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률은 최저, 진학률은 최고…직업계고 '정체성 혼란'
  • 조채원 기자
  • 입력: 2025.11.25 17:41 / 수정: 2025.11.25 17:41
취업률 55.2%로 5년만 최저…진학률 49.2% 최고
제조업 일 감소·좋은 일자리 선호..."양질 일자리 확대해야"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은 25일 공개한 2025년 직업계고 졸업자 취업통계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사진은 서울의 한 고등학교./더팩트 DB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은 25일 공개한 '2025년 직업계고 졸업자 취업통계'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사진은 서울의 한 고등학교./더팩트 DB

[더팩트ㅣ조채원 기자] 직업계고등학교 학생들의 상급학교 진학률이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취업률은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고졸 취업 중심으로 설계된 직업계고 기능이 약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은 25일 ‘2025년 직업계고 졸업자 취업통계’를 발표했다. 취업률은 졸업자 수에서 진학자·입대자·제외인정자(조사 기준일 당시 경제활동이 어려운 자)를 제외한 인원 대비 취업자 수가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조사에 따르면 지난 4월 1일 기준 직업계고 575개교 2025년 2월 졸업자 5만9661명 중 진학자는 2만9373명, 취업자 1만5296명, 입대자 1523명, 제외인정자는 1049명이었다. 직업계고는 졸업 직후 취업이 가능한 실무형 인재를 배출하는 학교인데도, 정작 취업자보다는 진학자 수가 더 많은 것이다. 진학률은 49.2%로 △2021년 45.0% △2022년 45.2% △2023년 47.0% △2024년 48.0%로 2020년 통계 작성 시작 이래 가장 높았다. 학제별 진학자 비중을 보면 △전문대학 53.3%(1만5648명) △대학 46.7%(1만3725명)로 전문대 비중이 더 높았다.

직업계고 졸업자 취업률은 55.2%로 2020년(50.7%) 이후 5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취업률은 △2021년 55.4% △2022년 57.8% △2023년 55.7% △2024년 55.3%로 매년 낮아지는 추세다. 사업장 종사자 규모별로 보면 △1000명 이상 25.4% △300~1000명 미만 10.9% △30~300명 미만 33.7% △5~30명 미만 24.6% △5명 미만 5.3%였다.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300명 이상 기업에 취업한 비중은 36.3%로 △2021년 22.5% △2022년 29.9% △2023년 33.4% △2023년 34.5%으로 4년 연속 상승세다. 미취업자 비율은 20.8%로 전년보다 0.5%포인트(p) 하락했다.

교육부는 낮은 취업률의 원인은 직업계고 학생들이 주로 진출하는 제조업 일자리 감소에, 높은 진학률은 청년층의 ‘좋은 일자리’ 선호 경향에 따른 결과로 보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12일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에 나타난 청년(15~29세) 고용률은 44.6%로, 9월보다는 1.0%p 하락, 18개월 째 하락세다. 교육부 관계자는 "최근 노동시장이 양극화하면서 청년들이 첫 일자리로 좋은 일자리를 선호해 300인 이상 취업이 늘고 있다"며 "양질의 일자리에 취업하지 못할 경우 대학 진학 등을 통한 추가 학습 욕구가 커지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사업장 종사자 규모별 직업계고 취업자 수. /교육부 제공
사업장 종사자 규모별 직업계고 취업자 수. /교육부 제공

교육시민단체는 직업계고의 취업 중심 기능을 살리기 위한 지원과 양질의 일자리 확충에 정부부터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안상진 교육의봄 연구사업팀장은 "정부 공공기관조차 경영평가 기준인 '고졸 8% 채용'을 달성하지 않는다"며 "직업계고 학생의 취업률 저하에 전반적인 취업난, 제조업 일자리 위기만을 '관전평'할 일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공공기관은 고졸 출신이 임금이나 승진 등에서 받는 차별이 상대적으로 적고 재직자 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제도적으로 보장된 '좋은 일자리'에 해당한다.

교육의봄이 정부 공공기관 344곳의 고졸 채용 실태를 확인해 본 결과 2025년 1분기 기준 고졸 신규채용 비율은 8.3%로, 2019년 15.1%와 2024년 10.7%에도 미치지 못했다. 2024년 공공기관 경영평가 기준인 고졸 인력 8% 채용을 달성하지 못한 기관은 254곳으로 76.1%, 그 중 특별히 고졸 인력을 한 명도 채용하지 않은 공공기관은 334곳 중 211곳으로 63.2%였다.

안 팀장은 "직업계고는 대학 진학을 위한 발판이 아니라 고등학교만 나와도 충분히 일자리를 가질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는 곳이 돼야 한다"며 "미래산업 수요에 맞는 직업교육을 강화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나가는 게 정부가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직업계고에서 갖춘 역량이 취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지속할 방침이다. 최은옥 교육부 차관은 "교육부는 직업계고 졸업생들이 산업계의 변화에 따라 직무능력을 함양할 수 있도록 첨단산업과 연계한 학과 재구조화를 추진하고 마이스터고·협약형 특성화고 등 우수 직업계고 모델을 육성할 것"이라며 "채용연계형 직무교육과정을 강화해 양질의 고졸 일자리 발굴을 위한 관계부처 협력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chaelo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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