남편, 구찌(반려견)와 3박4일 일정으로 대구 여행을 다녀올 계획"이라고 전했다.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승객들이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박상민 인턴기자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승객들이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박상민 인턴기자

노란색 캐리어 위에 아이를 태운 김동호(36) 씨도 "가족들과 강원 강릉 여행을 가기로 했다"며 "그동안 일로 지쳤는데 회도 먹고 칼국수도 먹으면서 푹 쉬고 싶다"고 했다.

공항은 가족 단위 여행객들로 북적였다.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에는 캐리어 바퀴가 바닥을 구르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팔짱 낀 모녀와 가방 가득 아기 용품을 챙긴 부모, 아이의 손을 끌며 재촉하는 할머니, 기다림에 지쳐 잠든 아이들의 모습이 곳곳에 보였다.

제주로 떠난다는 최경주(42) 씨는 "6개월 된 딸이 태어난 뒤 처음 떠나는 여행"이라며 "아이가 수영장을 좋아해 대부분의 시간을 수영장에서 보낼 계획"이라고 했다.

국제선 일본 오사카행 수속을 밟던 이수민(35) 씨는 "남편, 시부모님과 첫 해외 여행을 떠난다. 그동안 일정 맞추기 어려워 못 가다가 연휴를 맞아 시간을 냈다"고 했다. 이 씨는 "너무 좋다"고 말하던 도중 공항에서 시어머니를 마주하고 "어머니"라며 반겼다.

치료를 위해 제주에서 상경하는 시민도 있었다. 이근일(66) 씨는 "집이 제주인데 암 치료를 위해 서울 병원을 간다"며 "평소에도 자주 비행기로 오가지만 명절이라 그런지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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