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조채원 기자] 학교 내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찬반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개정안이 교실 내 CCTV설치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사생활 침해와 교원 교육 자율성 위축 우려가 만만치 않다.
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월 '대전 초등학생 살해 사건'을 계기로 발의된 이 개정안은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 심사를 앞두고 있다. 개정안은 교내 CCTV 설치를 원칙적으로 의무화하되, '필수 설치 장소'에서는 교실을 제외한 것이 특징이다. 복도, 계단, 출입구 등 공용 공간에 CCTV를 설치해 폭력·안전사고를 예방하겠다는 취지다.
법안이 시행되면 필수 CCTV 추가 설치 비용은 약 6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다만 교실의 경우 학생과 교원의 보호를 위해 학교장이 제안하고, 학부모·교원 등이 참여하는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 심의를 거친 경우에 한해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교원단체들은 개정안이 표면적으로는 '교실 제외'를 명시했지만 실상 교실 CCTV 설치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법이 통과되면 학교 현장에서는 '교실에는 설치할 지 말 지'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수밖에 없고, 학운위 구조상 교원들의 반대 의견은 실질적으로 반영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CCTV의 상시 녹화는 학생과 교사 모두의 헌법상 보장된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며 법안의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전교조는 "교사를 잠재적 가해자로 전제한 감시 체계는 교육적 자율성을 크게 위축시킨다"며 "교육 현장에 필요한 것은 감시 장비가 아니라, 신뢰 회복과 예방 중심의 종합적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과잉입법이란 비판도 있다. 현행 초·중등교육법과 아동복지법 체계에서도 학운위 심의를 거치면 필요에 따라 교실 안에도 CCTV 설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존 제도로도 충분히 논의와 결정이 가능한 사안을 굳이 법률로 의무화해 학교 현장에 불필요한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현재(2월 기준) 전국 초·중·고교와 특수학교에 설치된 CCTV는 약 36만6000대로 이 중 시청각실에 688대, 교실에 916대가 설치돼있다.
국회 교육위 소속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달 26일 법안소위 심사 과정에서 "학운위에도 교실에 CCTV를 설치할 수 있도록 논의하는 구조들이 이미 있다"며 "법률로 의무화되면 학교가 감시와 통제의 공간으로 변질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소위 위원 총 8명 중 강 의원을 포함, 교원 출신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성국 국민의힘 위원 등 총 3명은 반대의사를 표했다.
교실 CCTV 설치 필요성과 한계를 신중하게 짚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강영미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장은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인권 침해 우려로 교실 CCTV 설치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고, 그 문제의식에는 공감한다"면서도 "CCTV가 범죄 예방이나 학폭 분쟁 해소에 일정 부분 효과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강 회장은 "교실 내 설치 여부는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겠지만 법안의 성격을 '교사를 잠재적 가해자로 간주하는 것'으로 접근하는 덴 동의하기 어렵다"며 "CCTV 설치 주장 배경에는 교육공동체 내부의 불신이 자리하고 있는데, 과도한 대립적 프레임은 오히려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