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이 최근 버스 파업을 계기로 서울시 시내버스 준공영제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철도 중심의 노선 개편과 공공성 강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정원오 구청장은 3일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강당에서 이해식·채현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버스 준공영제 정책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해 "이번 파업 과정에서 준공영제가 과연 지속 가능한 제도인지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됐다"며 "이제는 문제를 외면하지 말고 해법을 단계적으로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2004년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했다. 민간 운수업체가 버스를 운영하되, 운송 수입은 서울시와 공동 관리하고 적자가 발생하면 시가 재정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환승 체계가 정착되고 서비스 안정성이 높아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재정 부담 증가와 경영 효율성 저하라는 한계도 드러나고 있다.
정 구청장은 특히 표준운송원가 산정 방식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운행에 들어가는 비용뿐 아니라 이윤까지 보장하는 구조에서는 민간 업체가 비용을 줄이거나 운영 효율을 높일 동기가 약하다"며 "노선권을 민간이 보유하고 있어 시민 수요나 교통 여건 변화에 맞춘 노선 조정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대안으로 철도망을 대중교통의 중심 축으로 삼는 체계 개편을 제시했다. 그는 "서울과 경기도를 잇는 광역철도망과 도시철도를 기본으로 하고, 철도가 닿지 않는 지역에는 시내·광역버스를 보완적으로 배치해야 한다"며 "전철역과 버스 정류장을 중심으로 마을버스를 연결해 생활권 단위 이동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익성이 낮아 민간 운행이 어려운 지역에는 공공버스 투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 역시 준공영제 개선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센터장은 "현행 표준운송원가 정산 방식은 시민 입장에서 이해하기 어렵고 요금 인상 논란을 반복적으로 낳고 있다"며 "실제 운행 거리와 서비스 제공 수준을 반영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용주 아주대 도시교통연구센터 교수는 최근 사모펀드의 버스업체 인수 확대를 우려했다. 그는 "민간 자본이 과도한 수익을 회수하는 구조가 굳어질 경우 재정 지원은 늘고 서비스 개선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표준운송원가 산정 체계를 전면 개편하고, 경영 효율성과 서비스 품질에 연동된 보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은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도시개혁센터 부장은 "준공영제의 공공성은 시민 편익으로 귀결돼야 한다"며 "재정 투입이 늘어나는 만큼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 개선과 투명한 운영 구조가 병행돼야 한다"고 했다.
다만 정 구청장은 "2004년과 같은 대대적인 개편을 한 번에 추진하기는 어렵다"며 "표준운송원가 개편을 시작으로 민간 사업자와의 협의, 연착륙 방안과 상생 전략을 통해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요금 문제에 대해서는 "서울시가 철저히 관리해 시민 부담으로 전가되지 않도록 해야 하고, 버스 기사들의 처우와 고용 안정도 지금 수준에서 유지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좌장을 맡은 이해식 의원은 "오늘 토론회는 준공영제를 둘러싼 찬반을 가르기보다 시민 불편을 줄이기 위한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라며 "당장 하나의 해법을 도출하지는 않았지만,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분명히 짚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