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서울의 주거 지도가 세대별로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청년층은 관악구에, 고령 가구는 도봉구에 집중됐으며, 신혼부부 비율은 강동구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거비 부담과 교통 접근성, 재건축·신축 아파트 공급 여부가 세대별 주거 쏠림을 가른 요인으로 분석된다.
29일 서울시가 발표한 '2024 서울시 주거실태조사'는 1만5000가구를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시는 자치구별 주거실태 지표 11종을 최초로 공개했다.
우선 25개 자치구 가운데 청년층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관악구로, 전체 주민의 45.2%를 차지했다. 관악구 주민 절반이 청년인 셈이다. 1인 가구 비중 역시 관악구가 57.3%로 가장 높아, 청년 1인 가구가 집중된 지역임을 보여줬다.
관악구에 청년층이 몰리는 배경으로 주거 여건과 생활 인프라가 함께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대 인접 지역이라는 지리적 특성에 더해, 과거 고시 준비생을 중심으로 형성된 원룸·다가구 주택 밀집지가 여전히 유지되면서 비교적 낮은 주거비 환경이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공무원·경찰 학원과 각종 소규모 상권, 청년층 수요에 맞춘 생활 편의시설이 집중돼 있어 대학생뿐 아니라 사회 초년생과 직장인 유입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어 광진구(33.2%)와 마포구(32.7%) 순으로 청년 비중이 높았다. 서울시 25개 구의 평균 청년 비율은 25.1%로 집계됐다.

신혼부부가 가장 많이 살고 있는 구는 강동구(10.6%)로 나타났다. 강동구는 고덕그라시움 등 재건축을 통해 공급된 신축·준신축 대단지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이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 상위권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며 실수요가 탄탄한 곳으로 평가된다. 지하철 5·8호선과 올림픽대로 등 주요 교통망 접근성이 좋아 맞벌이 신혼부부의 출퇴근 부담이 적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이어 성동구(9.8%), 은평구(9.7%) 등의 순이었다. 성동구는 재개발을 통해 신축·준신축 아파트 공급이 이어지면서 신혼부부 유입이 늘어난 지역이다. 왕십리·행당·금호동 일대를 중심으로 비교적 새 아파트 단지가 형성돼 있고, 도심과 강남 접근성이 좋아 맞벌이 부부의 출퇴근 여건도 양호하다. 여기에 한강과 서울숲 등 생활 인프라가 갖춰진 점도 정착 요인으로 꼽힌다.
은평구는 서울 도심 대비 주거비 부담이 낮은 편이면서도 교통 여건이 개선된 지역이다. 불광·응암·수색 일대에서 재개발이 진행되며 신축 아파트 공급이 늘었고, GTX-A 노선과 지하철 3·6호선 등 광역 교통망 기대감이 더해지며 신혼부부 실수요가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65세 이상 노인 가구 비중이 가장 높은 구는 도봉구(33.2%), 강북구(31.6%), 구로구(27.7%) 순이다.
도봉구는 비교적 이른 시기에 조성된 아파트와 단독·연립주택 비중이 높아 장기간 거주한 고령층이 그대로 정착한 경우가 많다. 평균 거주 기간도 서울에서 긴 지역 중 하나(8.3년)로, 이주보다 현 거주 유지 성향이 강하다는 평가다. 30년 이상 노후 주택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 역시 도봉구(49.2%)로 나타났다.
서울 시민의 주거 안정성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6.2년이었던 서울의 평균 거주 기간은 7.3년으로 증가했다. 장기간 한 지역에 정착해 거주하는 가구가 늘고 있다는 점에서 주거 이동성이 낮아지고 안정성이 높아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주거 여건을 보여주는 지표들도 전반적으로 개선됐다. 같은 기간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비율은 6.2%에서 5.3%로 낮아졌고, 반지하 거주 가구 비율 역시 4.7%에서 2.5%로 감소했다. 거주 만족도도 상승세를 보였다. 주택 만족도는 3.01점, 주거환경 만족도는 3.06점으로 각각 올랐다.
서울시는 이번 주거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주거 정책 수립에 나설 계획이다. 최진석 서울시 주택실장은 "최근 4년간 서울시민의 주거환경 만족도 등 정주 여건이 지속적으로 개선된 것으로 조사됐다"며 "표본 확대와 서울시 자체 문항 추가를 통해 지역별로 보다 정밀한 조사 기반을 마련한 만큼, 자치구별 특성과 수요를 반영한 맞춤형 주거 정책 수립에 적극 활용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