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다빈 기자] 자정부터 새벽 5시까지 이뤄지는 '새벽배송' 제한을 두고 노동계와 정치권은 물론 시민들 사이에서도 찬반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야간노동은 건강에 치명적"이라는 입장과 "새벽배송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의 밥그릇을 뺏는 것"이라는 주장이 충돌한다.
8일 노동계에 따르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전국택배노동조합은 지난달 22일 '택배 사회적 대화기구' 회의에서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해 초심야 시간대 배송 제한을 제안했다.
민주노총은 "새벽배송의 편리함은 노동자의 잠과 건강, 생명을 대가로 유지되고 있다. 쿠팡의 새벽배송은 오후 8시30분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주 5~6일 연속 고정된 야간노동"이라며 "국제암연구소는 야간노동을 2급 발암물질(2A)로 분류하고 있으며, 노동자의 생명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인 심야노동 제한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동계의 의견은 엇갈렸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새벽배송 전면 금지에 동의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만 하는 노동자들이 있고, 새벽배송이 꼭 필요한 소비자층도 있다"면서 "노동자 건강권을 최대한 보장하면서도 새벽배송의 사회적 필요 등 중간 지대에서 단계적으로 개선해야 하는 과제"라고 했다.
쿠팡노조 역시 "대다수의 야간 배송기사들이 새벽배송 제한을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쿠팡노조에서 야간배송 조합원 비율은 40% 이상이다. 이들의 고용 안정을 위협하는 시도는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새벽배송 제한 논란이 노·노 갈등으로 확산되면서 시민들 사이에서도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X(옛 트위터)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새벽배송 없을 때 사람들 잘만 살았다. 필요한 게 있으면 미리 구매하면 된다", "내가 누리는 새벽배송이 누군가를 착취하는지에 대해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한다. 새벽노동을 줄이고 노동자 처우를 개선하는 공론화는 필요하다", "새벽배송은 필수노동이 아니기 때문에 과잉 서비스다. 소비자의 편의와 추가적인 서비스를 위해 사람들이 심야에 과로를 해야 하는 게 자유의 영역인지 모르겠다", "기업들의 경쟁 과열로 새벽배송, 당일배송이 당연시되는 사회적 분위기는 위험하고 경계해야 한다" 등 반응이 올라왔다.
반면 새벽배송 제한이 직업의 자유와 생계권 침해라는 주장도 나온다. X, 네이버 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택배기사가 힘드니 새벽배송을 없애야 한다면 모든 새벽노동을 금지해야 한다", "24시간 편의점, 야간에 운영하는 술집과 식당, 택시 등에 대해서는 가만히 있다가 왜 새벽배송만 문제를 삼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사정상 낮에 일을 하지 못하는 사람, 투잡을 하는 사람, 야간수당이나 3교대로 새벽에 일하는 사람도 많다. 자발적으로 선택한 소중한 일자리", "모든 택배 물량은 새벽에 이동해 다음날 배송받을 수 있는 구조다. 새벽배송을 멈추면 택배는 3~4일씩 걸릴 텐데 감당할 수 있겠냐" 등의 의견이 쏟아졌다.

택배기사 A 씨는 "쿠팡 새벽배송 기사들은 밤사이 물류센터에 세 번을 들어갔다 나온다. 물량이 계속 쏟아지는데 새벽배송을 금지하면 시간 안에 배송을 할 수 없다"면서 "야간배송은 주간배송보다 편하다. 낮에는 주차와 교통 체증으로 일하기 더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새벽배송을 했던 B 씨는 "새벽배송은 단가가 비싸 돈을 벌고 싶은 사람은 한다. 자영업하면서 힘들 때 새벽배송하며 버텼다"며 "하루 배송 개수 제한 등이라면 이해하겠지만 새벽배송을 아예 제도로 막는 건 어처구니없다"고 말했다.
새벽배송 제한보다 임금 보전, 소비자의 배송비 추가 부담 등 제도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시민 C 씨는 "새벽배송을 없애자고 할 게 아니라 새벽에 배달하는 노동자 임금을 더 올려주는 게 현실적"이라며 "새벽배송을 무조건 금지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의미 없는 주장"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시민은 "새벽배송 근무 여건을 개선하면 된다. 소비자가 배송비를 더 부담하고 그 비용을 새벽배송 기사에게 급여로 보장하는 게 맞는 것 같다"며 "처우 개선에도 동의하고 돈도 더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강조했다.