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내음 맡으며 족욕도…'돌봄견' 청송이의 특별한 하루
  • 강주영 기자
  • 입력: 2025.12.14 00:00 / 수정: 2025.12.14 00:00
반려동물 캠핑장에 초대된 유기견들
마포구 "유기동물 복지 향상 지속 지원"
경기도에서 발견된 한 유기견이 11일 오후 3시께 서울 마포구 난지한강공원 내 마포반려동물캠핑장에서 산책에 나섰다. /강주영 기자
경기도에서 발견된 한 유기견이 11일 오후 3시께 서울 마포구 난지한강공원 내 마포반려동물캠핑장에서 산책에 나섰다. /강주영 기자

[더팩트ㅣ강주영 기자] 올봄 경기도에서 구조된 유기견 '청송이'가 지난 11일 오후 3시, 서울 마포구 마포반려동물캠핑장 한강뷰 산책로에 나타났다.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꼬리를 높이 치켜든 청송이는 오랜만에 보호소 밖으로 나와 산책을 준비하며 한껏 들뜬 모습이었다.

이날 캠핑장에서는 마포구의 유기견 인식 개선 프로그램 '유기견과 함께하는 특별한 하루'가 열렸다.

행사 장소인 마포반려동물캠핑장은 지난해 시범 운영을 거쳐 올해 4월 정식 개장했다. 한강뷰 산책로, 반려동물 전용 놀이터, 프라이빗 데크와 텐트 등을 갖춰 반려견 보호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구에 따르면 개장 이후 4월부터 이날 기준까지 반려견주 4041명, 반려견 2512마리가 방문했다.

이날은 특별히 유기견과 시민이 교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열렸다. 행사에는 한국유기동물복지협회에서 보호 중인 청송이를 비롯해 '하양이', '킹이' 등 10여 마리의 유기견이 참여했다. 봉사자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캠핑장 산책로를 걸으며 자연 속에서 교감했다. 반려동물 샴푸 브랜드 '마음더' 봉사단은 유기견들을 위해 샴푸를 지원해 족욕 체험도 진행했다.

유기견 대부분은 보호소로 오기 전 비위생적 환경이나 번식장에서 지내며 상처를 안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김호권 '마음더' 봉사단 대표는 "번식장에서 버려진 개를 만났는데 배가 늘어지고 위생 관리도 전혀 되지 않은 상태였다"며 "이런 아이들에게 따뜻한 돌봄을 주는 활동은 정말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한 유기견이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난지한강공원 내 마포반려동물캠핑장에서 마음더봉사단 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발 목욕을 하고 있다. /강주영 기자
한 유기견이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난지한강공원 내 마포반려동물캠핑장에서 마음더봉사단 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발 목욕을 하고 있다. /강주영 기자

하지만 캠핑장에 나온 유기견들의 표정은 밝았다. 낯선 사람들에게 조심스럽게 머리를 들이밀며 냄새를 맡거나, 봉사자에게 코를 비비며 다가섰다. 보호소 생활에서 벗어난 잠깐의 자유가 큰 위로가 되는 듯 했다.

행사장 곳곳에는 입양 및 구조 사례 사진 전시도 마련됐다. 참여자들은 유기견이 어떤 과정을 거쳐 구조됐는지 직접 보며 책임 있는 입양 문화의 중요성을 되새겼다.

임장춘 한국유기동물복지협회 대표는 "유기견을 더럽고 문제가 있는 개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며 "유기견이라는 단어 대신 '돌봄견', '돌봄보호견' 등으로 부르는 문화가 확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마포구는 향후 유기동물의 복지 향상을 위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내년에는 캠핑장을 활용한 비반려인 대상 펫 에티켓 교육, 청소년 반려동물 체험 교육 등 지역 전반으로 프로그램을 확대할 예정이다.

마포구 관계자는 "반려동물을 키우기 전이거나 반려견을 키우고 싶지만 경제적 여러움이 있는 어린이 등이 참여할 수 있는 동물 체험 프로그램도 캠핑장에서 진행할 계획"이라며 "반려동문 문화 인식 개선을 위해 교육 대상 범위를 넓혀가겠다"고 전했다.

마포구는 최근 '2025 대한민국 반려동물 문화대상'에서 성숙한 반려문화 확산의 성과를 인정받아 문화체육관광위원장상을 수상했다.

juy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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