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사건팀] 폭설로 서울 도심 곳곳이 빙판길로 변하면서 5일 출근길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전날 극심한 퇴근길 교통 대란에 고생한 시민들은 이날 오전 대체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버스정류장과 지하철역은 이른 시간부터 시민들이 몰리면서 극심한 교통 혼잡이 빚어졌다.
이날 오전 8시께 은평구 지하철 6호선 응암역 일대는 강추위에 눈이 얼어 도로가 빙판길로 변했다. 시민들은 패딩을 입고 장갑, 귀마개, 마스크 등을 착용한 채 출근길을 서둘렀다. 도로가 미끄러워 시민들은 한발 한발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뗐다. 종종걸음으로 지하철역으로 이동하거나 등산용 스틱을 들고 나온 이들도 눈에 띄었다.
같은 시간 서대문구 홍제동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롱패딩에 털부츠, 목도리 등으로 무장한 시민들은 빙판길에 넘어지지 않기 위해 겨우 중심을 잡고 엉금엉금 걸어갔다. 인근 초등학교에서 등굣길 통학로 안전을 지도하는 70대 여성은 학생들을 향해 연신 "천천히 걸어. 조심해"라고 말했다.
30대 직장인 안혜진 씨는 "직장이 국회의사당역 쪽에 있는데, 눈이 많이 내려서 늦을까 10~15분 일찍 나왔다"며 "눈이 얼어서 길이 엄청 미끄럽다"고 말했다. 30대 직장인 강효진 씨는 "평소 신촌역까지 30분 정도 걸리는데, 오늘은 늦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일찍 나왔다"며 "길이 많이 미끄러워 힘들었다. 인도도 빨리 제설이 돼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시민들이 대중교통으로 출근길에 나서면서 이날 도로는 대체로 한산했다. 반면 버스정류장과 지하철역은 수많은 시민들로 붐볐다. 종로3가 방향 지하철 3호선 녹번역 승강장에는 지하철을 타려는 시민들이 줄을 지어 늘어섰다. 일부는 지하철을 놓칠세라 부리나케 뛰어갔다.
서대문구의 한 버스정류장은 평소보다 많은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시민 30여명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혼잡' 문구가 뜬 버스 안내판만 주시했다. 일부 버스는 시민들을 태운 뒤에도 빙판길에 5분 이상 그대로 멈춰 있었다. 앞 차량이 출발하지 못하자 뒷 차량은 연신 경적을 울렸다. 이후에도 차량들은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거북이걸음을 했다.
마포구의 한 버스정류장에도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버스를 타려고 뛰어오다가 미끄러져 넘어진 시민도 보였다. 버스가 도착하자 시민들은 앞문과 뒷문을 이용해 탑승했다. 만원 버스에 타려고 밀다가 말다툼을 벌이는 이들도 있었다. "더 못 타요"라는 날카로운 여성의 외침도 들렸다.
40대 직장인 김현태 씨는 "출근길이 너무 춥고 미끄럽다. 몇 번 미끄러질 뻔했다"며 "원래는 광화문까지 차를 끌고 다니는데, 오늘은 버스랑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고 있다"고 전했다.

직장인 이수진(35) 씨는 "어제 퇴근길에도 갑자기 눈이 와서 집에 가는 게 너무 힘들었다. 버스정류장까지 못 가서 중간에 하차해 걸어가야 했다"며 "오늘은 늦을까 평소보다 30분 일찍 나왔다"고 했다.
직장인 김미영(42) 씨는 "어제 빙판길에 꼼짝없이 갇혀서 오도 가도 못했다. 평소 20분 걸리던 거리를 3시간 넘어서야 도착했다"며 "오늘은 차를 두고 아예 일찌감치 나왔는데, 대중교통도 너무 복잡해서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이에 앞서 전날 오후 6시를 전후로 서울 등 수도권에 시간당 최대 5㎝의 폭설이 쏟아졌다. 영하 10도 안팎의 추위가 겹치며 도로에 쌓인 눈은 얼었고, 곳곳에서 도로가 통제되고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오후 7시15분께 금천구 시흥동 호암터널 안에서 6중 추돌사고가 발생해 교통 통제가 이뤄졌다. 오후 10시께는 올림픽대로 하남 방향 한남대교 남단~동호대교 남단 2차로에서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오전 5시51분께도 영등포구 당산동 노들로에서 6중 추돌사고가 일어났고, 오전 6시5분께는 강변북로 구리 방향 반포대교 북단에서 7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서울시는 이날 출근 시간대 지하철 운행을 20회 늘리고 버스 출근길 집중 배차시간을 30분 연장했다. 서울경찰청은 일선 경찰서장을 중심으로 교통비상을 발령하고, 출근길 결빙구간 반복 순찰을 실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